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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in 충무아트홀 대극장, 2015.11.27 8시 공연





아무리 초연리뷰를 읽고 나름대로 상상을 했다지만, 그래도 인생자첫이니 의미 있게 뉴뉴뉴뉴, 새로운 배우들의 첫공으로 재연 뚜껑을 열어보기로 했다. 초연을 안봤기 때문에 어떤 수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잘 모른다. 더블 트리플 배우들의 노선 비교 역시 아직은 불가능하고. 새로웠지만 신선하진 않았고, 센스 있었지만 세련되진 않았다. 연기나 노래에 크게 로딩이 필요해보이지는 않았지만, 노선의 정리나 강조해야 할 포인트에 대한 고민은 필요해보인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더 완성도 있어질 것 같지만, 회전문을 가열차게 돌진 않을 것 같다. 몰입도가 높은 공연이었지만, 뭔가 딱 꼬집어내기 어려운 뭔가의 부재가 분명히 존재했다. 내내 많이도 울었지만, 끝나고 나서도 감정이 추슬러지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기대치가 어마어마하게 높았던 것을 감안해보면, 충분히 괜찮은 공연이었다. 자첫자막으로 딱 한 번만 보는 공연, 이라는 관점에서는 아주 깔끔하고 훌륭한 극이겠지만, 최소한 서너번은 더 볼 나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짙다.





빅터/자크 전동석, 앙리/괴물 최우혁, 엘렌/에바 이혜경, 줄리아/까뜨린느 이지수, 슈테판/페르난도 이희정, 룽게/이고르 홍경수, 어린빅터 이윤우, 어린 줄리아 김주디



※스포만



동빅은 애다. 똑똑하지만 광기에 휩싸인 채 자신의 목표만을 바라보며 달리는 어린애. 오만하고 자기멋대로이던 그가 처음으로 고민한다. 자신의 죄를 뒤집어쓰고 죽음 앞에 선, 자신의 유일한 친구 앙리를 왜 구하고 있지 않은 건지. 누나 엘렌의 말대로 그 신선한 '머리'를 원하고 있는 건 아닐까? 거울을 바라보며 감추고 있던 자기의 추악한 내면을 목격한다. 그리고 초연에서도 엘렌이 빅터의 속내를 돌직구로 지적했었나?? 앙리의 머리 가져다준 게 엘렌이었다고 들었는데, 아닌가?? 엘렌은 진정으로 빅터를 사랑하고 안쓰러워하지만, '이해'하지는 못한다. 어린 동생을 혼자 멀리 떠나보내면서 넌 이제 혼자란다, 라고 말하는 누나의 행동에 설득력이 별로 없었다. 캐릭터의 일관성은 있는데, '빅터를 이해하는 거의 유일한 사람' 이라는 정체성은 사라진 느낌이다. 그래서 2막 엘렌의 죽음 앞에서 엉엉 울며 무너지는 빅터의 모습이 가슴 아프긴 했지만 고통스럽진 않았다. 엘렌은 바보같이 빅터에게 헌신적이고 무한한 신뢰를 보이는 가족이어야 했다. 그래야 그의 죽음 앞에 선 빅터가 더 깊은 바닥까지 망설임없이 추락할 수 있다. 절망의 끝, 나락까지.


