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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in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 2018.12.01 2시 공연
류정한 빅터/자크, 한지상 앙리/괴물, 박혜나 엘렌/에바, 안시하 줄리아/까뜨린느, 이정수 룽게/이고르, 이지훈 어린 빅터, 신서린 어린 줄리아. 류빅터 30차. 류한페어 13차. 페어세미막. 페어막까지 다 관극한 뒤에 세미막부터 후기를 쓰자니 그저 막막하다. 게다가 이날, 지금까지의 모든 장르 덕질을 통틀어 가장 놀랍고 벅차고 감사한 찰나의 계를 탄 덕분에 공연이 많이 휘발됐다. 상세한 디테일은 페어막 후기에 울면서 남기기로 하고 이 리뷰는 노선만 간략하게 정리해야겠다.
※스포있음※
목요일 류카 공연과는 또 다르게, 앙리를 무척이나 아끼고 친애하는 류빅터였다. 토욜공은 크게 소리 내어 웃는 디테일이 유난히 많았던 날이기도 해서, 행복과 절망의 감정 낙폭이 몹시 컸다. 온 마음을 다 퍼줄 것처럼 앙리를 좋아했기 때문에, 나는왜 넘버에서의 절망과 자괴와 번뇌가 강렬했다. 일욜공은 어린 빅터 때부터 눈물 많고 유약하고 인간적인 모습이 가감없이 드러났고, 너꿈에서 무너져내릴 때부터 아이 같이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2막에서는 바닥에 눌러 붙은 채 거의 기다시피 하며 구르고 절망하는 유아퇴행적 노선이었다. 류빅터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비극에 정신을 못 차리고 괴로워하면서 다시 어린 아이가 되어버린 듯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쏟아낸다. 끝까지 앙리만을 찾는 류빅터였기에, 지괴의 위에 엎어지듯 쓰러져서 눈물을 쏟으며 괴물의 흰머리 부분을 오른손으로 감싸 가려버린다. 김랑켄에서만 하지 않았던, 괴물이 아닌 앙리만을 바라보았던 류빅터의 류한페어 디테일.
지앙리는 "나약했던 내 과거를 모두 잊고 너와 함께 새 세상을 상상할 수만 있다면" 두렵더라도 기꺼이 스스로를 희생할 수 있는 앙리였다. 삼연 서울공까지는 지괴에게서 지앙리가 자주 보였고 두 존재의 대립과 긴장이 명확하게 드러날 때가 많았는데, 지방공에서는 지앙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재연 연출이 추구했던 바 대로, 1막에서 앙리라는 존재가 종언을 고하고 2막에서 괴물이라는 존재에 보다 몰입하여 그의 경험과 감정에 포커스를 둔 것 같았다. 재연이 전반적으로 불호였던 이유는 괴물의 이 노선 때문이 아니라, 빅터의 노선이 괴물을 통해 앙리를 의식하고 걱정하고 죄책감을 갖는 방향으로 진행되기가 몹시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재연에서 거의 싸패 수준이었던 빅터 넘버의 몇몇 가사들이 삼연에서 다소 바뀌었고, 애초에 류빅터는 앙리를 무척이나 아끼는 노선을 근간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때문에 삼연은 큰 불만 없이 회전을 돌았다. 또한 지괴가 앙리를 보여주든 그렇지 않든, 류빅터의 노선과 대응하여 각기 다른 해석을 부여하며 흥미롭게 관극을 할 수 있었다.
지괴는 부랑켄 두 회차 모두 절대자의 위압감을 내뿜으며 류빅터에게 냉혹한 복수를 행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으나 근본적으로 순수하고 투명했던 존재인 지괴는, 인간들의 학대와 배신과 배척과 저주에 닳고 닳아 폭발하듯 분노를 발산한다. 뜨거운 노여움으로 공기마저 일렁이게 만들면서도, 찰나에 내보이는 지독한 외로움이 텅 빈 공간을 더욱 공허하게 비워낸다. 잔뜩 지쳐버린 아이 같았던 지괴가 이 모든 고통의 근원인 창조주에게 복수하기 위해 압도적인 심판자가 되는 노선의 개연성이 무척이나 설득력 있었다. 차오르던 감정이 한없이 바닥까지 가라앉은 것 같으면서도, 자신이 인간이 아님을 바로 알아채는 아이의 말에 놀라움이 섞여 되묻는 떨리는 목소리가 아직 잔재하는 지괴의 여린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상처 넘버 마지막에 슬픔으로 목이 잠긴 지괴의 입에서 힘겹게 울음소리만 새어나오다가 마지막에서야 눈물 같은 허밍이 가냘프게 새어나왔다. 그 직후 절망에서는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내뿜으며 잔혹하게 빅터를 몰아넣고 제압하는데, 누적되어 쌓아올린 그의 감정이 이 잔인한 복수를 지독히도 정당하게 만들어버렸다. 총을 집어들고선 마치 조롱하듯 손잡이 끝만 잡고 달랑거리던 지괴는, 오른손으로 총을 쥐고 류빅터를 겨눈 뒤 분노에 찬 신음을 쏟는다. 비틀대며 왼손을 들어 오른손 위에 포개듯 얹고선 잠시 파들거리는 지괴의 동작은, 앙리와 괴물의 대립이라기보다 괴물 스스로가 지금 당장의 복수와 더욱 길고 잔인한 복수 사이에서 본능적으로 갈등하는 것으로 보였다. 마침내 류빅터의 총에 맞은 지괴는 우스워 죽겠다는 듯 울림이 큰 음산하고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를 꺽꺽대며 쏟아내면서도, 그 끝에는 감출 수 없는 울음을 토했다. 류빅터가 지앙리에게 했던 것처럼 뺨에 턱 손을 올린 토욜공과, 그가 갓 탄생한 자신에게 해줬던 것처럼 코트 깃을 여며준 일욜공이 각기 다른 색감의 결말을 만들어냈다. 감정이 강렬하게 남았던 건 토욜공이었으나, 여운이 짙고 맹렬하여 커튼콜까지 내내 울음을 쏟게 만든 건 일욜공이었다.
첫 장면부터 디테일을 쭉 나열 중인 류한 페어막 리뷰도 절반 가량 작성하긴 했는데, 이 후기를 완성하면 정말로 마지막이기에 자꾸 멈칫거리게 된다. 삼연 프랑켄 캐스팅이 뜨자마자 결심했던 페어전관에 성공했는데도, 자꾸 미련이 남는다. 극이나 캐릭터를 떠나보내기 싫어서 질척거린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아득함과 망연함에 심장이 덜컹대는 기분은 또 처음이라 힘들다. 최선을 다해 관극했기에 잘 보내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는데, 이 예상치 못한 허망함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보기도 전에 최애페어이리라 예상했고, 보면서 역시 최애페어라 감탄하며 사랑했는데, 보내고 나니 다시 만날 기약조차 없는 최애페어라서 가슴이 무너진다. 이 속상함은 페어막 후기 마지막에 분명 또 쓸텐데, 왜 페어세미막에서 한탄하고 있는 걸까. 하아. 부랑켄 막공 전에는 마음을 추스려서 류빅터를 잘 보내줘야 하는데. 최애페어 보내는 것도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류빅터는 대체 어떻게 보내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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