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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현실적인 장면들을 통해 보여주는,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다운 이야기.



70년을 훌쩍 넘기는 긴 세월 동안 내내 서로를 아끼고 애틋해하는 두 분의 사랑이 참 예쁘고 아름다웠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나 존댓말도 그렇고, 같은 색의 고운 한복을 맞춰 입고 서로의 손을 꼭 잡고서 길을 걷는 모습도 보는 내내 입가에 절로 미소가 피어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히 신드롬 수준의 흥행을 보여주고 있는 이유는 이보다 더 깊은 차원에 있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특히 한국인이라면, 지나온 자신의 인생 속에서 소중했던 사람들 혹은 과거의 여러 기억들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무던한 시선으로 담백하게 평범함을 보여줌으로써 '상실'이라는 개념을 일상 속에 녹여냈기에, 특별한 수사적 기법 없이도 진하게 가슴 속 깊은 감성을 건드릴 수 있었다. 예기치못한 기쁨과 슬픔의 기복 역시 보통의 인생 기복처럼 넘나들어서 더욱 현실성을 더했다. 엉엉 울게 되는 건, 그러면서도 다시 키득대게 되는 건, 이 영화가 현실을 정말 잘 담아냈음을 반증한다.


나 또한 나의 조부모들을 떠올렸고, 앞으로 수없이 겪게 될 상실을 미리 조금이나마 아파했으며, 동시에 그들과 함께 한 행복했던 그리고 행복할 시간들을 그려내며 작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자식들이 부모 앞에서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모습이나, 자식처럼 아끼던 개의 무덤을 직접 만들어주는 모습들이 어찌나 우리네 삶의 모습 그대로인지. 정말로 행복했다가도 한순간 슬픔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목격하며, 인간이란 마지막 숨을 내뱉는 그 순간까지 기쁨과 아픔을 함께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절감했다. 동시에 아무리 나이를 먹고 수많은 경험을 했더라도, 이별이라는 건 참으로 한결같이 그 무게를 고스란히 내리누르면서 우리를 괴롭힌다는 생각도 했고.





관객이 저마다의 인생을 돌이키며 각자의 사색에 잠기도록 만드는 영화. 이런 영화가 '수작(秀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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