이야기가 샜네. 아무튼 빅터는 '나는 왜' 넘버를 부르며 고뇌하다 결국 법정으로 달려간다. 자신이 죽인 것이라고. 진실은 이것이라고. 그러나 그의 말은 기각되고, 앙리는 살인자로서 감옥에 갇힌다. 자신을 찾아온 철창 너머의 빅터에게 그가 말한다. 너와 같이 너의 꿈을 꿀 수 있어서 행복했노라고. 너의, 우리의 꿈을 위해 내 목숨 따위는 바칠 수 있노라고. 뉴앙 표정 좋다. 생생한 행복이 넘실대는 꿈꾸는 표정. 죽음 앞에서 망설임이나 두려움은 없다. 단두대가 떨어진다. 조명 빨리 꺼져야겠더라, 칼날이 끝까지 안 떨어지는 거 너무 잘 보임. 그리고 가운데 작은 문이 열린다. 앙리의 머리를 든 빅터가 위대한 생명창조의 시작을 말한다. 믿고 듣는 동빅 노래. 기계가 초연의 프콜에서 본 것보다 더 자잘하게 다양해졌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톱니 돌아가는 소리가 너무 커서 거슬렸다. 코트를 너무 과격하게 벗는다 싶더니 역시나 작은 참사가 벌어졌다. 안주머니에서 실험일지가 떨어졌다. 생창이 끝나고 빅터가 코트를 정리하며 노트를 다시 주머니에 넣으려 했지만 실패. 등장한 룽게도 노트를 주워 주머니에 넣으려 했지만 역시 실패. 결국 뒤돌아서 본인이 챙기시더라. 앞으로 아주 다양한 참사가 기대되는군ㅋㅋ 어쨌든 괴물이 태어났다. 2막에서 괴물이 말한 '태어났다, 아니 탄생했지' 라는 대사에 따르면 창조되어 탄생했다. 처음 눈을 뜬 괴물은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적대적이고 두려움이 가득하다. 그런 괴물을 보는 빅터의 눈에는 광기와 놀라움과 기쁨과 경이로움이 담긴다. 앙리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창조물'을, 성공한 실험의 결과물을 바라보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떼는 괴물의 모습에 얼굴 가득 기쁨이 담긴다. 끌어안은 괴물의 몸뚱이가 차디찬지 등을 손으로 연신 쓸어내리며 룽게에게 코트를 가져오라 한다. 아직 배우들 몸동작 합이 완벽하게 맞지 않아서 룽게가 괴물에게 총을 쏘는 이유가 제대로 다가오지 않았다. 빅터를 지키려던 룽게는 괴물에게 역공격을 당하고 목이 뜯겨 죽는다. 그 죽음을 목격한 빅터는 울부짖는다. 망설임 없이 쇠사슬을 들고 괴물에게 다가간다. 그 와중에 자신의 얼굴을 신기한 듯 이리저리 만지고 헤에 웃기도 하고 어깨를 삐걱대기도 하는 뉴괴의 표정이 정말 너무 좋았다. 이 장면 때문에 인터 내내 머리가 멍했다. 괴물은 자신을 공격하는 빅터의 손에서 빠져나간다. 총알이 난간에 맞아 스파크를 튀기는 순간, 괴물의 얼굴에 경악이라는 감정이 스친다. 깨진 창문을 넘어 도망치는 괴물. 남겨진 빅터는 괴롭게 절규한다. 여기서 배우 앞으로 막이 떨어지지 않고 암전만 되어서 당황했다. 아니 1막이 딱 끝나는 장면에서 배우가 옆으로 퇴장하는 모습이 보는게 보이는 건 대체 뭐하자는 건지. 동선정리 좀 제대로 합시다. 관객에게 '극을 보고 있다'는 '현실'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은 연출이 행할 수 있는 가장 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프리뷰였으니까, 부디 수정해주세요...





그리고 2막. 동쟠이 나오는 순간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는 탄성과 탄식 중간의 소리들, 그리고 저절로 숙여지는 고개들. 나 역시 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동쟠의 저 노선이!!! 완벽하게 류쟠의 노선임을 알고 있어서!!! 미치겠더라ㅠㅠㅠㅠㅠㅠ 어지간하면 지나간 과거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며 앞만 보고 사는데, 진짜 정말 류빅/류쟠 못본 건 미칠 듯이 후회되고 토할 것 같이 괴롭다........ 인생에 회의감마저 들 정도야... 류배우님 제발 부디 삼연에는 돌아와주세요. 아님 특공이라도. 딱 한 번이라도 보면 죽을 때 여한이 없을 것 같아서 그래요....ㅠㅠ



