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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김문정 ONLY

in 엘지아트센터, 2019.06.07 8시

 

 

 

 

좋아하는 뮤지컬 음악감독님이 여는 첫 단독 콘서트를 놓칠 수 없어서 첫공으로 다녀왔다. 뮤지컬 넘버 위주가 아닌, 김문정 음감님 본인이 아끼고 애정 하는 음악과 예술로 가득한 공연이었다. 풀 오케스트라를 2시간 반 동안 마음껏 만끽할 수 있어서 즐거웠고, 오랜만에 만나는 목소리들 덕분에 행복했다. 조명과 세트리스트, 순서 구성 등의 연출이 깔끔해서 만족스러웠지만, 음향은 다소 아쉬웠다. 오케에 중점을 둔 이유는 이해하지만, 그에 따른 보컬의 음량도 조절이 필요했다. 예를 들면, 이자람 배우의 심청가 클라이막스 부근부터 오케 반주가 들어왔다. 사람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어야 하는 판소리에서 오케가 배우의 소리를 지나치게 짓누르며 조화를 깨뜨렸다. 반주 음악 자체는 절정으로 치닫는 이야기의 흐름을 잘 담아냈기에 더 답답했다.

 

 

 

 

셋리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몇 장면. 이자람 배우님 자첫이었는데, 서편제 넘버도 좋았지만 사철가와 심청가가 벅찰 만큼 훌륭했다. 자유자재로 다루는 목소리에 섬세한 연기까지 강렬하여 몰입도가 아주 높았다. 오랜만에 무대 위에서 뵙는 조정은 배우님도 너무 반가웠다. Bring Him Home 초반은 오케만으로 진행됐는데, 악기마다 한 분씩 돌아가면서 집중되는 부분이 있었다. 다음에는 어느 악기가 일어나려나 하고 둘러보는 순간, 오케 한가운데에서 조정은 배우가 일어나며 노래를 시작하는데 전율이 확 일었다. 이날 연출 중 최고로 좋았던 부분이다. 사람의 목소리 또한 음악이라는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일부분을 구성하는 악기라는 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이어지는 선녀판틴의 I Dreamed A Dream 은 본공에서 직접 들어본 넘버임에도 불구하고, 이날이 훨씬 아름답고 훌륭하고 눈부셨다. 순수하고 어리고 때 묻지 않은 얼굴의 소녀가 꿈을 향해 애틋한 손끝을 뻗어내는 몽글몽글한 희망, 그러나 검게 물들어가는 잔혹한 현실, 잔잔한 얼굴에 휘몰아치는 끝 모를 절망. 변하는 감정을 담아내는 목소리와 표정 연기가 담아내는 절절한 비극이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눈물이 절로 흘렀다. 선녀 배우님, 무대 위에서 뵙고 싶어요. 맨발로 피아노에 몸을 기댄 채 꿀 떨어지는 눈으로 건반을 누르는 문정 음감님을 바라보는 미도 배우님도 무대에서 보고 싶다. 지휘봉을 들고서는 오케와 음감님을 향해 지휘를 하듯 흔드는데, 새삼 요정이 따로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어햎을 보고 나서 러블리함이라는 단어의 대명사를 미도클레어로 정의 내렸는데,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김문정 음감님 스타일과 취향을 알 수 있는 공연이어서 흥미로웠다. 양준모 배우가 부른 도리안 그레이 넘버를 듣고 문득 극이 그리워졌는데, 도리안 재연이 언제 올지 궁금하네. 레미제라블 넘버를 많이 들어서 레미 삼연도 몹시 기대된다. 오케 위주의 공연을 보고나니, 오케가 짱짱하게 공간을 가득 채우는 대극장 공연을 보고 싶다는 갈망이 커진다. 여성 음악감독님의 지휘와 여성 배우님들의 노래를 한 무대에서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콘서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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