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비클래스

in 대학로 자유극장, 2019.05.10 8시

 

 

 

 

강연정 윤태진, 정다희 이윤희, 임유 카에데, 손은호 김율, 김민성 최정우. 여배비클.

 

 

극의 제목과 시놉시스 만으로 이야기가 충분히 예상 가능했기에, 초재연 당시에는 큰 흥미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삼연에 성별 반전 페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꼭 챙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청소년들의 고민과 갈등을 다룬 중소극장 작품이 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남학생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극이 대부분이었다. 비클래스 역시 그중 하나였으나, 여배우들로 구성된 고정 페어를 도입하고 특공으로 올여배페어나 혼성페어의 공연을 시도함으로써 다소 차별화된 작품이 되었다. 성별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이야기의 색감과 결은 달라진다. 공유된 경험이 아닌 남학생들의 이야기에서는 짚어내기 어려웠던 지점들이, 여학생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전달되는 순간 훨씬 쉽게 공감 가능한 감정이 된다. 유사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고,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으며, 동일한 맥락의 갈등에 부딪혀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여성 배우들이 연기하는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여성 관객들은, 각자의 학창시절을 돌아보고 이해하는 기회를 얻는다.

 

 

 

 

성별 반전의 유의미함과 별개로, 극 자체는 다소 아쉬웠다. 경쟁을 부추기는 불공평한 상황 속에서 네 명의 학생들은 각자의 고통과 아픔과 고민에 짓눌려있다.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게 된 아이들은 날선 태도를 보이며 대립하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게 된다. 관계성을 쌓아가는 과정 자체는 좋았는데, 클라이막스의 갈등 부분이 다소 조급하고 극단적이어서, 극한으로 반목하는 감정들에 몰입하기가 다소 어려웠다. 얘기하기도 지치는 수미쌍관 구성의 진부함은 클리셰라 감안하더라도, 장면의 호흡이 너무 길고 늘어져서 집중력이 떨어졌다. 극의 시작은 흡입력 있게 관객의 관심을 끌어야 하고, 극의 마지막은 전하고 싶었던 바를 매듭지으며 여운을 남겨야 한다. 차라리 나레이션을 녹음으로 하지 않았으면 배우가 그날의 감정에 따라 분위기를 이끌어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럴 여지를 하나도 남겨놓지 않은 연출이 아쉬웠다.

 

 

 

 

3년만 참으라는 말에, 윤희는 고통스럽게 반발하며 외친다. 고작 3년이 아니라, 자신에게는 지금이 현실이라고. 지나가면 되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 당장 살아내야 하는 현실이라는 아이의 절규가 몹시 아팠다. 그런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위로는, 사람은 평생 울 수 없다는 말뿐. 선생이란 제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동시에 그것을 딛고 나아가게 해줘야 하는 존재다. 그러므로 정우는 말한다. 사람들은 지금의 너를 보고 미래의 너를 판단할 거라고. 지금 이 순간에 미래의 네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록 상처를 온전히 떨쳐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윤희는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조금 더 잘해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각자의 사연을 지닌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격려와 독려를 담아낸 이 장면이 짙은 여운을 남겼다.

 

 

공지사항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