넌 괴물이야 넘버에서 동쟠보다는 뉴괴에 집중하며 봤다. 여기 감정표현이 더 풍부해지면 좋을 것 같다. 자극에 고통스러워하고 허우적대는 표정은 좋은데, 본질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를 미워하고 나아가 분노하는 감정선이 이 넘버에서 표현이 됐으면 좋겠다. 깊은 배신감과 불신이라는 감정은 까뜨린느를 통해서 배우고. 까뜨린느에게 배신당하는 장면에서 괴물 표정이 잘 안 보인 것도 아쉽다. 중블 3열이었는데 표정이 안보여. 난 괴물을 부르며 불을 지르고 떠나는 괴물. 빅터의 주변사람을 모두 죽이고 호숫가에서 한 아이를 만난다. 아무런 잘못도 아직은 행하지 않은 무고한 아이를 망설임 없이 차가운 물 속으로 밀어 넣는다. 너도 크면 인간 행세를 하겠지? 하면서 등을 떠밀고, 텅 비어버린 자리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나지막하게 내뱉는 말. 그러지마. 조용히, 나긋하게, 어찌 들으면 순수하기까지 한 목소리. 죄책감은, 없다. 죄없는 아이를 죽이기 전과 죽인 후의 괴물은 전혀 다른 존재다. 서커스단에서 상대를 결국 죽이지 않았던 괴물은, 이제 아무렇지 않게 자신과 하등 상관이 없는 사람도 그저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거리낌없이 죽인다. 이 차이에 대한 연기적인 강조도 조금만 더 해주면 좋을 것 같다. 괴물의 인생은 굳이 디테일하게 설명해주지 않아도 충분히 끔찍하고 고통스럽지만, 그걸 전부 겪어온 그의 감정선을 보다 적나라하고 처절하게 표현해주면 극적인 효과가 훨씬 크게 다가올 것이다. 멘탈이 탈탈탈 털려서 나오리라는 기대를 안고 갔는데, 눈이 조금 붓고 빨개졌을 뿐 생각보다 멀쩡하게 나와서 아쉬웠다. 어차피 희망도 미래도 없는 처절한 결말을 보여주는 극이라면, 더 잔인하게 더 끔찍하게 더 적나라하게 절망의 끝을 보여줬으면 한다. 배우들이 무지하게 힘들긴 하겠지만 말이다. 이런 취향의 관객이라 죄송합니다(.....)



모함에 빠뜨려 엘렌을 죽인 괴물은 절망하는 빅터 앞에 나타난다. 이제 자신을 죽일 거냐며, 어서 죽이라고 소리지르는 빅터에게 그가 말한다. 아직 아니야. 아직은 아니야. 끝내 줄리아까지 죽인 괴물이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북극에서 기다리겠노라고. 아무도 없는, 차가운 그 땅에서. 기어코 북극까지 그를 쫓아온 빅터에게 남은 건 원망, 분노, 자괴감, 운명에 대한 저주, 그 모든 감정들에 대한 관성적인 무력감 뿐이다. 근데 관객석에서 등장하는 거는 정말 별로. 왜 굳이 등장을 길게 만든 건지. 대면 후 잠시의 몸싸움 끝, 빅터의 한쪽 다리를 상처 입힌 괴물은 그에게 총을 건넨다. 대체 나에게 왜 이걸 돌려주느냐는 물음을 얼굴에 가득 담은 채 빅터는 당연하다는 듯 방아쇠를 당긴다. 억 소리를 낸 괴물은 얼굴에 설풋 미소까지 띄우며 빅터의 어깨를 붙든다. 주위를 봐, 넌 이제 혼자야. 추위와 분노로 멈춰있던 빅터의 이성이 점차 깨어난다. 이해하겠어? 이게 나의..... 바람소리, 그리고 정적. ....복수야.... 떨구는 고개. 혼란과 공포. 툭 밀치니 그대로 나뒹구는 몸뚱이. 소리를 내보지만 들려오는 건 멀리서 돌아오는 메아리 뿐. 그제야 깨닫는다. 혼자임을. 초반에 동빅은 애다, 라는 말을 했었는데 바로 이 장면에서 그 모습이 정점을 찍었다. 동빅은 그저 '혼자'라는 상황에 대한 공포심과 절망감으로 가득하다. 괴물을 '앙리'라고 보지도 않았고, 자신의 '창조물'이라고도 보지 않았다. 책임감도 죄의식도 현저히 부족하다. 괴물의 죽음이 자신에게 진정한 외로움을 선사하는 마지막 조건이었음을 깨닫게 된 빅터는 그제서야 절규한다. 그건 결국 전부 자신을 위한 말이다. 나를 혼자 두지 마. 내 원수인 너라도 좋으니, 제발 누군가 내 옆에 있어줘. 혼자이고 싶지 않아. 제발.





