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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in 충무아트홀 대극장, 2015.12.12 7시반 공연





자리예습이 필요해서 하게 된 프랑켄슈타인 3차.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 나오려고 했는데, 완전히 몰입해서 관극했다. 동뉴, 동한에 이은 세 번째 페어. '건빅'은 초연 이건명 배우를 지칭하는 단어라서 호칭이 애매하니까, 일단 형빅이라고 명명하겠다. 그럼 형한 페어인가...? 어째 입에 붙진 않네ㅠ 





빅터/쟈크 박건형, 앙리/괴물 한지상, 엘렌/에바 이혜경, 줄리아/까뜨린느 이지수, 이용우 빅터, 김주디 줄리아. 형빅, 형쟠, 지앙, 지괴. 빅터와 앙리를 제외하고는 모든 배우가 모두 동일하다. 아역 두 사람까지도..!!



일단 형빅. 와, 연기 너무 잘한다. 2차 관극 이후로 나름대로 쭉 생각해봤던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인생, 그리고 그로 인해 형성된 그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과하다고 생각했던 극중 대사들이, 그의 입을 통해 나오면서 생명력을 얻었다. 겹겹이 이야기를 쌓아나가며 개연성을 만들어내는 배우. 캬. 훌륭하다, 정말.


형빅은 묵직하고 단단하다. 나이 어리고 발칙한 대령 동빅과는 다르게, 조금 더 오래 세상의 풍파를 겪고 조금 더 영리하게 지위를 활용할 줄 아는 군인이었다. 마주 경례해주는 대신, '비켜'라고 싸늘하게 말하며 나가버리는 뒷모습에 내적 환호성을 질렀다. 그래! 건방진 빅터는 저래야지!!! 형빅의 그 진중한 분위기에 상대역인 한앙도 보다 진지해졌다. 단하미에서 '무신론잡니까?!" 하는 말투가 동한 공연처럼 신경질적인 느낌이 아니라 이성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한잔술에서 룽게의 소식에 빅터와 앙리가 함께 "장의사!!!!!" 라고 외치는 것 없이, 오롯이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내가 그 생각을 왜 못했지?!!" 라며 중얼거렸다. 이어지는 넘버, 나는 왜. 빅터 내면에서 갈등하는 요소가 확실히 보였다. 앙리의 죽음을 걱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양심을 고민하는 빅터. 앙리가 자기를 대신해서 죽으려하는 이유를 전혀 모르고 있다. 하지만 창살 너머의 그를 마주한다. "운명이라 생각하자" 라는 지앙의 말에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젖히며 손을 탁 내린다. 그러다가 앙리가 "니가 죽으면!! 우리 연구는!!" 라고 소리치는 말에 그제야 벼락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 멍하니 그를 바라본다. 그 순간, 앙리 뒤프레는 빅터의 인생 속 중요한 인물 중 하나가 된다. 괴물의 탄생 떄도, 그가 돌아왔을 때도, 빅터가 앙리라고 부르며 마냥 미워하지 못하는 이유의 근간이 바로 여기있는 것이다. 생창을 시작하며 동빅은 앙리의 머리를 이미 들고 있었는데, 형빅은 바구니만 들고 있다가 노래를 부르며 그 안에서 머리를 꺼낸다. 가슴팍에 끌어안은 채 안으로 사라진다. 괴물의 탄생. 동빅은 괴물의 등을 쓰다듬는 디테일을 하고, 형빅은 '춥지?'라고 작게 말했다. 룽게의 죽음 앞에서 잠시의 정적 끝 이어지는 절규. 그 텀이 길었던 덕분인지 지괴가 얼굴에 완전 피칠갑을 하고 나왔더라. 또 다시 넘버를 부르며 괴물에게 다가가는 빅터. 하지만 망설임이 짙다. 자신의 창조물, 앙리, 많은 상징이 포함되어 있는 창조물에 대한 애증이 벌써부터 피어오른다. 차마 죽음 끝까지 몰아넣지 못하고 놓쳐버리는 모습. 완벽하다.


