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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in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 2018.10.20 2시 공연
류정한 빅터/자크, 한지상 앙리/괴물, 박혜나 엘렌/에바, 안시하 줄리아/까뜨린느, 이정수 룽게/이고르, 이윤우 어린 빅터, 안현화 어린 줄리아. 류빅터 27차, 류한페어 11차 관극. 40일만에 만나는 류배우님의 공연이어서 값지고 행복했다. 지하철 첫차를 타고 김포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고, 김해의 경전철에 감탄하고, 3시간반 전에 도착한 공연장을 미리 둘러본 뒤, 옆에 있는 공원도 한참 산책했다. 그렇게 공연시간이 점차 다가올수록 가슴 떨리는 설렘과 벅참으로 인해 입가에 저절로 피어오르는 미소를 지울 수가 없었다. 이날 공연 자체는 훌륭하다기 보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레어공이긴 했지만, 무대 위 류배우님을 만난 것만으로도 너무나 즐겁고 기뻤다. 게다가 일요일에 엄청난 공연을 선사해주셔서 그 작디작은 아쉬움은 씻긴 듯 날아가버렸다. 누군가의 존재만으로도 이렇게 어마어마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여전히 신기하고 놀랍고 감사하다.
※스포있음※
유약하고 인간적인 면이 강했던 이날 류빅터는, 앙리를 아꼈고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대신 죽겠다는 앙리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그래야 우리 연구를 계속할 수 있으니까" 하고 속삭이듯 울먹이는 그의 말에 충격이 벼락처럼 내리꽂힌다. "그러니까 너 나 대신 살아" 하는 지앙의 말에 "아..앙리" 하고 중얼거리며 쏟아지는 충격을 헤집는다. "친구야" 하고선 "너, 처음 만났을 때. 그 때 생각난다. 너 기억나?" 라는 지앙의 물음에, 류빅터는 바로 그 첫만남의 순간이 잘못 끼워진 첫 단추이자 재앙의 시작이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앙리 말도 안돼" 하며 울음을 토해낸 류빅터는 자신을 올곧게 바라보는 지앙리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절망과 회한에 젖은 얼굴로 시선을 바닥에 떨군다. 지독히 눈부시게 빛나는 지앙리의 뒤에서, 류빅터는 무너지듯 무릎을 꿇고 양손으로 철창을 부여잡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괴로워한다. 차마 그에게 손을 뻗지도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있던 류빅터는, 지앙리가 먼저 내민 손을 절절하게 꽉 부여잡으며 울음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너와 함께 꿈꿀 수 있다면 죽는대도" 라고 하는 지앙리의 손을 꼭 붙든 채 "앙리" 하고 울먹이는 류빅터와, 역시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이는 목소리로 "괜찮아 행복해" 하며 류빅터의 손을 뿌리치고 일어나는 지앙리. "제발 부, 탁이야!" 하며 끌려나가는 류빅의 목소리에 절박함과 함께 후회가 잔뜩 묻어나왔다. 앙리를 만나고 그를 실험에 끌어드린 것 자체가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깨닫고 후회하던 류빅터는, 친구의 머리를 소중히 챙겨들고 그를 되살리기 위한 생명창조를 감행한다.
두 다리로 서있는 창조물을 발견한 류빅터의 눈에 약간의 경계와 선명한 기쁨이 스치고, 조심스럽게 "앙리?" 하고 불러본다. 철침대 위에 몸을 세웠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나뒹구는 괴물을 보고 걱정하는 기색을 띄우며 황급히 다가가는 류빅터. "쉬이이이-" 하며 진정시키려는 소리를 여러 차례 내고 조심스럽게 그의 행동을 유도하여 끌어안는다. 앙리를 살려낸 것에 기뻐하던 류빅터는 생명을 창조한다는 꿈을 마침내 이루었음을 인지하며 웃음을 터트린다. 그러나 비극. 룽게의 이름을 네다섯 번이나 부르며 황급히 달려간 류빅터가 "오 세상에" 하고 울먹이며 그를 끌어안지만, 품 안의 죽음을 막지 못한다. 오른손으로 머리를 짚은 채 아아악, 하는 비명 같은 신음을 수차례 토해내며 괴로워하던 류빅터는 "안돼" 하고 중얼거리다가 눈물이 가득차 울먹이는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한다. "쳇바퀴 돌듯 또 그 속에서" 하며 괴물을 바라보고, 품 안의 룽게를 내려다보고, 다시 괴물을 바라보던 류빅터는, 이 방법 밖에 없다는 듯 비틀대며 일어나 그의 뒤로 걸어간다. 괴물의 목을 조른 제 손을 내려다본 류빅터는 힘겹게 발을 떼 총을 겨누지만, 도저히 바라보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반대로 돌린 채 방아쇠를 당긴다.
