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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란카운티

in 한전아트센터, 2023.06.21 3시

 

 

 

 

류정한 존, 이병찬 다니엘, 안세하 라일리, 정명은 나탈리, 강동우 배질, 지수연 엘레나, 김상현 페터슨, 김도신 토니 보일, 정아인 엠버, 이하 원캐. 류존 자둘.

 

 

첫공 이후 한 달 만에 광산을 다시 찾았다. 첫공과 캐슷이 거의 유사한 건 조금 아쉬웠으나, 오랜만의 마티네 공연을 놓칠 수 없었다. 비까지 내린 덕분에 촉촉하고 짱짱한 류배우님의 목소리를 양껏 즐길 수 있어 행복했다. 특히 1막은 완벽 그 자체였는데, 마지막 '우리 살아갈 세상' 넘버는 눈물이 주륵 흐를 정도로 벅차게 아름다웠다. 눈을 반짝이며 별을 좇는 류존의 모습에서, 만나보지도 못한 두도시의 시드니가 겹쳐 보였다.

 

 

"저 하늘 반짝이는 별들 따라

끝까지 걸어가면 찾을 수 있을까

우리 살아갈 세상"

 

 

굳건한 신념을 지니고 올바른 길을 걷기 위해 노력했지만, 사랑하는 이를 위해 뜻을 꺾는 류존의 절망감이 짙었다. 그럼에도 끝내 옳은 길을 향해 걸어가는 그 발걸음은 찬란했다. 2막 존의 마지막 솔로 넘버 '시작' 도입 직전, 무대 앞쪽에 앉아 명치부터 힘겹게 끌어올려 토해낸 한숨 소리에 불현듯 시라노가 스쳤다. 영혼이 파르르 떨며 쏟아내는 비명 같던 그 숨소리가. 말짱한 류존의 코에 커다란 시라노의 코가 겹쳐 보여서, 까만 그의 머리 위로 새하얗게 샌 시라노의 회색빛 머리카락처럼 조명이 스쳐서, 사무치게 시라노가 보고 싶어졌다. 두려운 듯 헬멧을 손으로 두어 번 만지작거리는 류존의 손짓까지 다분히 인간적이어서 더더욱 그러했다. 세상의 모든 위선과 거짓에 삿대질을 하며 고집스럽게 홀로 자신만의 길을 걷던 류라노가 너무나 그립다.

 

 

 

 

"작은 힘들이 모여

우리의 함성을 만들어"

 

 

이 작품이 전하고픈 메시지가 무엇인지, 자둘을 하니 보다 명확해지긴 했다. 리프라이즈를 활용하여 인물들의 감정과 행동 개연성을 부여하려는 연출 의도도 더 정확하게 이해가 됐다.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과욕을 부렸다고 생각한다. 물론 광부라는 동일한 직업의 집단 안에서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동일하게 행동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만약 그렇게 썼다면 편견을 전제로 한 태만함이라 비판했으리라. 그러나 배신자와 변절자 등 이토록 다양한 인간 군상을 한 번에 담아내려 한 것은, 대극장 뮤지컬이라는 양식에 적합하지 않았다고 본다. 자둘을 해야 오롯이 보이는 극은, 잘 만든 극이 아니다.

 

 

막공 전에 다른 다니엘로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마음의 여력과 지갑의 여유가 될지 모르겠다. 네 번째 막심 끝내고 시라노 올려주세요, 류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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