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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 다음은 크로아티아였고, 이제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여행기다. 역시 3박을 묵었다.
Goat Hostel 이라는 곳에서 3박을 내리 묵었는데, 한국인이 많이 찾는 숙소라 여기서 동행 친구들을 찾아 같이 다닐 수 있었다. 첫날 여행자들 몇 명이 합심해서 레스토랑에서 소규모 오케 음악을 들으며 맛있게 식사를 하고 야경을 보러 함께 나섰다.
겔레트르 언덕 가는 길에 건넌 다리. 부다페스트는 유럽의 여느 도시들 중에서도 꽤 큰 편에 속하는데 특히 도시 중앙을 흐르는 '강'이 도시의 크기를 가늠하게 해준다. 한강의 경우, 도보로는 건너기 힘들 정도로 폭이 넓은데, 부다페스트 도나우 강도 센느강이나 템즈강 등 유럽의 여타 강들보다 다리 건너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겔레트르 언덕에서 내려다본 풍경. 부다페스트는 정말로 야경이 아름답다. 첫날 야경의 매력에 빠져, 3박 내내 야경을 보고난 뒤에야 밤 느지막히 숙소로 돌아가곤 했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뭐랄까, 쓸쓸한 매력이 있다.
밤이 되면 도시 전체가 화려한 불빛에 잠겨 있는 서울이나 도쿄 등등의 대도시 야경들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새까만 어둠과 간간히 흐르는 불빛이 어우러져 허전하면서도 자꾸만 시선을 끌었다.
도나우 강의 다리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저마다 독특한 자태로 매력을 뽐낸다. 감상 젖기 딱 좋은 분위기.
겔레트르 언덕 꼭대기에는 이렇게 동상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다.
두 번째 날 아침, 아기자기한 유럽풍 골목을 걸어 올라가면,
독특한 어부의 요새를 만날 수 있다. 입구에서 매를 한 손에 올리고 사진찍기를 기다리던 아저씨.
뭔가 이슬람 사원의 분위기가 폴폴 풍기는 어부의 요새. 색도 하얘서 정말 독특하다.
요새의 크기가 상당하다는 것이 사람의 크기와 비교해서 대충 가늠이 된다.
어부의 요새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들. 날이 정말 좋아보이지만.... 하아.... ㅋㅋ 동유럽도 유럽이다:)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글루미 선데이>. 이 영화를 부다페스트 다녀오고 난 뒤에야 봤는데, 시간이 흘렀음에도 부다페스트라는 도시의 분위기는 변한 것이 많이 없었다. 그 영화에서처럼 레스토랑에서는 끊임없이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흘러나와 어부의 요새에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어부의 요새에서 동상이 있는 광장을 지나면,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보고 온 듯한 마챠시 성당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입장료는 650포린트.
지붕의 모자이크가 하얀 건물 외관과 어우러져 한껏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그러나 내부로 들어서면 외부와는 또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들이 들어오는 곳이 바로 입구.
벽화도 정말 독특하고, 무엇보다 다른 성당에서는 보지 못한 독특함에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흠뻑 빠져버렸다.
거대한 모자이크도 마음에 들었지만, 작은 창을 장식하는 이 창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설명도 자세히 되어있는데, 분명 읽었건만 기억이 안난다....ㅠ 의자에 앉아 사색에 잠겼다가 성당을 나섰다.
아쉬운 발걸음을 떼며 마차시 성당을 지나 왕궁 쪽으로 가는 길, 일렬로 나열된 헝가리 국기가 눈에 들어온다.
높은 빌딩 하나 없이 탁 트인 시내 전경.
헝가리의 상징인, 전설의 새 투룰(Turul).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듯한 위용스런 모습이다.
넓게 탁 트인 시원스런 광장이 부다왕궁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동유럽임을 증명하듯, 관리 안 된 동상의 분수들도 눈길을 끈다.
이게 왕궁 건물. 날씨 좋다! 아니, 좋아 보인다!!ㅋㅋ
완만한 돌길을 따라 산책하듯 내려올 수 있다.
왕궁 전체 건물.
길에서 만난 뚱뚱한 경관 아저씨.
부다페스트 최대 규모의 성 이슈트반 성당.
동행한 언니의 추천으로 나와 언니, 다른 오빠 한 명과 함께 free communist wal k에 참여했다. 구 소련의 일부였던 헝가리에는 과거 공산주의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이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니까, 헝가리에서는 외면할 수 없는 과거 유산이기도 하다. 호스텔마다 로비에 구비되어 있는 투어 팜플렛에 포함되어 있던 이 투어는, 말 그대로 'free'이지만, 마지막에 자발적인 donation을 부탁한다. 사진 속에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가이드 분이 왼쪽에 있다. 헝가리인으로, 어렸을 때 학교에서 어떤 공산주의 교육을 받았는가에 대해서 생생한 경험담을 섞어 가이드해 주셨다. 영어로 진행되지만 천천히 크게 또박또박 말해주기 때문에 이해가 그리 어렵지 않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관광객과 함께 움직이며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일부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있는 것에서 짐작 가능하듯, 비가 왔다. 많이 왔다..... 감기 걸릴 뻔....ㅠㅠ
한시간 반 정도 투어를 받고 이동한 카페 겸 펍에서 마지막으로 구경한, 그 시절의 물건들. 가이드를 받으며 내내 느꼈던 건, '옛날' 의 기억들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예쁘고 즐거웠던 것들만 간직하게 된다는 씁쓸한 진실이었다. 여전히 제대로 성장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경제 때문에, "옛날이 좋았다"며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하는 40대 이상의 헝가리인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직접 듣기도 했고.
