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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in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2023.11.12 3시

 

 

 

 

류정한 막심, 신영숙 댄버스, 이지혜 이히, 윤석원 잭 파벨, 윤사봉 반 호퍼, 이은율 베아트리체, 고철순 프랭크, 제병진 가일스, 김현웅 줄리앙, 이종원 벤. 레베카 자12, 류막심 자11, 신댄 자6. 류신 페어막. 신댄 막공!

 

 

신댄을 그냥 보낼 수 없어서 다시 맨덜리를 찾았다. 익숙하지만 언제나 짜릿한 MSG의 맛에 안정적인 쾌감을 느꼈다. 등장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신댄은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극장 전체를 휘어잡았다. 비웃음이나 의뭉스러운 미소 등, 이히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관객은 아주 잘 보이도록 표정을 크게 드러내는 디테일이 맛있었다. 강렬하고 위압적인 모습이 점차 광기로 물들어가는 변화가 드라마틱하게 표현되었고, 그래서 마지막 레베카맆과 불맨의 결말이 보여주는 낙폭이 크고 뚜렷했다. 아는 맛을 이렇게 맛깔나게 차려내는 신댄 덕분에 맨덜리가 더 스산하고 화려하고 쓸쓸하게 그려진다. 

 

 

막공 기념 무대인사의 신댄 배우 본체 역시 사랑스럽기 그지 없었다. 전시즌 개근이라는 어마어마한 업적에 절로 경탄이 터졌다. 댄버스가 신영숙이고 신영숙이 곧 댄버스 아닌가요. 앞으로도 쩌렁쩌렁하게 맨덜리 저택을 지켜주세요.

 

 

 

 

경력직의 류막심과 졔이히의 안정감도 좋았다. 특히 하또하 마지막 듀엣과 밤의 저편 듀엣이 부드럽게 어우러졌다. 어미를 구어체로 바꿔내며 익숙하게 극을 이끄는 졔이히의 디테일이 편안했다. 청혼씬이나 별빛송에서 과하게 얼굴 표정을 사용하여 객석의 웃음을 유도하는 것도 귀여웠고, 하또하 직전 체스씬에서 "이긴 사람은 뭘 얻게 되죠?" 하며 입술을 이미 쭉 내밀고 있는 디테일도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자연스럽게 류막심의 허리를 끌어당겨 껴안는 것도 좋았다.

 

 

"당신을 통해 봤죠

순간의 아름다움을"

 

 

앞으로 레베카를 얼마나 더 많이 보게 될지 확언할 수 없지만, 이 극이 주는 꽉 짜인 완벽함은 언제나 안락함을 선사해주리라는 믿음은 확고하다. 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은 알려주지 않지만, 행복의 순간을 온 마음을 다해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알려준 작품이니까. 다른 공연장에서 또 만납시다, 맨덜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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