동빅과 뉴앙은 정말 친구 같았다. 특히 한잔술. 흥이 넘치는 동빅과 그런 그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뉴앙. 나잇대도 비슷하고 성격도 서로 보완이 되는 두 사람의 우정이 아주 보기 좋았다. 폴짝 뛰어서 빅터에게 코알라처럼 안기는 앙리의 모습에 현실친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훈훈했다. 그리고 중간에 동빅이 손하트 작게 날리니까 탁상 위에 서있던 뉴앙이 손가락 미니하트 깨알같이 돌려주는 것도 무지 귀여웠고ㅋㅋ 혜경엘렌의 노래는 불안함 하나 없이 아주 좋았다. 지수줄리아도 신인인 것 같은데 연기도 노래도 깔끔하니 아주 사랑스러웠다. 전반적으로 배우들 마지막 고음처리가 반주보다 빨리 끊겼는데, 호흡 조절을 하던지 지휘자가 오케 반주를 좀 줄이든지 해야 할 것 같다. 홍룽게 귀여우심ㅎㅎ 성에 찾아온 엘렌을 '줄리아 아가씨'라고 부르는 대사 실수가 있어 동공지진이 왔지만 전반적 연기는 아주 좋았다. 아역들 목소리는 꾀꼬리 같았다. 줄리아 아역배우는 플북에 왜 없지? 얼터인가? 커튼콜 때 이지수 배우와 최우혁 배우에게 크게 환호성을 보냈다. 특히 첫 데뷔무대를 무사히 끝낸 최우혁 배우. 생각보다 연기도 좋고 넘버소화 능력도 무난해서 앞으로가 기대된다. 목소리도 매력적이라서 노래만 조금 다듬으면 애정배우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 이 배우가 나보다 어리다니...ㅠㅠ



은괴나 지괴는 못봤지만 당연히 잘 하리란 게 뻔하니, 이렇게 괴물 트리플 세 배우가 빠짐없이 마음에 드는 걸로 확정됐다. 다만 문제는 빅터. 유빅은 일단 취향이 절대 아니라서 어지간하면 피할 예정이고, 건빅은 예매를 하나 해놓긴 했는데 어째 오프닝데이 평이 썩 좋지 않아서 고민이다. 그리고 동빅.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해서 아주 무난하게 고정으로 돌면 될 것 같은데, 문제는 내가 보지도 않은 류빅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거다. 동빅도 좋은데, 뭔가 허전하고 아쉬워. 일단 노선 좀 더 다듬고, 넘버도 소화력은 좋은데 창법이 살짝 일관성이 없는 장면이 몇개 있어서 그것도 다듬어줬으면 좋겠다. 프리뷰라서 그런지 리뷰 내내 '~해줬으면 좋겠다'는 권유형이네ㅋㅋㅋㅋㅋ  아, 긴장을 했는지 동빅이 땀을 엄청 흘렸다. 1막 중간에 뒤로 휙 도는 순간 휘날리는 머리카락에 맞춰 땀방울이 무슨 영화처럼 파사삭 흩어지더라. 힘든 극이니 다들 몸 챙겨가면서 끝까지 멋진 공연 완성해줬으면 한다.





더 바닥까지 치는 극이었으면 했었다. 현실 속에서는 꽤나 희망적이고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인데, 그래서인지 예술에서만큼은 비극과 절망과 새드앤딩으로 점철된 이야기를 보고 싶다. 프랑켄을 알게 된 이후로 다섯달 동안 그토록 기다려온 이유는, 비극의 끝을 보여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해서 이렇게 아쉬움이 남는다. 극 자체는 좋은데, 아쉽고 미련이 남고 그래서 좀 고쳐보고 싶고 그렇다. 생애자첫인데 이토록 생생하고 선명하고 디테일하게 기억에 남는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근래에 관극으로 얻는 즐거움이나 카타르시스가 조금 시들해지고 있는데, 프랑켄이 이렇게 아쉬움을 남겨서 안타깝다. 다시 불타오르는 계기가 되길 바랬는데. 일단 다음 관극은 다음달 중순의 동한이다. 그 전에 하나를 더 잡아야 하나. 당장 다음주에 3차 티켓팅이 있긴 하던데ㅋㅋㅋ 아 진짜 짜증나. 개막도 안한 극이 2차까지 티켓팅을 하고, 심지어 캐슷 발표조차 하지 않은 마타하리가 아무리 프리뷰라고 해도 벌써 티켓팅을 연다고 하고ㅋㅋㅋ 아주 미쳐돌아가는구나, 이 업계. 아무튼 프랑켄은 3차도 참여하고, 추가예매는 관극평을 조금 더 찾아본 뒤에 결정해야겠다. 글로만 앓았던 극을 드디어 만나서 행복했다. 이제 앞으로 세 달. 함께 달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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