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 22분 in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023.08.01 7시반 박지연 제니, 최영준 샘, 임강희 로렌, 양승리 벤. 스포 절대 금지 때문에 후기를 쓰기가 애매하다. 반전을 반드시 모르고 봐야 짜릿하고, 결말을 마주한 다음 극을 통째로 되새김질하며 새롭게 이해해야 하는 작품이다. 자첫과 자둘의 장르가 현저히 달라지는 극이라는 점만 명기해 둔다. 배우들이 너무 잘해서 극이 더 탄탄해진 점도 없지 않다. 다들 캐릭터를 씹어 삼켰음. 젼제니와 깡로렌 연기톤이 너무 좋아서 내적희열을 느꼈다. 강약 조절 완벽한 이양승벤도,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로 맛깔나게 빈정대는 영준샘도 찰떡같았다. 말장난과 조소와 섹드립과 비아냥이 많아서 약간 미드 보는 기분도 들었다. 대사가 정확하게 들려야 하는 극이고, 다들 딕션이..
인형들의 집 in 우란2경, 2022.06.17 8시 임강희 노라, 이석준 한인국, 김정민 김주연, 하성광 유진만, 장석환 신용진. 헨리크 입센의 을 현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각색한 연극이라니. 보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틈 날 때마다 매진 회차들 예매창을 들락날락하면서 어렵게 표를 잡았다. 우란에서 올리는 작품이라는 점도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원작의 날카로운 감각은 지독히 익숙하고 평범한 이야기로 둔탁해졌고, 송곳처럼 핵심을 찌르던 원작의 대사는 분노로 온 몸을 파들대면서도 말을 고르는 노라의 인내에 침묵했다. 인형의 집이라는 공간의 호칭과 시대가 요구하는 완벽한 여성상을 연기하는 노라의 이름 외에는 원작의 매력을 연상시킬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시공간을 바꿔 원작을 각색..
리차드 3세 in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2022.01.22 6시반 황정민 리차드 3세, 장영남 엘리자베스 왕비, 정은혜 마가렛 왕비, 임강희 앤, 윤서현 에드워드 4세, 박인배 버킹엄 공작 등 전배우 원캐. 황정민 배우의 오이디푸스 연극을 무척 짜릿하게 관극 했던 기억이 생생하여, 다시 돌아온 리차드 3세라는 고전 또한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오이디푸스 후기) 셰익스피어의 작품다운 우아하지만 날카롭고 현학적이면서도 직설적인 대사들이 적당한 번역과 각색을 거치며 독특한 매력을 뽐냈다. 그 대사를 맛깔나게 살리는 배우들의 톤이 이야기를 한층 쫀쫀하게 만들었다. 특히 객석을 향해 수차례 독백을 하는 황정민 리차드의 대사톤이 어찌나 몰입을 끌어올리는지, 그가 인도하는 방향으로 관객들은 그저 휘어잡힐 수밖에..
아가사 in 유니플렉스 1관, 2021.09.24 7시반 임강희 아가사, 김재범 로이, 강은일 레이몬드, 임별 아치볼드, 최호승 폴, 김남호 뉴먼, 이아현 베스, 강인대 헤리츠, 정다예 낸시. 깡가사, 범로이. 14년 소가사 15년 대가사 이후로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은 극이어서 궁금했는데, 김수로 프로젝트이자 압컨극이었다는 걸 미리 알고 갔다면 기대치가 분명 덜했으리라. 한국 창작 뮤지컬이, 특히 이 제작진들이 유난히도 사랑하는 "그 소재"는 대학로에서 영원히 사골처럼 우려먹겠지. 인물 등장 순간부터 직감한 이 반전이 그나마 덜 진부하고 덜 과하게 연출되었기에 다행히 불쾌함은 없었다. 지난 2017년, 스모크에 이어 인터뷰까지 관극 하며 체감했던 극강의 분노와 짜증과 현타보다는 훨씬 가볍고 옅은 농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