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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로튼
in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2019.06.28 8시
입소문이 워낙 좋아서,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 관극을 하고 왔다. 16세기 영국임을 드러내는 특유의 억양과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원문을 비튼 문장들을 번역 없이 듣기에는 다소 어려웠다. 그러나 라임을 맞춘 단어들을 일부러 강조한다거나, 익숙하고 유명한 뮤지컬의 요소들을 크고 과장스러운 동작들로 패러디하는 등의 상황과 연기가 충분히 이야기를 이해시켰다. 더 많이 알수록 더 많이 웃으며 즐길 수 있는 극이었고, 그래서 한국어로 듣고 보면 훨씬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충무 음향이 너무 작고 울림이 많은 점도 영어 듣기가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다. 특히 배우들 대사 시작보다 마이크 켜는 시점이 더 늦어서 짜증났다. 막공주인데 음향팀 씽크 이렇게 못 맞추기 있냐며.
무대 구조물이 상하수에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층층이 여러겹으로 되어 있는 무대 막이 올라가면서 장면 전환이 되는 연출도 아주 좋았다. 한국의 대극장 뮤지컬에서 근래 거의 사용되지 않는 '극적인' 느낌이 강한 무대 연출이어서, 극 자체가 신선하고 새롭게 느껴졌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외관의 구조물과 그걸 3면으로 펼쳐서 백스테이지 공간을 만들어내는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을 많이 쓴 작품이라는 점이 계속 눈에 띄어서 행복했다. 넘버가 너무 신나서 관극 내내 몸을 흔들고 싶은 욕망을 참느라 고생했다. 커튼콜에 노래 하나쯤은 같이 부르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Welcome to the Renaissance 나 Musical 같은 떼창곡이요!
황석희 번역가님 글은 참고로 남긴다. [뮤지컬 썸씽로튼 예습 및 복습(레퍼런스 정리)]
내년에 라이센스로 무대에 올라온다는 소문이 있던데, 배우의 입과 관객의 귀에 착착 달라붙는 번역만 전제된다면 아주 행복하게 회전을 돌 것 같다. 발칙한 아이디어를 번뜩이는 재치와 놀라운 센스와 유려한 풍자로 풀어내는 유쾌한 극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 어떤 한국 배우가 찰떡 같이 윌을 표현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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