유럽 특유의 길 이름 표지판. 한국도 길이름을 도입한 만큼, 실질적으로 시민들 혹은 관광객들이 활용할 수 있는 이런 제도의 현실화가 시급합니다........ 얼마 전에 발산역 갔었는데 길이름 없어서 조금 헤맸었다...
길이름이 바뀌면, 기존 이름에 익숙한 사람들을 위해 이런 식으로 수정을 가하는 것. 매우 바람직합니다.
국회 근처에서 발견한, 평범한 벽의 부조.
독특한 외관의 국회의사당.
중요한 건물이니만큼 지키는 경비원도 있고. 베레모가 눈에 띈다.
2차 세계대전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구멍난 국기를 국회의사당 옆에 전시해 두었다.
고뇌가 담긴 얼굴로 앉아 있는 아저씨. 이 옆에서 동행한 오빠가 똑같은 포즈와 표정으로 사진을 남겼다ㅋㅋㅋ
국회의사당 맞은편의 모습. 여기도 트램이 다녀서 길바닥이 복잡하다.
이 날의 피곤함을 가중시켰던 날씨. 하지만 하루가 끝날 때쯤 바로 이 장면 덕분에 그 피로가 싹 가셨다. 건물들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무지개. 여전히 습기가 공기 중에 가득함을 느끼면서도, 무지개 하나 덕분에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사진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졌고. 다들 무지개 찍느라 한참을 바빴다.
우중충한 날씨였지만, 늘상 있는 일이라는 듯 평온하게 산책하고 있는 현지인들.
슬슬 해가 지고 있다.
국회의사당에서 다리를 건너 가이드북에 나온 맛집을 찾아갔다.
가까스로 자리 하나를 차지해야 했을 정도로 북적이던 가게. 여기서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기를 기다렸다.
불빛이 들어온 국회의사당의 모습은, 낮과는 다르게 화려하고 세련된 자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를 떠올리면 자동스레 따라오는 이름, 세체니 다리.
강변을 걷는 도중 발견한 두 분. 마치 내 자신을 보는 듯한 자세에 몰래 사진을 찍고야 말았다ㅋㅋㅋㅋ 어떻게든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좋은 사진을 담아내기 위한 저 열정!!ㅋㅋ 야경을 잘 찍으려면 삼각대가 필요해ㅠㅠㅠ
세체니 다리를 걷기 시작했다. 동행한 오빠가 엠피쓰리를 빌려주셔서 글루미 선데이의 대표곡을 들으며 이 다리를 걸어볼 수 있었다. 음울한 음색이 가슴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끼자, 강바람도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부다페스트 궁.
세체니 다리 건너면 바로 정면에 있는 건물이다. 뭔진 모르겠지만 고풍스러운 야경 분위기가 물씬!
이 사진을 찍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웅성거리는 관광객 한 무리와 조금은 쌀쌀한 7월초 강변의 바람을 느끼면서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어내는 불빛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와 박히는 기분을 만끽했다.
매력적인 요정 동상.
왕궁 주변으로 건물들을 설명해 놓은, 벤치로도 사용 가능한 길가의 설치물.
어쩜 저렇게 아름다울까.... 직접 눈으로 봤을 때의 감동은, 누누히 말하지만 결코 사진으로는 전할 수가 없다.
세 번째 날, 첫날밤에 들린 겔레트르 언덕을 바라보며 강변을 걸어 왕궁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만난 폭포.
독특한 형태의 램프길에, 여기는 어떤 역사가 있을까 기웃거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리고 발견한 운명적인 카페 하나. 전날 동행했던 언니와 여기 죽치고 앉아 약 일곱시간을 죽치고 앉아 여유를 만끽했다. 수다도 떨고, 밀린 일기도 쓰고, 일정 정리도 하고, 다시 수다 떨고, 먹고, 먹고, 또 먹으면서 말이다.. 혹자는 부다페스트까지 가서 무슨 엉뚱한 시간낭비야?! 라고 비난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현지인의 일상에 녹아들어 '일상적인 한가로움'을 즐길 줄 알았기 때문에 의기투합하여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1차, 2차, 3차로 먹은 것들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에 입장해서, 카페 문 닫을 때 됐다는 주인의 말에 아쉬워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한참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에, 두둑히 팁을 포함해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바로 저녁 먹으러 감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가이드북에 나온 식당이었다. 가운데 국물있는 것이 헝가리 고유의 음식, 굴라쉬다. 완벽하게 육개장 맛이 나서 너무 좋았다.....♡ 유럽에서는 라면 이외에는 얼큰한 국물이라는 것을 먹어보질 못했는데, 헝가리에서 속이 완전 개운해졌다!!!!!!!! 왜 한국에 안들어오는지 모르겠어. 서울에 헝가리 전문 음식점 없나!?!ㅠㅠㅠㅠㅠ
마지막 날은 바로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동했다. 3박이나 했지만, 의외로 본 건 많이 없어서 아쉽긴 하다. 곳곳에 예상치 못한 이상하고 독특한 매력이 담뿍 뿌려져 있던 도시였다. 부다페스트를 다시 방문하는 그 때에는, 옆에 사랑하는 남자 하나 끼고 있어야지..,... 부다페스트는 홀로 여행객을 너무나도 외롭게 만드는 도시이기도 했다. 그래서 강력하게 말하는 것이다. "반드시" 사랑하는 사람과 가야 하는 곳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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