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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데레우스

in 충무아트센터 블랙, 2019.06.01 6시반

 

 

 

 

박민성 갈릴레오, 신성민 케플러, 나하나 마리아.

 

 

성서에 적혀있는, 종교가 정해놓은, 모두가 옳다고 믿는 설명이 과연 진실인가. 사회가 규정 지은 한계를 향한 날카로운 질문들은 항상 인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했다.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사실들을 직시하고, 온전히 새로운 상상력을 동원하여 올바른 정답을 찾아간다. 무지를 지양하고 진실을 지향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존재하는 이유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종교의 가르침에 의구심을 품고 다른 가정을 세운 뒤 현상을 분석하던 갈릴레오는, 문득 신의 뜻을 거스르는 짓을 해도 좋을지 망설인다. 그러자 자신의 안경으로 망원경의 모티브를 얻은 케플러가 말한다. 만약 정말로 인간이 봐서는 안될 것이었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거라고. 수수께끼가 던져진 것은 답을 찾아보라는 뜻이라고. 진리를 향한 탐구를 멈추지 않고 끝내 진실을 밝혀낸다.

 

 

"진실이 날 두렵게 하고 / 거짓이 날 위로하여도 / 돌아가선 안돼 예전의 그때로"

 

 

확고한 믿음을 지니고 신에게 자신을 바쳤던 마리아도, 진실 앞에서는 더 이상 눈을 감고 외면할 수 없다. 자신의 믿음은 굳건하지만, 참을 거짓이라 말할 수는 없다. 아버지의 행보가 자신에게 "검은 얼룩을 남겼" 노라 원망했었지만, 그럼에도 "새어 나오는 빛 / 새겨져 버린 별 / 지울 수 없는 감출 수 없는 이야기" 를 마주하고 그를 이해하고 용서한다. 이야기를 시작하고 진행시키는 화자이자, 이 이야기로 가장 크게 변하는 인물인 마리아를 구심점으로 삼은 극의 구성 덕분에, 갈릴레오와 케플러가 만들어낸 결과물의 가치가 더욱 강조됐다.

 

 

 

 

전반적인 무대 연출이 독특하고 동화적이고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케플러가 갈릴레오에게 보내는 편지는 띠링, 하는 효과음과 함께 조명이 반원형 무대 틀의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으로 미끄러지는 것으로 표현된다. 살짝 기울어진 중앙의 무대는 바닥에 내려놓은 빛나는 책 소품이 객석의 시야각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돕는다. 그 무대에 드러누운 배우를 찍는 천장의 카메라 영상을 안쪽 벽에 실시간으로 비춰준다. 이외에도 반짝이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나, 메디치 가의 후원을 청하며 목성의 4개의 별에 그들의 이름을 붙여주겠다고 할 때의 유쾌한 그림 등, 전반적인 영상 활용이 재미있었다. 1열 객석 바로 앞까지 펼쳐진 무대 바닥에 천문학 별자리 지도가 그려진 디테일도 인상적이었다. 라이브 연주에 맞춰 진행되는 매력적인 넘버, 담백하지만 몽글몽글한 비유로 가득한 가사들이 극과 잘 어울렸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공연의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한층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극이어서 신선했다.

 

 

"기나긴 거리를 넘어 별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 기나긴 시간을 견뎌 별들의 소식을 받고 있어"

 

 

별의 소식을 전하는 사람,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아직도 우주는 미지의 영역이지만, 궁금함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인간은 진실을 알기 위한 노력을 끝까지 멈추지 않으리라. 유난히 갈릴레이와 관련된 극이 많은 올 한 해는 우연이겠지만, 억압에 굴복하지 않고 의심을 멈추지 않았던 인간의 의지는 앞으로도 계속 다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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