2막. 실수였어!!! 라고 외치는 빅터의 말에는, 목을 조르려고 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가 배어 있는 듯했다. 줄리아의 위로를 받으며 그 놈을 찾아야 한다던 말도 치솟는 여러 감정을 누르는 것이 보였고, 슈테판 실종에도 자신의 고뇌에 젖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개가 짐승에게 뜯겼는지......" 라는 말에 퍼뜩 얼굴을 들어올리며 정신을 차리는 디테일도 좋았다. "엘렌은 어디 있지?" 하고 물었다가 "아냐, 시장님을 찾는 게 우선이야" 라면서 본론으로 돌아오는 것도, 빅터가 엘렌을 대하는 태도를 명확하게 보여줘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소소해보이는 이런 디테일 덕분에 엘렌의 "넌 이제 혼자란다" 라는 말들이 너무나도 뼈아프게 다가왔다. 그 말을 하며 자신을 떠나보낸 엘렌에게 어느 정도의 선을 긋고 있던 빅터. 하지만 그 죽음을 보며 자신이 유일한 가족이었던 엘렌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깨닫는다. "다 부셔놨어!" 엉망이 된 실험실을 마주하고 엘렌을 되살리지 못함에 절망한다. 줄리아까지 죽고 난 뒤, 이어지는 후회. 이 넘버에서 매번 집중이 바닥까지 떨어졌는데, 오늘 그 이유를 알았다. 별 박힌 배경이 너무 밝고, 오케가 너무 반짝거린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빅터의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지나치게 가볍다. 그래도 가사는 잘 들렸다. 북극까지 따라온 빅터. 괴물을 발견하고 쏟아내는 광기에 찬 웃음. 모든 것을 다 잃고 난 뒤 짓는 절규 같아서 좋았다. "넌 혼자야" 라는 괴물의 말에 퍼뜩 놀라 두리번거리는 빅터. 혼자라는 것에 대한 절망이 잘 보였다. 괴물과의 공통점.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한 공포, 부정, 고통의 감정.





한지상 배우의 공연을 본 횟수가 꽤 많다. 곧 류배우님 관극 횟수와 동일한 숫자가 될 것 같은데, 볼수록 특유의 분위기에 익숙해진다. 오늘 처음으로, 지상배우의 기존 출연작을 보지 못했음에 대한 아쉬움을 경험했다. 여전히 취향이 아닌 특징들이 없지 않지만, 그게 거슬리지가 않는다. 이 배우 필모를 앞으로도 열심히 따라다니겠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다. 단하미, 너꿈. 모두 좋다. 지괴 노래는 2차 관극 때가 더 좋긴 했지만, 감정선이나 노선 등이 아주 마음에 든다. 난괴물 마지막 부분에서 끓어오르는 목소리로 '처음..' 하고 한 번 더 '처음...' 이라고 읊조리고 정적. 멀쩡한 목소리로 '꿈을 꾸었네...' 하는데, 한숨이 저절로 쏟아졌다. 배우의 컨디션이 베스트는 아니었는데 어쩜 이렇게 감정이 좋은지...... 상처 넘버를 부르고 뒤쪽으로 영상이 전개될 때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덕분에, 북극까지 이동하는 여정이 아주 어려웠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서 극 전체의 완성도가 조금 더 높아진 기분이 들었다.  북극에서의 마지막 말. "빅터.. 이해하겠어? 이게 나의.." 이어지는 말. "복수야.." 진정한 복수를 이루었다는 듯한 만족스러운 목소리. 자신의 고통에 대한 복수를 오롯이 이뤄낸, 심판자다.  



형쟠은 오버스럽지 않고 딱 좋다. 넌 괴물이야 넘버에서 가사 다 들려서 좋았다. 괴물이 덤벼들까봐 소심해하고 나 할 말 더 있어, 하는 등의 애드립도 괜찮았고. 왜 이건 반품이 안돼? 라는 말에 "멀쩡하니까" 하면서 소심하게 에바를 따라가는 형쟠이 귀여웠다. 지수까뜨린느는 여전히 좋다. 괴물에게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소리지르는 것도 감정이 조금 줄어들어서 마음에 들었다. 혜경에바는 목이 조금 허스키해져서 불안정한 느낌은 덜해졌지만,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졌다..ㅠㅠ 힘을 내주세여....



오케가 배우들 노래에 맞춰 정확하게 끝나는 게 마음에 들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합이 맞아가는 것이 보여서 만족스럽다. 근데 빅터 엄마 시체를 발견하는 앙 좀 바꾸면 안 될까...? 진짜 너무한다. 그렇게 발연기 하는 것도 힘들겠다. 후우. 앙들 노래는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다. 극 자체가 마음에 들고 있어... 망했어..ㅠㅠ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배우들이, 조금 부러웠다. 마음껏 감정을 쏟아내는 것이 힘들긴 하겠지만, 분명 시원하겠지. 





근래에 관극이 늘 즐겁고 행복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지만, 오늘 공연이 정말 좋아서 새삼 내가 공연을 사랑하는 이유를 돌이켜보게 됐다. 배우도, 극도, 이야기도 너무 좋으니까, 많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프네. 조금 많이. 일단 오늘 리뷰는 여기까지. 다음주의 4차, 5차 관극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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