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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in 샤롯데씨어터, 2020.06.07 7시

 

 

 

 

류정한 드라큘라, 임혜영 미나, 강태을 반헬싱, 이예은 루시, 이충주 조나단, 김도현 렌필드, 이하 원캐. 삼연 드라큘라 총막. 류큘 막공. 류큘 21차 관극. 류임 10차 관극이자 페어 전관.

 

 

짹, 시라노 초재연, 프랑켄에 이어 다섯번째로 류배우님의 총막을 관극했다. 양옆 배우들과 눈빛을 교환한 뒤 멋지게 뛰어내리는 류큘과 그에 맞춰 폴짝 뛰어오르는 배우들. "한국 뮤지컬 역사 상 가장 짧은 무대인사를 하겠다"며 말이 길어지는 사람은 오케에서 랖앺랖 전주를 깔아주기로 했고, 덕분에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큐시트를 넘겨보고 계속 다른 큘들에게 소곤소곤 속닥속닥 말을 거는 귀여운 류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행복하게 이 극을 보내줬다.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공연 중단이라는 사태까지 있었지만, 예정된 총막으로 무사히 작품을 끝낼 수 있어 그저 다행이고 감사했다.

 

 

무대인사가 끝나고 모두 퇴장한 뒤 객석에 큰절을 한 류큘은 엄지로 입가를 쓱 훑은 뒤 그대로 객석을 향해 그 엄지를 들어 보인다. 씩 잘생긴 미소를 걸어내며 멋지게 망토를 휘날려 관으로 돌아간다. 양팔을 교차하며 팔짱을 끼기 직전처럼 허공에 팔을 들고 있다가, 오케 반주가 빰, 하고 끝나는 타이밍에 맞춰 팔짱을 끼며 고개를 왼쪽 아래로 살짝 떨궈 눈을 감는다. 마치 영원한 안식을 맞이해 잠이 든 드라큘라처럼. 마지막 커튼콜까지 극의 일부로써 온전히 완성시키는 이 위대한 배우를 사랑하지 않는 법을, 결코 알 수 없으리라.

 

 

 

 

※스포있음

 

 

프블 "살리라-" 하며 양손 주먹을 위로 불끈 말아 쥐던 마지막 포즈를, 막공에서만 오른쪽 주먹 하나를 꽉 쥐었다. 한 손에 온 세상을 움켜쥐는 서슬 퍼런 마지막 위압감에 끝없는 환호를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이 넘버를 갈망하던 지난 5년이 그저 꿈만 같다. She 넘버 또한 너무나도 듣고 싶은 곡이었기에, 위대하고 진실된 사랑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벅차고 황홀하고 감사했다. 엘리자벳사를 앞에 두고 "나의 모든 것을 바쳤잖아" 라고 외치면서 양팔을 가득 벌려내는데 평소보다 더 젊고 날카로웠다. 그래서 "신을 따른 믿음의 왕자"의 배신감이 형형하게 일렁였다. 이날 후반부를 마디마디 끊어내며 손짓을 다채롭게 했는데, "고통" 하면서 꼭 쥔 양주먹을 가슴팍에 가져다대는 괴로움이 몹시도 애틋했다. "신이여 신이여 제발 그녀를 살려주세요.." 라고 읊조리는 디테일을 사랑했다. 세미막에서는 "신이시여.." 라고 불렀다. 구원이 있었냐는 미나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 세미막과 막공에서 "누가 알까요" 라는 원래 대사로 돌아왔다. 

