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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추위가 조금은 익숙해지고 차가운 바람이 새삼스레 쓸쓸하다고 느껴질 때면 언제나 생각나는 곳이 있다. 순간순간 찾아드는 그곳에 대한 그리움에 마음이 찡하고 울려올 때가 있다. 즐거운 기분으로 가득한 채 행복하게 돌아다녔기 때문에 그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절로 나오게 되는, 그런 여행을 했던 곳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수없이 해온 가족들과의 국내여행 덕분에 '여행'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불편함보다는 신기함이, 몸이 힘들어 지치는 것보다는 마음이 신나서 행복한 것이 항상 더 컸다. 하지만 여건 상 국외여행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결국 대학생이 되어서야 자유여행으로 외국에 나가게 되었다.



그 첫번째 여행지는 바로, 도쿄였다. 






와이페이모어에서 비수기 덕분에 싸게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나니, 일정을 짜는 건 일사천리였다.



 




썩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겨울은 바람이 육지에서 바다로 부는 관계로 예정보다 일찍 나리타에 도착했다. 나리타에서 도쿄까지 거리가 꽤 있어서 기차를 타고 한참을 가야 했지만, 운좋게 자리를 잘 잡아서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미리 약도를 꼼꼼하게 프린트 해간 것도 매우 큰 도움이 됐고.






4박을 했던 숙소, '도미인아사쿠사'는 한국인, 아니 외국인 자체가 별로 없었다. 주로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 것 같던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도미인'이라는 체인점이 도쿄 여러 곳에 위치해있다. 2인용 방은 (일본을 감안해서) 적당한 크기에 정말 깔끔했고, 서비스도 친절했다. 아사쿠사가 우에노, 긴자, 시부야로 이어지는 긴자선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교통편도 정말 폈했을 뿐더러, 오다이바까지 이어지는 수상버스도 바로 앞에서 탈 수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다이칸야마로 향했다. 일본 지하철은 한국보다 복잡하고, 회사가 달라서 표를 끊을때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나는 이동 일정을 정해두었기에 환승역과 가격, 예상소요시간 등을 한국에서 미리 완벽하게 프린트해갔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음에도 세번째 날에 큰 실수를 한 번 했다ㅠ






다이칸야마는 생각보다 조용한 동네였다. 깔끔한 주택가 정도로 생각하면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이칸야마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야자수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어쩐지 눈치가 보여서 대강 사진만 찍고 돌아섰다. 애초에 다이칸야마는 쇼핑 등의 구체적인 목적을 위해서 들린 곳이 아니라 그저 유명한 곳이기에 들려본 곳이었기에, 빵집에서 바게뜨 한 봉지를 사들고 느긋하게 산책하며 에비스로 향했다.





도쿄가 서울보다 위도가 낮기 때문에 야자수(혹은 야자수 스러운?)가 더러 보였다. 첫 날이라 마냥 모든 게 신기해 보였다. 다이칸야마역과 에비스역은 그리 멀지 않다. 다만 에비스역부터 에비스가든플레이스까지 꽤 거리가 있어서, 한참을 걸었다. 에비스가든플레이스는 에비스역 안에 바로 연결되는 통로가 잘 되어 있기에, 길을 모르겠다면 역 안으로 들어가는 게 좋다. 한참 헤매다가 역무원에게 길을 물어 역 안으로 들어가라는 충고를 얻었다.






무빙워크와 옥외광고를 보며 연결통로를 걷다가 밖으로 나오면, 일본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는 곳이 보인다.





에비스가든플레이스는 유럽풍 분위기를 풍기는 아기자기한 곳이다-라고 대부분의 여행 책자에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바로 저 시계탑을 구경하기 위해 에비스까지 갔다.





일드 <꽃보다 남자> 시즌1을 본 사람에게는 매우 익숙할 이 석탑-정확한 정체는 아직까지도 오리무중이다-이 위 사진의 시계탑 앞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특이한 이유 때문에 좋아하는 사진인데, 같이 갔던 친구가 여행 이후에 싸이에 올린 이 사진 밑에 남긴 댓글 때문이다.



"저거 조명 받으니까... 승천을 준비하는 멸치 같아......"






서울보다는 기온이 높다고 해도, 2월 초의 한겨울 밤이 춥지 않을 리가 없었다. 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삼각대도 없이 가벼운 디카를 들고 야경을 찍으려니 바로 수전증이 오는 게 정말 건질 사진이 없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사람들이 거의 돌아다니지 않는 에비스가든플레이스에서 그래도 사진 몇 장 남겨 보겠다고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던 나와 내 친구는, 결국 괜찮은 사진 대신 좋은 추억만 남겼다.





구도가 기우뚱한 이유는 흔들림을 없애 보고자 쓰레기통 위에 카메라를 놓고 셔터를 눌렀기 때문이다. 결과물로 봐서는 쓸데없는 짓이었음이 분명하다.....ㅎㅎ





뭔가 행사인지 파티인지를 하고 있던 건물. 꽤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었던 걸 보면 중요한 행사였을지도?!





에비스가든플레이스의 고층건물 상층에 올라가면 좁은 시야지만 도쿄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첫날 에피타이저 느낌으로 도쿄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에비스하면 에비스 맥주부터 자연스레 떠올리는 나로서는 이 여행 당시 에비스 맥주 박물관이 보수 공사 중이었던 것이 매우 아쉽다. 다음 도쿄 여행에서 반드시 에비스를 다시 가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고. 이렇게 아쉬움을 남겨 놓아야지 다음 여행을 더 기대할 수 있다는 나름의 위안을 해본다.





기내식 이외에 먹은 것이라고는 다이칸야마의 마늘빵 한 봉지 밖에 없던 나와 친구는 윙버스 맛집을 찾아갔다. 일본은 '붕어빵 전문점'이 있는 만큼, 한국의 길거리 붕어빵과는 전혀 다른 맛과 질을 뽐냈다. 에비스역과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부담없이 들리고는, 다시 아사쿠사의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서 가볍게 맥주 한 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낯선 곳에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첫날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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