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라노in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2024.12.06 7시반 조형균 시라노, 나하나 록산, 임준혁 크리스티앙, 이하 원캐. 시라노 삼연 총첫공. 시라노 초재삼연 28차 관극. 시라노가 돌아왔다! 그렇지만 나의 시라노는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사랑했던 극으로 돌아오지도 않았다. 내가 좋아했던 넘버들도 돌아오지 못했다. 눈물은 흘렸으나 5년 전, 7년 전의 감정과는 사뭇 달랐다. 어떤 재회는 벅차올랐고 어떤 변화는 헛헛함을 자아냈다. 빈틈없이 꽉꽉 채워 넣은 개연성은 이해도와 피로도를 동시에 높였다. 새롭게 추가된 설정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느라 흥분했지만, 나의 영혼을 뒤흔들던 시라노가 돌아오지 않았음에 못내 슬퍼졌다. '달토끼였던' 관객으로서, 초연과도 재연과도 다른 극이 되어버린 삼연의 시라노가 반갑고..

위키드 in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2021.03.19 7시반 손승연 엘파바, 나하나 글린다, 서경수 피에로, 남경주 마법사, 이소유 모리블. 위키드 라센 자둘. 자첫 때 손나나 페어를 봤으니 자둘은 손정 페어를 보려고 스케쥴에 맞춰 예매를 해놨는데, 공연 시작을 한 시간도 안남기고 글린다 역의 배우가 변경됐다는 공지에 마음이 상했다. 관객에게 굳이 알리지 않은 무대 뒤 사정이 있겠지만, 변경된 배우가 이미 몇 시간 전부터 와서 대기를 하고 있었을텐데 이렇게 급박하게 통지 식의 변경 안내를 해야 했을까. 결과적으로는 이날 공연이 너무너무너무 좋아서 박수를 치다가 손바닥에 멍이 들 정도로 행복하게 즐기고는 왔지만, 조금만 더 일찍 공지를 했더라면 앞줄의 빈 좌석을 덜 볼 수 있었으리라는 확신이 있어 거듭 ..

위키드 in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2021.02.21 7시 손승연 엘파바, 나하나 글린다, 서경수 피에로, 이상준 마법사, 이소유 모리블 학장, 이하 원캐. 위키드 자넷, 라센 자첫! 런던에서 처음 만난 이 작품의 라이센스 공연을 10년이 지난 후에 비로소 마주한 감회가 몹시 새로웠다. 11년에 웨스트엔드에서 자첫을 하고, 12년도에 서울에서 내한공연으로 자둘을, 그리고 16년에 싱가폴에서 자셋을 했고, 드디어 한국 배우들의 라센공으로 자넷을 했다. 16년도에 예당에 라센이 올라왔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못사로 남았던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는데, 드디어 한을 풀었다!! 를 재해석하여 탄탄한 이야기를 새로이 창조해낸 이 멋진 극은, 10년 전과 다름 없이 황홀하고 눈부시고 아름다웠다. 붉은 눈의 타임드래..

시라노 in 광림아트센터bbch홀, 2019.09.22 2시 류정한 시라노, 나하나 록산, 김용한 크리스티앙. 류라노 재연 열 번째 관극. 류하나용한 페어 둘공이자 세미막이자 자둘. 처음부터 끝까지 물 흐르듯 막힘없이 진행된 공연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다듬어낸 평소의 노선에 황홀할 정도로 풍성한 음색이 더해지니 가히 완벽한 공연이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0919 가 정말 마음에 들었지만, 0922 공연은 반론의 여지없는 훌륭한 공연이었다. 재연 들어 처음으로 오피석에 앉아본 터라, 뒤쪽에서는 세세하게 보기 어려웠던 류라노의 섬세한 표정들에 집중했다. 무대 저 안쪽에서도 디테일하게 표정 연기를 하고 있는 류라노를 보며 그저 극 자체에 한껏 빠져들어 이야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단 두 번이었지만 ..

시데레우스 in 충무아트센터 블랙, 2019.06.01 6시반 박민성 갈릴레오, 신성민 케플러, 나하나 마리아. 성서에 적혀있는, 종교가 정해놓은, 모두가 옳다고 믿는 설명이 과연 진실인가. 사회가 규정 지은 한계를 향한 날카로운 질문들은 항상 인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했다.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사실들을 직시하고, 온전히 새로운 상상력을 동원하여 올바른 정답을 찾아간다. 무지를 지양하고 진실을 지향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존재하는 이유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종교의 가르침에 의구심을 품고 다른 가정을 세운 뒤 현상을 분석하던 갈릴레오는, 문득 신의 뜻을 거스르는 짓을 해도 좋을지 망설인다. 그러자 자신의 안경으로 망원경의 모티브를 얻은 케플러가 말한다. 만약 정말로 인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