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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오니 사랑하던 아침잠도 마다하며 저절로 몸이 일찍 깨어났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이 날의 이른 출발은 하루 종일의 겪게 될 고행을 스스로 자초한, 전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었다ㅠ





아사쿠사에서 꽤 떨어져 있는 코엔지에 도착하니 허기가 엄청 져서, 역 근처의 음식점에 들어갔다. 마침 그곳의 알바생이 한국분이셔서 어렵지 않게 주문을 하고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을 많이 간다는 것이 정말이었구나!!! 그리고 맥도날드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ㅋㅋ





세 번째 날 역시 날씨가 너무 좋았다. 사실 코엔지는 '헌 옷' 가게들이 많다는 정보를 책에서 입수했기에 일정에 넣었는데,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결국 옷가게는 단 하나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대신에 일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위 사진을 찍은 장소는 마치 신사 같은 공공장소 느낌이어서 스스럼없이 들어갔는데, 어쩐지 고요한 것이 음식점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퍼뜩 들어 눈치를 보며 자리를 떴다. 






탑 모형이 하나 덩그라니 놓여 있길래 저 앞에서 기도나 하나 했다. 너무 오래 전이라 내용은 기억안남ㅋ





강한 바람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들 마저도 동화 속 한 장면 처럼 보이던 한겨울의 어느 오전.





헌책방과 아직 셔터를 올리지 않은 가게들이 가득했던 좁은 골목길. 일본의 고색적 느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렇게 코엔지에서 약 두시간 가량을 정처없이 헤매다가, 결국 다음 일정에 차질을 주지 않기 위해 신쥬쿠로 향했다. 진짜 사진과 할 말이 겨우 이것뿐이라니ㅠㅠㅠ 코엔지에서 건진 것은 여행할 때 시간 타이밍을 잘 맞춰야 원하는 쇼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교훈과 meiji 녹차맛 초콜렛 뿐이다. 코엔지의 한 마트에서 아무 생각 없이 골라든 메이지 녹차 초콜렛을 멍청하게도(!!) 신주쿠에 가서야 먹어보았다. 맛차 색깔로 비쥬얼 압도! 그리고 엄청나게 진한 맛차 맛으로 미각까지 압도!!ㅠㅠ 그 엄청난 맛에 남은 이틀 동안 마트가 보이는 족족 들어가서 눈에 불을 키고 찾아 다녔지만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던 비운의 초콜렛이다. 언젠가 다시 먹어볼 수 있겠지....ㅠ






북적대는 신쥬쿠역에서 내리니 높은 빌딩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시계탑이 인상적이다.





타임스퀘어. 한국이랑 그닥 다를 게 없다.





사진만 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이 날 정말 추웠다. 특히 빌딩 사이로 몰아치는 겨울 바람이 대박이었다ㅠ





어제 오다이바 짝퉁 자유의 여신상에 이어,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와 비스무리한 짝퉁 피라미드!





입장료가 없는 도쿄도청 전망대에 올라갔다. 여기서 보는 야경도 꽤 예쁘다고 들었지만, 이날 야경은 록폰기힐즈에서 보기로 이미 정해두었기에 여기서는 도쿄 시내를 한 번 위에서 쭉 내려다보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물론 야경을 봤어도 전혀 아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전망대가 두 개가 있어서 양 쪽 모두에 올라가 동서남북 전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타이밍만 잘 맞추면 많이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다. 전망대에는 지도와 각 건물에 대한 소개도 나름대로 잘 되어 있다.





이 날 역시 후지산이 보였다. 구름이 짙게 깔려있긴 하지만, 오른쪽에 희미하게 보이는 게 후지산이다.



한참 신나게 도쿄 시내를 내려다보다가 대충 시간을 보고 록폰기에 가기 위해 전철역으로 향했다. 도쿄도청까지 올 때는 지상으로 움직여서 날카로운 겨울 바람을 고스란히 받으며 걸었는데, 도쿄도청에서 지하철 역으로 돌아갈 때는 지하도로를 발견해서 따뜻한 지하로 걸어갈 수 있었다. 돌이켜봐도 정말 너무 추운 날이었다ㅠㅠ





록폰기역에 도착하자마자 록폰기 미드타운으로 뛰어들어가서 카페를 찾았다. 마침 가구가게와 카페를 같이 운영하는 곳이 있었다. 가구 따위는 눈에도 안들어오고 바로 따뜻한 음료와 달달한 케잌부터 찾았다ㅋㅋ





실내에는 좌석이 거의 없어서 결국 야외 신세를 졌다. 천장이 뻥 뚫려있는 구조라서 바람이 술술 들어오는 진짜 야외 테라스였지만, 난로에 딱 붙어 있었더니 그나마 견딜 만했다.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저 하얀 기둥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오싹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도 따뜻한 음료가 있다면 견뎌낼 수 있지ㅎ





록폰기 미드타운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매장 역시 명품.... 그냥 분위기만 둘러보고 나왔다.





최대한 실내로 움직이는 길을 찾아 걸었더니 록폰기힐즈에 도착했다. 입구 앞에 거대한 모형이 서있다.





바로 록폰기힐즈의 트레이드마크인 거미다. 왼쪽 뒤편으로는 도쿄타워가 보인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바로 모리타워 전망대로 직행했다. 조금씩 하늘이 붉어지는 것이, 곧 야경이 시작될 듯 했다. 불이 들어오지 않은 도쿄타워는 그저 빨간 철골일 뿐이다. 도쿄를 사랑하게 된 나로서는, 그마저도 사랑스럽다.





최대한 줌업을 해서 전날 갔었던 오다이바를 확인했다. 후지TV의 저 구체만 봐도 심장이 떨린다. 병이야, 병!





신쥬쿠에서 본 것보다 더 선명하게 후지산이 보인다. 





슬슬 도쿄타워에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할 무렵, 명당을 차지하고 티켓과 함께 인증샷! 





아직 어둠이 채 내려앉지 않았지만, 도쿄는 서서히 도시의 빛을 밝히기 시작한다. 





진득하니 앉아 점차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하나씩 켜지는 불빛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눈물이 핑 돌았다. 반짝이는 불빛 하나하나에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 하나하나가 대응되는 것만 같아 가슴이 뭉클해졌다. 반짝이는 서울 야경 속에서는 내가 그 불빛 하나를 담당하고 있겠지.......?





완전히 어두워진 도쿄, 도쿄타워 이외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역시 오다이바. 어제만큼 오늘도 눈부시다.





어둠 속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도쿄타워. 낮과는 전혀 다른 그 매력에 사람들은 아낌없이 찬사를 보낸다.





가장 사랑하는 사진이자, 가장 뿌듯한 사진이다. 이 사진을 보면 이 때의 감동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다시 도쿄의 야경을 보게 된다면, 다시 붉게 빛나는 도쿄타워를 마주한다면, 똑같이 사람 많은 대도시인 서울과는 전혀 다른 불빛을 뿜어내는 이 장면을 다시 보게 된다면, 그 때는 정말 고여있던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다. 조금은 다른 감성으로 더 깊은 감정을 담아 도쿄의 야경을 온 몸 가득 느낄 것 같다. 정말 그립다. 벅찬 감동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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