 

 

러빙유. 파들거리는 어깨에 흘러내리는 소리 없는 절규를 사랑했다. "당신의 자리를 찾아 돌아와요" 하며 오른손으로 제 옆자리를 가리키는 고정디테일도 매번 애틋했다. "미나, 미나" 하며 바닥을 다급하게 탁탁 치는 디테일이 막공에서 한 번 더 있었다. "이런 내 자신을 원망해야 하는데" 라고 무대 가운데서 노래하는 미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양손바닥을 모아 기도하는 후반부 디테일도 아꼈다. 조나단 목소리가 섞여들자 괴로운 얼굴로 오른손을 들어 머리를 짚고 왼손도 마저 들어 반대쪽 관자놀이를 짚는다. 괴로워하다가 일어나기 직전에 오른손을 주먹 쥐고 제 허벅지를 퍽퍽 내리치는 디테일은 총막에서만 있었다. 프블에서 "강인한! 젊음을 채워" 하면서 말아쥔 바로 그 오른손으로. 마지막 소절을 부를 때 세미막에서는 양팔을 양옆으로 벌려냈는데, 총막에서는 예전처럼 미나를 향해 양팔을 앞으로 뻗어냈다. 무릎 꿇고 괴로워하며 미나의 이름을 수없이 읊조리는 류큘. "이러지 마 제발" 이라고 중얼거리는 디테일이 5월말부터 있었는데, 플돈미 "이러지마 안돼" 라는 가사에서 가져온 것이었음을 막공에서야 깨달았다. 양손을 세우듯 모아 얼굴을 가리며 흐느끼던 류큘은 웨딩 노래에 무릎 꿇은 채 아아악 비명을 토해냈다.

 

 

랖앺랖. 루시의 뒤에서 탐욕스럽게 눈을 번뜩이며 혀로 입술을 핥는 디테일을 총막에서 오랜만에 봤다. 루시 뒤에 서서 오른팔을 하늘 향해 치켜들며 자신이 펼쳐낼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영원한 삶" 하며 목소리를 긁어내고 양팔을 가득 벌리며 위압적인 면모를 끝없이 보여준다. "자!" 하며 순결한 피로 갈증을 채우라면서 평소보다 자세를 더 낮춰냈다.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랐건만, 야속하게도 이토록 맹렬하고 뜨겁게 끝나버렸다.

 

 

 

 

시덕션. 세미막에서는 코트를 벗기는 타이밍이 살짝 어긋나서 휘청했는데, 막공은 완벽하게 섹시하고 매력적이었다. 침대에 누운 류큘이 손톱으로 제 가슴을 그어 피를 낸 뒤 미나와 시선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이는 디테일이 세미막부터 있었다는데 막공에서만 봤다. 막공의 신음이 더 컸고 왼손 손가락의 움직임도 더 격렬했다. 난입한 반헬싱을 흘끗 보더니 미나의 머리를 소중히 감싸며 끝까지 조심스럽게 그를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침대를 딛고 일어서면서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시작하는 잇츠오버. "보내줄 때 떠나" 하고 냉랭한 목소리로 왼손을 손등이 위로 가게 하여 반헬싱 쪽으로 뻗어내며 위압적으로 제압했다가, 그대로 손목을 돌려 자비를 건네는 듯한 동작을 취한다. "날 대-적하지 못해" 까지 부른 뒤 폴짝 뛰어서 내려온다. 팔을 벌려내며 "전쟁 끝에 선물은 이미 나의 것"이라 선언하다가, 들이미는 성경책에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휘청인다. 퀸시의 총에 몸을 튕기는 순간 앞머리가 살짝 들썩였는데 그 하얗고 단정한 얼굴이 너무너무너무 잘생겨서 현실감마저 잃었다. 인간 무리들을 제압하는 이 장면의 류큘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워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매혹적인 미모에 쩌렁쩌렁한 음성까지 더해진 이 넘버가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건만.. 재등장하여 입을 크게 벌려 비웃는 마왕 디테일이 막공까지 유지되어 행복했다. 서슬 퍼런 노여움을 내뿜으며 왼손을 들어 미나 어깨너머의 반헬싱을 가리킨 류큘은 "미나!!!!" 하고 순간적으로 화를 낸 뒤, 뒷걸음질 치면서 상처받은 눈빛으로 "미나.." 하고 중얼거린다. 총막에서만 거의 퇴장 직전까지 미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트시. "영원해-" 하며 굵고 웅장하게 목소리를 바꿔내는 동시에 두 눈을 번쩍 뜬다. 돌변하는 색감. 공간을 압도하며 공기를 일렁이는 이 넘버를 지독히도 사랑했다. "거부해 자연의 법칙에 맞서" 찰나를 멈춰 세우고 싶었다. 귓가에 이 목소리가 속삭인다면 영혼이든 뭐든 다 내어줄 수 있어요. 진심이에요.

