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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생각을 엿본다는 건, 꽤나 흥미진진한 일이다. 방점은 몰래 '엿본다'에 있다.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사람들은 나름의 가면을 쓰고 상대를 대하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를 내보이지 않는 만큼 나 역시 타인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기가 어렵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페르소나에서 잠시 벗어나 자아를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일기를 활용한다. 글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장르와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일기는 지극히 사적인 것이라, 당사자의 동의 없이 엿보기는 굉장히 힘들다. 중요한만큼 꼭꼭 숨겨두는 것이 당연하기에, 본인이 죽은 다음에야 자서전과 비슷한 형태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사례가 거의 유일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이 야기한 블로그의 성황과 SNS의 활성화는, 비밀스럽게 서랍 속에만 감춰져있던 개인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밝은 곳으로 끄집어냈다. 많은 사람들이 불특정다수에게 공개된 장소에 자발적으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인터넷 상의 자아 역시 어느정도의 페르소나를 전제로 하긴 하지만, 그래도 익명성이라는 속성 뒤에 숨어서 깊숙한 감정을 일부라도 까뒤집어 보여줄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다들 돌려 말하는 방법을 터득해서 나름의 대나무숲을 형성해 감정 분출 욕구를 해소하기 시작한 것 같고.
그래서 나 같은 관음종자는 요새 꽤 신이 난다^^ㅋ
누가 봐도 잘 쓰는 글 혹은 정말로 내 취향인 글들로 가득해서,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해보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드는 블로그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여기에 관심분야까지 비슷하면 포스팅을 읽다가 혼자 좋아서 폰 붙들고 부들거리며 웃음을 참곤 한다. 큰 위로를 받기도 하고, 다들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하며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무엇보다 실생활에서는 접점이 거의 없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기분이 들어 재미있다. 비록 일방통행, 혼자서만 좋아하는 짝사랑이긴 하지만...ㅠㅠ
가장 최근에는 빅스 좋아하는 직딩분 블로그를 발견해서 800개가 넘는 포스팅을 역주행하는 중이다. 전반적인 말투도 그렇고 생각하는 방식도 촌철살인이 가득해서, 읽지 않은 포스팅 수가 줄어들수록 가슴이 아플 정도다. 이 블로그 때문에 게으름을 이겨내고 1일1포스팅 목표를 재개한 게 맞아요^^ 앞으로도 열심히 관음해야지♡
ps. 그나저나 내 블로그 관음하는 사람도 있으려나.....? 비루한 글솜씨지만 있었음 좋겠다 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