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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존중/Screen

그녀 (2014)

누비` 2014. 6. 7. 12:09




물질적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대상과 사랑할 수 있을까? 이는 공상과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로, 인공지능과 사람 간의 다양한 감정을 다룬 영화는 꽤 많다. 최근에 개봉한 '그녀 (her)' 는, 오로지 목소리만을 소통수단으로 사용하다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평이 좋아서 며칠 전에 관람했다. 런닝타임이 꽤 길다.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리 극적인 사건 없이 잔잔히 흘러가는 영상 때문에 지루해할 관객이 많을 듯하다.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10분마다 폰으로 시간을 확인해서 거슬릴 정도였다. 같이 본 친구도 좀 짧았으면 더 집중력 있었을 것이라 평하기도 했고. 





전반적으로 마음에 든 영화다. 연출이나 영상미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많은 장면에서 분위기 및 흐름에 어울리도록 빛의 양이나 카메라의 각도 및 비율 등을 세심하게 계산해서 찍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역시 영상 쪽에 관심 있는 사람이 본다면 재미 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이 사랑에 빠진 대상인 OS가 작곡을 하고 들려주는 노래들이 영화와 잘 어우러졌던 것도 인상 깊다. 영화 소개 프로에서 주연배우 둘이 직접 노래했다는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고 해주던데, 노래를 잘 하진 않더라..ㅋ... OS 목소리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 목소리가 약간 허스키한 편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고. 스칼렛이 연기를 엄청 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특히 전반부에서) 연기가 참 좋았다. 주인공 테오도르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 연기야 두말할 것 없이 훌륭했고. 촬영할 때는 대사 타이밍을 어떻게 맞췄을 지 궁금하다.  





내용 면에서는 결국 이 영화가 하고 싶었던 말은 결론 즈음의 이야기에 담겼다고 본다. 스포니까 구체적으로는 말하지 않겠지만, 그런 미지의 광활함 류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ㅋ 그래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전개였으니 불만은 없다. 다만 마무리 만큼은 조금 아쉬웠다. 주인공은 영화 전반에 걸쳐, 외로움에 떨며 감수성이 넘쳐나는 모습과, 사랑에 빠져 너무나 행복해하는 모습, 두 가지 만을 중점적으로 보여왔다. 근데 결론은 왜.........??...



엔딩 크레딧 올라가기 직전, 마지막 장면 끝나고 암전이 내리며 옅게 내뱉는 숨소리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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