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펀스 in 아트원씨어터 1관, 2022.12.24 7시 양소민 해롤드, 최유하 트릿, 최수진 필립. 연이 닿지 않아서 초재연을 다 놓친 극이어서 이번 시즌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보고 왔다. 재연에 이어 삼연에도 젠더프리 캐스팅을 한 데다가, 이번 시즌에는 여배 둘 남배 둘로 성비까지 완벽히 맞춰와서 고마웠다. "남성"의 이미지인 양복과 구두를 착용하고 소년이나 형이라는 호칭 등을 그대로 사용했으나, 마지막 장면의 대사 하나로 이야기를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이것이 바로 시대에 맞춰 생동하는 예술의 힘이지. 공연 시작 직전, 온전한 곳이 없는 집안 구석구석을 구경하며 무대 제작팀이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생각했다. 벽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스티커들과 지저분하게 늘어지고 찢어진 벽지, 살짝 가라앉은 천장..

지킬앤하이드 in 샤롯데씨어터, 2022.01.15 7시 류정한 지킬/하이드, 아이비 루시, 최수진 엠마. 류지킬/류하이드 자열여섯. 류과숮 페어 자셋자막. 류지킬 270번째 공연. 2022년 첫 관극! 2016년 레베카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생일날 류배우님 공연이 있었다! 덕분에 올해의 첫 관극이자 자체 생일 선물은 이 공연으로 낙찰되었다. 무려 20일 만에 만난 류배우님은 여전히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특히 정성껏 부르는 사골이 눈부셔서 자꾸 눈물이 났다. 익숙한 디테일에 더해진 새로운 디테일과 노선이 신선하고 충격적이어서 2막 직전까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티켓 값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컨프롱에서도 처음 보는 디테일을 마주하고 짜릿한 카타르시스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13일 새..

지킬앤하이드 in 샤롯데씨어터, 2021.11.11 7시반 류정한 지킬/하이드, 윤공주 루시, 최수진 엠마. 류공숮 페어첫공. 류숮 페어자첫. 류지킬/류하이드 자여섯. 이 공연 이틀 전에 OST 녹음을 7시간 동안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이날 변주도 꽤 있고 무엇보다 목청이 완전히 트여있다는 느낌을 내내 받았다. 류배우님의 음성이 선사하는 카타르시스를 오롯이 만끽하면서도, 이렇게까지 짜릿하고 황홀하고 행복해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엄청났다. 날카롭고 잘생긴 류지킬의 음색과 묵중하고 울림 가득하며 긁어내는 소리를 더한 위압적인 류하이드의 음색이 오싹한 전율을 여러 차례 선사했다. 극불호인 극이니 아무리 배우님이 오셨다고 해도 많이는 못보겠지, 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는 얼마나 안..

맨오브라만차 in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2021.04.10 8시 류정한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최수진 알돈자, 이훈진 산초, 서영주 도지사/여관주인. 위메프데이 전관. 류동키 시즌 자열. 1막 피날레의 이룰 수 없는 꿈이 유난히 심장을 에는 듯 맹렬하게 다가왔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 싸움 이길 수 없어도 /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 길은 험하고 험해도" 라고 노래하는 고단하고 막막한 현실이, 작금의 절망을 지독히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어서 가슴이 미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위해 싸우"고 "사랑을 믿고 따르"겠다며 꿈을 꾸는 돈키호테의 찬란한 의지가 커다란 위로와 눈부신 희망을 건넸다. 다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고 지난할지라도, 꿈을 꾸며 한 걸음씩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만 ..

맨오브라만차 in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2021.03.31 7시반 류정한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최수진 알돈자, 이훈진 산초, 서영주 도지사/여관주인. 류동키 자아홉. 자칫하면 표를 날릴 수도 있던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어찌저찌 해치우고 미뤄서 늦지 않게 객석에 앉았다. 지난 시즌까지 더하면 벌써 15번째 관극임에도, 마치 처음 만나는 듯한 설렘을 장면 곳곳에서 느낀 날이었다. 도지사에게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던 원고가 세르반테스에게는 값비싼 자산이라는 첫 장면의 차이가 평소보다 강렬히 와 닿았고, 극중극을 끝낸 뒤 돌려받은 원고를 꽉 끌어안는 순간 다 함께 만들어낸 이야기가 어둡고 희망 없던 지하감옥을 환하게 밝히는 인상을 받았다. 이날 무대 위 라만차의 기사들이 모두 영광을 좇는 사람들이었기에 더욱 심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