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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가 사회 기저에 깔려있다. 일반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대체로 튀는 사람은 기피하고 이상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전반적으로 강하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요새는 바뀌고 있는 추세라고 하긴 하더라만. 나 역시 이런 문화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지금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사는 건 못하고 있다. 사회라는 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 낸 공동체니까 어느 정도 다른 사람과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야 하는 건 필요하기도 하고. 그러나, 남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닌 개인의 개성이나 특징을 가지고 비난하고 깎아내리며 소외를 시키는 경우, 혹은 정말 사소한 일인데 그걸 불편해하고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경우 등등은 이해가 안 될 때가 자주 있다.
예를 들어 생리대 사는 거 부끄러워 하는 거?
나 이거 진짜 왜 부끄럽고 민망하고 쑥스러운 일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남자들이 누나나 엄마, 여동생 또는 애인이나 부인한테 부탁을 받아 사러 간 경우...... 파는 사람도 다 그렇게 부탁 혹은 강요에 따라 사러 왔으리라는 것을 잘 알텐데, 그걸 왜 민망해 하는 거야? 생리대가 왜 부끄러워? 그리고 여자의 경우도, 알바생이 남자거나 하면 계산대에 가는 걸 망설이고 부끄러워 하는데, 아니 그 사람 아세요? 그쪽도 그냥 한 달에 한 번 매직타임이겠거니 하고 별 생각 없이 계산할텐데, 왜 스스로 부끄러워 하는 거야?? ...... 정말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개인 취미를 악착같이 숨기는 거.... 는 감정적으로 이해 및 공감은 할 수 있지만, 절대 부끄러워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굳이 나서서 내 덕질 분야를 동네방네 알리고 다니지는 않는다. 왜냐고? 내 취미니까 나만 즐기면 되는 거지 그걸 다른 사람한테 알릴 필요는 없는 거잖아? 그치만 대화를 오래 하다 보니까 우연히 그 주제가 나온다거나 길 가다가 관련 노래라도 나오면 슬쩍 일코해제 하는 거지 뭐. 혹시 알아? 그 사람도 나랑 취미가 비슷할지. 현대인들은 다들 숨기는 것에만 급급해서, 가면을 쓰고 있는 상대방의 내면을 알려고 들자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나마 대학은 학교의 연장이니까 사람 사귀기 쉬웠지만, 지금 당장 사회로 나가면 학창시절 친구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 새로 사귀는 거 엄청 어렵다.
내가 내 맘에 들어서 입고 나간 옷인데 그거 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도 주로 뒤에서) 왈가왈부하는 건 말하기도 입 아픈 사례다. 그 외에도 명품에 관심이 없거나 명품을 소유하지 않으면 희안하다는 눈으로 쳐다보기, 미혼이 아니라 비혼인 싱글족에게 훈수두기, 성정체성 다른 사람 비하하기, 옆사람의 스펙 보고 너도나도 달려들어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진 취준생 스펙, 성별 따라 직업군 차별하기, 소속 집단이 아닌 사람은 일단 배제하고 보기. 아, 진짜 내 맘이야!! 내가 좋아해서 한다는데 왜 옆에서 훈수질이세요? 그냥 당신 인생 사세요.
ps. 글 쓰다 보니 마땅한 짤이 자꾸 생각은 나는데, 내가 짤 모으는 습관이 없어서..ㅋㅋ 아쉽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