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의 삶in LG아트센터 U+스테이지, 2024.12.28 7시 윤나무 게르트 비즐러, 정승길 게오르그 드라이만, 최희서 크리스타 마리아 질란트, 김정호 브루노 햄프 외, 이호철 그루비츠 외, 박성민 우도 외. 연극 관극 후 바로 영화를 봤더니 장면들이 더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 위에서 다양한 장소들을 표현하는 연출의 중요성도 새삼 느꼈고. 영화와 약간씩 다른 부분이 보이는 것도 재밌다. 예를 들면 드라이만이 받은 선물이 영화에서는 악보였는데 연극에서는 LP판이다. 피아노를 직접 치는 장면을 넣을 수 있는 영화와 다르게, 연극에서는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이외에도 1인 다역을 위해 소품이나 의상뿐만 아니라, 걸음걸이와 말투, 목소리 등을 바꿔내는 방식이..

온 더 비트 in 대학로 TOM 2관, 2023.05.24 4시 윤나무 아드리앙. 초연 때 예매까지 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았던 극이라서, 퇴사 하자마자 마티네로 보러왔다! 어쩐지 근래의 관극들은 놓쳤던 작품을 찾아보는 게 대부분이네. 110분을 오롯이 혼자 이끌어가야 하는 1인극이어서 몹시 궁금했다. 살수선에서 만났던 윤트리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어서, 이 극 역시 트리아드리앙을 선택하게 됐다. 순수하고 직설적인 아드리앙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때로는 투박하고 가끔은 아름답지만 대체로 잔혹하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담백한 아드리앙의 궁금증 너머에 존재하는 '현실'이 무엇인지, 관객들은 능히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의와 편견 없는 아드리앙의 말과 행동은 웃음을 이끌어..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in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2022.08.27 7시 윤나무 서술자 외. 의자와 책상 하나. 최소한의 소품이 놓인 무대에 오롯이 홀로 선 배우가 풀어내는 긴박하고 일상적이고 극적인 24시간. 어투와 목소리, 동작, 태도 등의 디테일 변화를 통해 삽시간에 바꿔내는 인물들. 관객이 그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보조하는 음악과 조명, 그리고 영상. 몰입과 웃음, 긴장과 공감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삶과 감정과 이야기. 시각적 자극과 청각적 환기는 적절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극의 시작과 끝을 온전히 완성한다. 쉽지 않은 극임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더 숨이 막히는 경험을 했다. 아직 비극을 알지 못하는, 자신은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그러나 곧 완전히 무너져 내릴, 그 안전하고 행..

쇼맨 in 정동극장, 2022.05.13 7시반 윤나무 네불라, 정운선 수아, 이하 원캐. 안창용, 이현진, 김대웅, 이다정. 여러가지 이유로 정동에서 올라오는 작품들에 관심을 두고 있고, 이 극 역시 캐스팅 공개 전부터 궁금했었다. 연초가 특히나 바쁜 관계로 막공주까지 시간을 못내다가 틈 날 때마다 산책을 해서 앞자리를 하나 주워 객석에 앉았다. 첫장면의 트리네불라 얼굴과 몸짓에 압도당해 눈물을 뚝 떨어뜨리며 생각했다. 재연 언제 오지. 이 배우들 그대로 연말에 앵콜공 해주시면 안될까요. 이렇게까지 다채롭게 취향인 창작극이 너어무 오랜만이라서 관극 내내 벅차올랐다. 잘 짜여진 이야기 구성과 풍성한 맥락을 지닌 복합적인 인물들, 이를 위한 장면 연출과 넘버 활용을 통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무대 위 세상에..
킬미나우 in 충무아트홀 블랙, 2017.05.10 8시공연 킬미나우 재연. 이승준 제이크, 윤나무 조이, 신은정 로빈, 이진희 트와일라, 문성일 라우디. 승제이크, 트리조이, 진희트왈라, 핫라우디, 은정로빈. 초연 때는 볼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재연이 길게 올라온다는 소식에 마음의 각오를 하고 관극을 갔다. 쉽지 않은 주제지만 적당한 재치와 유머로 초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나간다. 삶의 한 형태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기에, 조이가 지닌 '장애' 는 차별이나 편견,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다름' 으로 인지하게 만든다. 움직임이 불편하여 다른 이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자라고 배우고 성장하며 고민하고 갈등하고 기뻐하고 아파하고 슬퍼하는 '인생' 인 건 여타의 삶들과 같다. 물론, 그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