 

 

더롱거. 이 놀라운 넘버를 듣는 것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청량한 도입부터 울컥했다. 공연 초반처럼 계단 앞쪽에 서서 왼블 방향으로 살짝 빗겨선 채 양팔을 벌리며 노래한다. 그대로 몸을 돌려 코트 자락을 양손 끝으로 잡고 "영원한 삶 혼자라면 의미 있나" 하며 계단을 오른다. 울림 가득한 공간을 채워내는 음색은 그의 의상처럼 강렬하고 짙은 붉은색으로 공기를 가득 일렁인다. 청각이 시각으로 형상화되는 찰나.  지난주보다 덜 휘청이며 정육면체 모서리를 한번 짚고 오른쪽 위로 올라간다. "내 세상 멈추네" 하고서는 다급하고 두려운 얼굴로 제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본다. 몇 계단 내려와 다시 한번 "내 세상 멈추네" 하고 길고 길게 끝음을 이어내며 양손을 내려다본 뒤, 재차 뒤를 돌아본다. 두 번 돌아보는 디테일은 총막에만 있었다.

 

 

"미나는.." 하며 반헬싱에게 가까이 다가간 뒤 너무나 맑은 목소리로 "영원한 삶을 얻게 될 거야" 라고 말하는 류큘. 당연하고 완벽한 선물을 건네는 이 인외의 존재는, "미나의 영혼을 파괴하면서!" 라는 반헬싱의 말에 순간 흔들리고 만다. 객석을 향해 몸을 돌린 채로 동공을 세차게 흔들며 입을 뗀다. "나는... 미나를... 사랑해.." 지독한 혼란과 회의가 넘실대는 목소리. 그래서 괴로워하다 못해 울먹이는 러빙유맆이 너무너무 외롭고 아파 보였다. 어리고 순수하기에 너무나도 서툰 아이 같은 얼굴.

 

 

그래서 피날레에서 자신을 향해 내달리는 미나를 발견한 류큘의 얼굴엔 괴로움보다 반가움과 기쁨이 앞선다. 십자가를 끊어 내던지는 모습을 보며 세미막을 포함한 5월 임미나 회차에서는 매번 당황하는 기색을 내비쳤지만, 총막에서는 눈을 똑바로 뜨고 그 행동을 응시했다. 하지만 "영혼을 팔아" 라는 미나의 말에 비로소 깨닫는다. 이건 아니라는 걸. 미나를 꽉 끌어안은 류큘은 "말을 하지 않아도" 라며 이어가는 미나의 노래를 들으며 꼭 쥔 그의 손등에 다시 키스한다. 앳라와 마지막 관 안에서 애틋하게 행하는 그 키스를. 400년 동안 당신을 사랑해왔어요. 당신은 내 삶의 유일한 "빛이야" 라고 말하면서 평소와 다른 느낌으로 목소리를 떨어낸다. 자신이 빛을 삼켜버리는 어둠임을 깨달으며. 

 

 

 

 

마스터송맆이 끝난 뒤 "돌아와요 주인님!!!!" 이라 절규하는 렌필드의 괴로움이 이토록 생생하고 선명했던 적이 없다. 시라노 초연 후 막공 모임에서 "기약 없는 휴식"을 입에 올리셨던 류배우님은, 이번 "마지막" 드큘을 끝내고 올린 영상에서 "긴 휴식"을 언급하셨다. 분명 차기작이라는 기약이 있는 휴식이라 굳게 믿는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말아주세요. 무인 때처럼 랖앺랖 전주를 깔아드리며 "끝이라 생각 마 이제 시작이야" 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저는 객석에서 배우님을 뵙고 싶지 않아요.. 영원히 무대 위에서 반짝여주세요..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영원한" 배우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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