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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in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2017.09.27 8시 공연

 



 

김선영 댄버스, 이지혜 나, 정성화 막심, 최민철 잭 파벨, 정영주 반호퍼, 류수화 베아트리체, 이하 원캐. 여왕댄, 졤나, 정막심, 미남파벨, 영주호퍼. 레베카 4연 자첫자막.

 

 

여왕님!!!!! 3연 때 만났던 신댄이나 차댄과는 또다른 노선이어서, 저 댄버스는 어떤 과거를 가지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마음으로 레베카를 대했고 또 기억하고 있는가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게 됐다. 꼿꼿하고 우아한 기질을 타고났음에도, '집사'라는 역할을 행함에 있어 흠잡을데 없이 예의를 갖추는 냉정하고 냉랭하게 거리를 두는 댄버스였다. 불꽃처럼 일렁이던 신영숙 배우의 댄버스보다는 차디차고 음습한 차지연 배우의 댄버스와 색감이 비슷했다. 그러나 각기 다른 맥락으로 레베카를 사랑하고 숭배했던 두 댄버스와는 맥락이 다른, 그를 통해 제 스스로의 정체성을 인정받고 존재를 확인하던 김선영 배우의 댄버스가 무척 매력적이었다. 응축되어 밀도 높은 감정이 누적되고 터지는 부분이, 마치 표면장력으로 액체가 볼록하게 가득 차 있던 컵에 딱 물 한 방울 떨어진 것으로 손 쓸 틈 없이 쏟아져 결국 컵까지 산산조각나 버리는 이미지를 연상시켰다. 레베카라는 극을 좋아한다거나 잘 아는 관객이라면 여왕댄을 꼭 봐야 한다고 추천하고 싶다.

 



 

정성화 막심은, 류막심과는 전혀 다른 인상에 연기노선이어서 오히려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취향인지 아닌지 여부는 떠나서 말이다. 막심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라고 모든 걸 이미 다 가지고 있는 '귀족'적인 이미지여야 하는데, 그 점이 아쉬웠다. 감정적인 부분의 결핍보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꾹꾹 눌러오다가 순간순간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오는 분노에 방점을 두어서, 막심이라는 인물을 정석적으로 표현했다. 놀라운 평범함은 역시 강렬한 목소리의 배우에게는 몹시 어려운 넘버임을 새삼 인지했고, 칼날송을 제외하고는 모든 넘버에서 비브라토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많아서 조금 힘들었다. 지혜이히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상상해오던 이히 캐릭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히였는데, 뭔가 박은태 배우처럼 딱 '뮤지컬 배우'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강조하는 지점을 정확히 보여주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명확히 짚어내는 강약조절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넘버도 다 좋았는데, 무엇보다 미세스 윈터는 나야 넘버를 너무나 잘 소화해줘서 감사했다. 영주호퍼야 뭐 찰떡처럼 잘 해주셨고, 베아트리체 역의 류수화 배우가 정말 좋았다. 정화베아트리체에게 익숙해져 있어서 조금 걱정하고 있었는데, 연기도 담백하고 노래도 부드럽고 풍성하게 불러주셔서 무척 만족스러웠다. 베아트리체는 캐슷 고를 필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정말. 베아트리체가 마지막에 입고 나오는 승마복이 참 좋다. 미남파벨은 미남미남했고. 3연의 순택벤에게 익숙해져있어서 이번 변형범 벤의 약한 존재감이 조금 아쉬웠지만, 캐릭터에는 딱 적절했다.

 



 

그리고 앙상블. 대극장을 도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앙상블의 떼창인데, EMK 극은 항상 그게 아쉬웠다. 노래 잘 하는 배우 몇 명이 있는 건 알겠는데, 화음을 엮어낼 때 서로의 목소리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아니라 서로 잡아먹고 깎아내는 느낌이라서 매번 답답하다. 음향 탓으로만 돌리기엔 이엠개 극을 한두개 본 것도 아니고 극장도 다양했기 때문에 앙상블 자체의 한계라고 보인다. 떼창에서 가사 제대로 인지 안되는 거, 많이 짜증나는 일이라서. 연기도 공연에 적절한 수위보다 조금 더 과하다는 인상이라서 좀 불편하다. 최근 이엠개 극 중 앙상블 노래 좋았던 건 작년 몬테 밖에 없다.

 

 

뒷자리여서 오케핏이 전혀 안보였지만 1막 첫곡 듣자마자 김문정 음감님이리라 확신했고, 인터 때 모니터 보니까 맞더라. 오케스트라로 인한 긴장이나 예민함이 없어지니 얼마나 관극이 쾌적한지. 3연과 비교해 편곡이 약간 있었으며 전반적으로 박자가 빨라졌다. 특히 신이여 넘버에서 정막심 노래가 살짝 조급하게 들렸다. 하루또하루 넘버 막심 파트 가사 달라졌고. 역시 블퀘 음향은 최악이어서, 이게 예당이랑 다를 게 뭐가 있나 싶었으나 그래도 2막은 좀 낫더라. 특히 불타는 맨덜리 장면과 노래가 모두 완벽했다. 역시 레베카는 레베카맆이랑 불맨이지!

 



 

여왕댄을 부르짖으며 즐겁게 관극했지만, 역시 류막심이 보고 듣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ㅠㅠ 류배우님으로 만난 캐릭터를 다른 배우로 마주한다는 건,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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