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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야

in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2023.02.25 7시

 

 

 

 

문태유 빵야, 정운선 나나, 이하 원캐. 오대석, 이상은, 김세환, 김지혜, 진초록, 송영미, 최정우.

 

 

첫공 평이 워낙 좋아서 건축탐탐 강의 수강하러 마곡까지 가는 김에 자첫자막을 하기로 했다. 예매 당시 제일 앞이었던 g열을 잡았는데 객석에 들어가 보니 실3열이라서 깜짝 놀랐다. 잡동사니 가득한 소품실이라는 공간에서 발견되어 회고되는 파란만장한 이야기의 정취가 다정하여 슬펐고 담백하여 처참했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빵야의 역사가 괴롭고 처절한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극중극과 그 바깥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세상의 모든 총은 슬퍼"

 

 

실재했던 사실을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오만한 행위의 위험성을, 나나는 악몽을 꾸고 번뇌하며 온몸으로 깨닫는다. 기록하고 기억하여 증언하기 위함이라는 제 변명은 사실이지만 거짓에 가깝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글을 쓸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그 글을 남에게 넘길 수 없다. 그 책임과 슬픔과 괴로움을 오롯이 끌어안은 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죽음을 많이도 마주해온 빵야의 괴로움을 마주하면서.

 

 

 

 

"영문도 모르고 끌려와서

모두 총이 됐어

너도 나도 총이 됐어

나도 그렇게 총이 됐어"

 

 

거대한 시대의 흐름에 삼켜진 개개인들은 영문고 모르고 상처 입고 피를 토하고 복수를 부르짖고 죽어간다. 영문도 모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에 겨우 하룻밤 열심히 밟은 그 거대한 바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금밖에 닳지 않을지라도, 수많은 이들은 바위를 밟는다. 살아있기에, 이곳에 살아있었기에. 잔혹하고 이기적인 수많은 이들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은 인간다운 사람들이 있었기에, 역사는 이어지고 있다. 기억하고 기록하여 증언하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미래가 필요하건만, 역사는 자꾸만 한 걸음 내딛고 두 걸음 돌아서며 지지부진 머무르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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