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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을 사랑하는 헤드헤즈로서, 이 표절 사건을 묵인할 수 없어 사건을 정리하고 시정을 요구하려 한다.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 Wanna One 의 이번 컴백 티져는 <헤드윅> 만의 언어와 이미지를 표절한 것이며, 20년 동안 이 작품과 팬들이 쌓아올린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훼손했다. 표절에 대한 사과 및 수정 없이 이대로 컴백을 강행한다면, 워너원의 마지막 활동은 표절로, 워너원은 표절그룹으로 내내 회자될 것이다.
1. 워너원 첫 번째 티져 공개 (2018/10/20) - 헤드윅 넘버 제목 표절
이 영상 속 나레이션은 플라톤의 <향연> 을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해와 땅과 달의 자손" 이라는 원작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다. 원작의 재해석에 대한 평가는 가치판단의 영역이지만, 원작의 핵심적인 의미의 누락 및 배제는 재창작이 아니라 왜곡이므로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 <향연> 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사용한 것만으로도 비판 받아 마땅한 이 영상은, <향연> 을 재해석한 결과물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을 표절하기까지 했다. 이 티져의 마지막 문구는 원작에 없는 "The Origin of Love" 로, 이는 <헤드윅> 의 가장 대표적인 넘버 제목이다.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재창작된 <헤드윅> 의 고유한 언어를 <헤드윅> 의 원작자 동의 없이 사용한 것은 명백한 표절이다. 특히 사회 비주류인 성소수자를 대표하는 이 문구가 사회 주류인 헤테로섹슈얼(heterosexuality, 이성애)로만 소비될 것을 우려한 헤드헤즈들은, 이 표절에 대해 단호히 문제제기를 했다.
2-1. 워너원 두 번째 및 세 번째 티져 공개 (2018/10/27, 2018/10/29) - 헤드윅 로고 이미지 표절
2-2. 이미지 비교
(워너원 두번째 티져 캡쳐 2건)
(<헤드윅> 고유 이미지)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한가? 이 티져에서 워너원은 <헤드윅> 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표절했다. 형태와 세부 묘사 및 위치 등이 유사하여 누가 봐도 명확한 이미지의 도용이다. 이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는 얄팍한 논리를 들이밀기엔, 워너원의 티져와 <헤드윅> 의 근원이 같고 맥락이 일치한다. 우연히 비슷한 이미지가 탄생한 것이 아니라, 동일한 원작을 근간으로 한 다른 작품의 고유한 상징을 허락 없이 변형하고 사용한 표절이다. 움직이는 영상으로 보면 헤드윅 심볼의 도용이 더욱 확연히 드러나니, 불쾌하더라도 2-1 첫 번째 영상은 확인해보길 권한다.
3. 헤드윅 원작자 존 카메론 미첼 입장 표명 (2018/10/30)
이 사태를 알게 된 <헤드윅> 의 원작자 존 카메론 미첼은, 워너원이 "헤드윅의 이미지" 와 "The Origin of Love" 라는 스티븐 트래스크(Stephen Trask) 의 넘버 제목을 사용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이 티져가 그들이 차용한 2500년 된 고대 신화의 full story 를 담지 않았다고 말한다. 즉, 모든 젠더와 생물학적 성별들이 권력을 깨고 고유한 사랑을 찾아간다는 원작의 이야기 ("all genders and all sexualities breaking the powers of the god and people who tell you what to do who to love and finding your own love") 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원작인 해당 신화를 평면적으로 해석한 것에 대해 지적하는 이 피드에서, 미첼은 만화 기법처럼 입체가 평면적으로 표현되는 영상 필터를 사용하는 위트를 보였다. 원작자 미첼의 대응이 나오자, 워너원의 표절과 관련하여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태가 보다 공론화 되자, 워너원 측은 비로소 공식 입장문을 내놓았다.