돌아온 괴물의 비아냥과 원망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머리를 손으로 짚으며 힘겨워하고 시선을 회피하는 류빅터. 절뚝거리며 도망치는 지괴를 보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괴로워한다. 괴물이 만들어낸 엘렌의 죽음 앞에서, 류빅터는 울음으로 다 뭉개져버린 발음으로 되뇌이듯 "누나, 누나, 누나" 하며 가슴을 짓이기는 울음소리로 오열한다. 절망. 생창기계 레버를 양옆으로 벌리며 쏟아내는 지괴 특유의 비명 같은 소리에, 류빅터는 마치 그 소리가 직접 찔러오기라도 하는 듯 제 머리를 손으로 짚으며 "아아악," 하고 괴로운 신음을 토한다. 당장 끝내고 싶지만 끝나지 않는 절망에 류빅터는 바스라져 재가 될 듯했다. 이 모든 비극의 근원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알고 있는 류빅터였기에, 아끼는 사람들을 눈 앞에서 잃는 매 순간마다 영혼이 절규하듯 아득한 아픔을 쏟아내며 괴로워했다.
지앙이 남아있지 않던 이날의 지괴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던 세상의 냉정함과 인간의 잔혹함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경험하며 고통스러워 한다. 쏟아지는 학대와 배척과 악의는, 여리고 어린 지괴에게 지독한 아픔과 잔인한 절망을 야기한다. 난괴물 인터벌에서 뒤로 벌러덩 넘어진 지괴는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슬픔에 휩싸여 잔뜩 울상인 얼굴로 괴로워한다. 신음소리조차 토해내지 못할 정도로 응어리진 마음에 어쩔 줄 몰라 끙끙거리며 아파하다가, 제 가슴을 퍽퍽 내리친다. 짙고 어둡고 묵직한 적막 속에서 오롯이 혼자 남겨져 괴로워하던 지괴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며 "어젯밤 처음 난" 하고 가까스로 입을 떼고선, "꿈을 꾸었네" 하며 그대로 눈을 감고 노래를 이어간다. "날 꼭 안아주는 꿈" 하며 눈 감은 채 슬프게 웃는 지괴의 표정은, 결코 닿지 못할 꿈을 쫓는 처절한 절규 그 자체였다. 상처. 스스로 신이 되려한 자신의 창조주를 이야기하다가 점차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담아 풍성하고 강하게 부르던 지괴의 뒷모습에서 분노와 슬픔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리고 북극. 류빅터와 지괴가 쌓아올린 감정과 노선이, 이날 칼 참사로 인해 아쉽게 마무리됐다. 괴물의 신음소리를 흉내내며 그의 앞까지 올라간 류빅터가 지괴와 몸싸움을 하는 것까지는 평소와 똑같았는데, 첫번째 총성이 나기도 전에 갑자기 칼이 경사면을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왔다. 왼블 통로 좌석이어서 떨어뜨리는 장면을 정확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칼이 바닥에 부딪힐 때 실수로 떨궜다기 보다는 내팽개치듯 내던지는 소리가 나서 몹시 당황했다. 지괴 위에 올라탄 류빅터가 객석에 등을 돌리고 있었기에 두 배우의 표정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초연 때 비슷한 참사가 나자 플랜B로 건빅의 다리를 물어버렸다던 은괴의 에피소드가 머리 속에 스쳐지나갔다. 지괴가 류빅의 다리를 무는 것일까 걱정반 기대반으로 손에 땀을 쥐고 있었는데, 한참을 그대로 몸싸움 하듯 끙끙거리던 류빅터가 마치 허벅지 안쪽을 찔린 것처럼 다리 안으로 칼자루를 쥔 듯한 모션을 취하며 몸을 한껏 웅크린채 굴러떨어졌다. 지괴도 평소보다 급하게 경사면을 내려와서 총과 칼을 같이 챙기고선 객석을 등진 채 칼을 품에 집어넣었다. 다리에서 칼을 뽑아 던지는 행동을 할 수 없었던 류빅터는, 아파하는 신음소리를 거의 내지 않고 비틀대며 몸을 세운 뒤 지괴를 향해 양팔을 벌렸다. 그리하여 "그 한쪽 다리로는.." 하고 이어지는 지괴의 원대사가 너무나 개연성이 없었고, 비척거리며 경사면을 오르고 다시 내려오는 류빅터도 훨씬 덜 절뚝거렸다. 두 배우 모두 끝까지 감정을 이어가며 공연을 마무리했지만, 극을 알고 있는 관객은 당황을, 극을 모르는 관객은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결말이어서 아쉬웠다.
커튼콜에 나오신 류배우님도 만족스러운 공연은 아니었다는 표정이셨지만, 그래도 옅게나마 씩 미소 짓는 건 빠뜨리지 않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뒤돌 때 웃으시는 류배우님 얼굴이 너무 예뻐서 기억에 남았고. 무대 안쪽에서 서로에게 양팔을 벌리다가 지괴가 살짝 팔을 아래로 하며 다가가니까 뒷걸음질 치며 거부하는 류빅터. 그랬더니 지괴가 온몸을 흔들며 앙탈을ㅋㅋㅋ 부렸다ㅋㅋㅋㅋ 그렇게 두 분이 껴안고선, 머리 위 하트를 서로에게 보내며 애정을 뽐내고, 상대에게 환호를 더 보내주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지괴가 객석을 향해 손가락하트를 만들자, 류빅터는 한참 못본척 하다가 결국 같이 손가락하트를 보내주셨다. 빅터와 괴물의 따뜻하고 다정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이 극의 커튼콜이 매번 애틋하여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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