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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주절/Easily

감정노동

누비` 2013. 12. 21. 21:02


오늘 생애 두 번째로 네일을 받고 왔다. 갈 생각이 정말 없었는데, 지난주에 이미 선결제하고 예약까지 잡아놓고 왔다는 엄마와 동생의 성화에 못 이겨 함께 나갔다. 젤은 처음 해봤는데 두께가 진짜 엄청나서ㅋㅋ 이거 그냥은 못 지울듯..?!ㅋㅋㅋ 곧 크리스마스라서 빨간색이랑 초록색 글리터로 해봤는데 엄마가 손만 엄청 튄다며ㅋㅋ



네일하면서 내내 생각한 게, 나는 정말 남이 뭔갈 해주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한다는 사실이었다. 미용실에서도 '뭐 해드리겠습니다~', '물 온도는 괜찮으신가요~'라고 일일이 물어보며 확인하는 것에 익숙해지는데 오래 걸렸는데, 심지어 네일샵에서는 마주보며 손을 맡기고 있어서 더욱 불편하다ㅠ 뭔가 나를 너무 높은 고객처럼 대하는 게 부담스럽달까. 공주님, 왕자님 대접 받는 데 익숙한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런 환경에서 살아오지 않은 한, 이런 식의 대우가 편하고 일상적일 리가 없어.....!!!... 는 나만의 생각이려나. 미용실에서도 늘, 감정노동이 정말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까지 든다. 지금은 그나마 익숙해져서 같이 웃어주고 똑같이 존댓말하며 계속 표현하고는 있지만.   



어젯밤에 고대하던 톨킨 시리즈를 택배로 받았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늦은 시간에, 무거운 책을 들고 집 앞까지 올라와주신 그분에게 심심한 감사를..ㅠㅠ




2013.12.19 차차차 38화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528785&no=50&weekday=thu




유럽에서도 늘상 생각했던 건데, 매일밤 눈부실 정도로 반짝거리는 네온사인 속에 밤을 새며 편의점과 술집 등의 많은 가게들을 지키고 있는, "24시간 운영 중인 대한민국 사회"의 노동자들은 행복할 수가 없다. 저녁 5시, 6시면 칼같이 문을 죄다 닫아버린 서유럽 가게들의 닫힌 철문 앞에서 한국이 편리하긴 하다고 말하고 다녔으나, 실상은 그렇게 일함으로서 자신의 사적인 시간을 사수하고 있는 그들이 부러웠었다. 인용한 네이버 웹툰의 저 장면은,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늘 나오던 바로 그 악순환이다. 구성원들이 저런 방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사회는, 분풀이할 상대를 잘못 찾은 분노가 순환되며 정체와 퇴보를 야기한다. 배려하고 이해하며, 내 감정만큼 타인의 감정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이런 게 "함께 하는 사회"이자 "행복한 공동체"지.



멀리 멀리 돌아왔지만, 감정 노동자의 서비스를 받을 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감정을 존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내가 돈을 냈으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그건 바로 악순환의 시발점이 될 뿐이다. 돈을 내고 정당한 서비스를 받는 건 당연한 권리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막무가내로 행동한다거나 무슨 왕이 된 것마냥 떠받들어지길 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거다.... 머 그렇다고.



아참, 호빗2 3d 아직 못 봄...ㅠ...... 다음주 중으로 꼭 봐야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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