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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존중/Screen

베를린 (2013)

누비` 2013. 4. 28. 15:06


간만에 주말에 가족들이 전부 집에 있어서 커튼 치고 영화 관람을 했다.





좋은 평을 받았다는 영화라지만, 어쩐지 내키질 않아 영화관에서 관람할 생각을 안 했는데 오늘 보고 나서 후회했다. 딱 내 취향. 이유 없이 회색빛이 내려앉은 베를린이라는 도시와, 그 타지에서 한국어 영어 독일어 섞어가며 박진감 넘치는 머리 싸움 몸 싸움을 보여주는 스토리가 맞물려 지금까지의 한국영화와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아빠는 본시리즈의 틀을 그대로 따라했다고 총평했지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팅거 테일러 솔져 스파이가 떠올랐다. 배경이 유럽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리학수(이경영 扮)의 캐릭터라거나 인물의 감정선을 놓치지 않는 카메라라거나 하는 기법들이 묘하게 비슷한 느낌을 풍겼다. 물론 속도나 긴장감 측면에서는 베를린이 훨씬 강렬하고 또 세련된(아무래도 시대적 배경이ㅋㅋ) 면이 있었지만.





내가 베를린을 영화관에서 보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주말 낮에 하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 탓도 좀 크다. 영화 중반부에 나오는 련정희(전지현 扮) 납치 장면을 베를린의 가장 핵심 내용으로 보여주며 남과 북의 갈등에서 결국 협력하여 인간미를 강조한다는 식으로 영화를 소개했다. 적어도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그랬다. 이 말이 거짓인 건 아니지만, 동명수(류승범 扮)의 치밀한 계략으로 하나씩 함정에 빠져 표종성(하정우 扮)과 련정희가 서로를 불신하며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그 전반부의 중요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완전히 빠뜨린 게 아닌가 싶다. 빨갱이 타령을 하며 고지식하게, 하지만 분명한 노선을 가지고 움직이는 정진수(한석규 扮)는 스토리 중간중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이 캐릭터를 부각시켜 남과 북의 갈등? 느낌으로 영화를 소개해야만 했을까 싶다. 내가 이해가 부족하여 전하는 사람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이 들진 않는다. 굳이 지적하자면 내가 조명하고 중점을 두고 싶은 내용이 영화 소개를 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심내용과 전혀 달랐기 때문에 이런 불통이 나타난 거겠지. 이미 내린 작품이니 이제 와서 아쉬워한들 달라지는 건 없겠다. 



액션씬이나 총격씬은 적당한 분량에 적당한 강도였던 것 같다. 중간중간 징그러운 장면들이 보였지만, 그거야 스파이 나오는 첩보 영화에서 약방의 감초 격이니 넘어가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표종성이 가스를 폭발시키고 사람들이 튕겨져 나왔을 때 그 이명. 정말 현실적이더라. 그 기법은 아직 어디서도 본 바가 없어서 진심으로 감탄했다. 대사에 넣은 복선을 뒤쪽에서 많이 회수했고(관자놀이에 댄 권총을 고개 돌려 피한다던가), 전반적으로 이야기 전개가 깔끔하고 좋았다. 큰 기대 없이 보았다는 점도 이 호평의 이유가 될 순 있겠지만, 앞으로 류승완 감독님의 다른 작품도 기대해보고 싶다. 그나저나 베를린2 in 블라디보스톡 나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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