4. 워너원 소속사 입장 표명 (2018/10/30)
(http://news.tf.co.kr/read/entertain/1736756.htm)
원작자 미첼의 우아하고 정중한 입장 표명에 워너원 소속사 스윙 엔터테인먼트는 오만하고 무례하고 무식한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원작자가 유감을 표명한 건,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이 아니라 해당 영상이 표절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밝힌 것이다. 행간을 이해하지 못하고 "존 카메론 미첼님의 의견 또한 존중하는 바" 라는 경악스러운 피드백을 내놓은 워너원 측의 입장문에 기함을 토할 수밖에 없다. 대체 세상 어디에서 표절한 자가 원작자에게 '댁 생각도 존중해드림' 이라는 몰상식한 소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헤드윅> 을 가장 사랑하는 국가 중 하나인 이 곳에서, 이 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문화 산업이라 할 수 있는 아이돌 그룹 하나가, 표절도 모자라 무례하기까지 하여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하다. 이로써 워너원은 <헤드윅> 을 오마주한 것이라는 변명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원작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 없는 건 오마주가 아니고, 워너원은 <헤드윅> 과 원작자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
또한, "영감을 얻은 '아이디어 영역'이므로 저작권적 관점으로는 이슈가 없는 것" 이라는 문장 또한 성립할 수 없다. 워너원이 헤드윅을 표절했다고 지적하는 부분은, <향연> 에서 따온 아이디어가 아니라 <헤드윅> 이라는 창작물이 고유하게 보유한 저작권이다. '본래 하나였으나 반으로 갈라졌기에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헤맨다' 라는 사랑의 기원이라는 모티브가 표절이라는 것이 아니라, <헤드윅> 의 넘버 제목인 The Origin of Love 와 반쪽 얼굴 이미지를 표절했다는 것이다. 모든 창작은 유사한 다른 작품을 전부 찾아 참고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정상적인 수순이고, 심지어 원작이 있는 재창작이라면 다른 레퍼런스를 더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절대 표절하지 않아야 함이 너무나 당연하다. 이런 뻔하고 상식적인 말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다.
5. 헤드윅 원작자 존 카메론 미첼 2차 입장 표명 (2018/10/30)
그리하여 원작자 미첼은 두 번째 피드백을 건넸고, 표절보다 무례함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원작에 존재하지 않는, 스티븐 트래스크가 신화를 해석하여 만들어낸 "The Origin of Love" 라는 단어를 사용한 점이 무례하다고 재차 지적했다. 동월에 진행했던 세종문화회관에서의 <The Origin of Love> 투어가 너무나 좋았다고 언급하고, myth 를 직접 읽어보라 친절하게 권유하고 독려하는 미첼의 다정함이, 고맙고 미안하여 속상하다. 미첼은 직전 영상에서 사용한 평면 필터 효과를 이 피드에서는 미사용함으로써, 신화를 평면화 및 단순화 시킨 해당 티져의 문제점을 한층 효과적으로 짚어냈다. 자신의 얼굴이 평면에서 다시 복잡성(complexity)을 되찾았노라 발랄하게 말하는 감각적인 은유가, 그의 뉘앙스를 정확히 표현하여 또다시 감탄했다. 이 예리한 유머에 담긴 진의를 읽어내고 반성하길 바라지만, 그 정도 능력이 되는 기획자라면 애초에 표절을 하지 않았을 것임을 잘 안다.
더불어 이 과정 내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 헤드윅 한국 판권을 지닌 쇼노트 역시 결코 책임을 모면할 수 없다. 12년 간 꾸준히 헤드윅을 무대에 올린 제작사가 이 표절 사건에 대하여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헤드윅> 의 라이선스를 보유한 회사로서, 쇼노트는 해결되지 않은 표절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작품과 원작자에 대한 존중을 보여달라.
6. 현재진행 (2018/10/31)
아직 늦지 않았다. 정중한 사과와 함께 <헤드윅>을 표절한 해당 이미지 및 문구를 앨범에서 폐기하면 된다. 표절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는다면, 워너원은 화제와 돌풍을 일으켰던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 표절그룹으로 기억될 것이다. 행복하고 소중한 기억에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다면, 워너원의 팬들은 반드시 워너원의 소속사와 기획자에게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해야 한다. 그대들의 마지막 앨범이 지닌 의미를 존중받기 위해서는, 먼저 그대들이 상처 입힌 <헤드윅> 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부디 현명하게 판단하여 옳은 선택과 결론을 내길 강력하게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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