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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키부츠

in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2016.09.23 8시 공연






이지훈 찰리, 정성화 롤라, 김지우 로렌, 심재현 돈, 신의정 니콜라, 이우승 조지. 김준래, 우지원, 권용국, 송유택, 한선천, 박진상 엔젤. 아역 강채민, 이민혁. 왜찰리, 정롤라, 지우로렌. 



작년에 영화 킹키부츠를 보고, 킹키초연을 놓친 것을 안타까워 했었다. 노래도 신나고 스토리도 적당히 재미있고. 그래서 재연을 많이 기대하고 있었고, 드디어 자첫했다! 신나고 행복한 공연이라서 이 극을 회전문 돌면 즐거울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자둘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한 2주 정도는 평일 내내 회사에 묶여있을 것 같고, 그 뒤에는 휴가고. 아무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웃고 박수 치며 즐길 수 있는 이 극을 온 세상에 추천하고 싶다. 지루할 틈이 거의 없어서 부담스럽지 않게 관극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배우를 자첫한 극인데, 일단 이지훈 배우의 대사톤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발음도 아주 정확하고, 기대했던 찰리의 이미지에 완벽할 정도로 부합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노래는 역시 불호. 생각보다 가요톤이 아닌 건 좋았는데, 노래할 때 발음이 동그랗게 말려들어가는 습관이 있는데다가 비음도 심해서 취향은 아니었다. 솔로 위주의 넘버가 2개였는데, 두 곡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굉장히 좋은 찰리였다. 정성화 배우는 드디어 만나게 됐는데, 정말 정말 좋았다. 넘버 소화 능력도 훌륭하지만, 이 배우의 목소리에 선천적인 따뜻함이 있어서 무척 좋았다. 양준모 배우가 잠깐 연상이 됐는데, 노래하는 깊은 목소리에 담긴 온 몸을 감싸는 듯한 포근함이 서로 닮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홀리함 그 자체의 마이클리 배우도 떠올랐고. 지난 포스팅에서 주파수를 운운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 류의 목소리에 유난히 영혼이 울리는 느낌을 받는다. 롤라의 솔로곡, 1막 I'm not my father's son 과 2막 Hold me in your heart 가 정말 좋았다.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서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지우로렌 정말 잘해서 깜짝 놀랐다. 아무 생각 없이 관극하다가 로렌이 너무 좋아서 귀가길에 새삼 캐슷보드를 확인하고 나서야, 김지우 배우가 로렌이었음을 깨달았을 정도로 배우 본인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과거의 똥차들에 대한 한탄을 읊어대는 솔로넘버 The history of wrong guys 에서 매력이 뚝뚝 넘쳐흘렀다. 적당히 오버스럽고 매끈하게 유머러스하다. 그리고 엔젤들. 내적 야광봉을 수없이 흔들었을 정도로 우아하고 섹시하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매력적이었다. 특히 선천엔젤. 와, 언니 몸매 끝내주네요. 가뜩이나 유난히 시강인 몸매와 춤선이었는데, 권투시합에서 호피무늬 비키니 입고 라운드걸 하는 자태를 보고 현실 헉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언니 몸매 비결 좀....ㅠㅠ... 중간에 점프하면서 다리 찢고 바닥에 쾅 내려앉는 안무 있던데 몸 조심 하세요. 다른 엔젤들도 그 높은 힐을 신고 그런 격한 춤을 추시는데 무릎, 발목 나가시면 안돼요ㅠㅠ 





라센극의 넘버 번역을 하다 만 느낌인 건 조금 아쉬웠다. 특히 Sex is in the Heel. Sex라는 단어를 적절히 대체할 만한 단어가 딱히 없긴 하지만, 영어단어를 남기더라도 문장 자체는 좀 번역을 하려는 시도 정도는 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라센이잖아요. 영어 익숙한 사람만 이 뮤지컬 보는 거 아니잖아요. 그리고 스위니 때도 생각했던 건데, 토드에게 토사장이라고 하고 찰리에게 찰사장이라고 명명하는 거 진짜 확 짜증난다. 거기서 사람들이 웃음 터지는 건 아는데 현입 확 되서 불편하다. 소품으로 무대를 꽉 채우면서 배우들 동선은 좁게 만들었다. 그래서 공장 느낌, 영국 촌구석 느낌이 물씬 풍겨나왔다. 2층 무대장치를 재활용하는 방식이 영리했고, 컨베이어벨트 이용한 동선들도 인상적이었다. 스토리는 무난하게 잘 이끌었지만, 결말이 너무 열려 있어서 좀 아쉬웠다. 딱 절정 부분에서 신나게 커튼콜까지 이어지는 것이 쇼뮤지컬 답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래서 뭐 어떻게 됐다고? 라는 의문이 동동 떠다녔다.





아아, 또 보고 싶다. 주변에 같이 갈만한 사람 꼬드겨서 1층 내려가볼까. 블퀘 2층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오케소리에 가끔씩 거슬리는 기계음이 섞였고, 앙들 떼창에서 가사 잘 안들리더라. 생각보다 멀진 않지만 역시 표정은 안보였다. 의외로 왜찰리 얼굴이 잘보이는 편이라서 신기했다. 확실히 굵직굵직하게 생긴 게 무대에서는 큰 장점이다. 





연말연시에 이 분 보러 다녀야해서 총알 아껴야 하는데. 짜증나게 공개된 팬텀 캐슷을 보아하니 그것도 최소 두 번은 봐야겠고. 엠개 극이라서 자중하며 관극할 생각이다. 동팬텀, 은팬텀이 기대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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