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베스 레퀴엠 in 정동극장, 2022.12.31 6시 류정한 맥베스, 안유진 올리비아, 정원조 뱅쿠오, 김도완 맥더프, 박동욱 로스, 이상홍 던컨, 이찬렬 맬컴, 정다예 애너벨, 홍철희 캘런, 김수종 경호원. 총막. 류맥베스 자일곱. 지난 2월, 지킬앤하이드 막공주를 빼앗긴 것이 의외로 큰 상처였나 보다. 총막에서 레전공을 찍은 류배우님이 성큼성큼 걸어 나와 큰절을 하시는 순간,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펑펑 나기 시작했다. 마이크를 든 류배우님이 평소답지 않게 무대인사가 길어질 거라며 부담스러우니 앉으라고 관객을 앉히는 말에도 계속 눈물이 났고, 울컥하는 감정을 채 숨기지 못한 목소리가 마음을 일렁이게 만들었다. 목이 메어서 여러 차례 목을 가다듬는 모습도 처음이었다. 다른 배우들의 인사를 경청하며 마..

맥베스 레퀴엠 in 정동극장, 2022.12.31 2시 류정한 맥베스, 안유진 올리비아, 정원조 뱅쿠오, 김도완 맥더프, 박동욱 로스, 이상홍 던컨, 이찬렬 맬컴, 정다예 애너벨, 홍철희 캘런, 김수종 경호원. 세미막. 류맥베스 자여섯. 원캐로 꼬박 한 달을 무사히 채운, 2022년의 마지막 날이 도래했다. 류배우님의 세미막을 놓칠 수는 없기에, 자첫날처럼 종일반을 선택했다. 덕분에 낮공은 왼블통, 밤공은 오블통에 앉아서 류맥베스의 마지막을 양껏 감상할 수 있었다. 지난주 크리스마스에 본 디테일이 몇 남아있긴 했으나, 막공 즈음 답게 초반의 클래식한 노선이었다. 유난히 아이라인이 예뻐서 류맥베스의 미모에 완전히 홀린 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제 한동안 이 잘생긴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벌써부터..

맥베스 레퀴엠 in 정동극장, 2022.12.25 6시 류정한 맥베스, 안유진 올리비아, 정원조 뱅쿠오, 김도완 맥더프, 박동욱 로스, 이상홍 던컨, 이찬렬 맬컴, 정다예 애너벨, 홍철희 캘런, 김수종 경호원. 류맥베스 자다섯. 작년 크리스마스에 이어 이번 크리스마스도 류배우님의 공연을 볼 수 있어 기쁘다. 열흘 만의 관극이었는데, 새로 생긴 디테일이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기억하려고 머리를 굴리다가 도리어 많이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회전을 도는데 한 번쯤은 상세한 후기를 남길 필요가 있으니 생각나는 것 위주로 적어봐야지. "이미 생각이 행동을 앞서고 있어"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워 표정이 보이지 않는 맥베스의 도입부 독백 목소리가 늘 좋다. 처음으로 예언을 들은 직후에도 침착함을 유지하던 맥베스의 눈..

맥베스 레퀴엠 in 정동극장, 2022.12.15 7시반 류정한 맥베스, 안유진 올리비아, 정원조 뱅쿠오, 김도완 맥더프, 박동욱 로스, 이상홍 던컨, 이찬렬 맬컴, 정다예 애너벨, 홍철희 캘런, 김수종 경호원. 류맥베스 자넷. 실황 박제 회차. 거듭할수록 깊어지는 이 극을 처음으로 온전히 보고 온 기분이 든다.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내딛기 직전의 류맥베스 표정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먼 훗날 혹여라도 내가 명예나 권력에 대한 탐욕에 사로잡히게 된다면, 맥베스가, 바로 이 순간의 고통과 번뇌가 떠오를 것 같다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 직전에 예정된 파멸을 짐작하고 스스로에게 제동을 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라는 고전에 담긴 텍스트의 힘을, 비로소 오롯이 마주하고 영혼 깊이 새겼다. 그만큼..

맥베스 레퀴엠 in 정동극장, 2022.12.10 2시 류정한 맥베스, 안유진 올리비아, 정원조 뱅쿠오, 김도완 맥더프, 박동욱 로스, 이상홍 던컨, 이찬렬 맬컴, 정다예 애너벨, 홍철희 캘런, 김수종 경호원. 류맥베스 자셋. 위멮데이. 류정한 배우님 공연 150번째 관극! 위메프 덕분에 무대인사에 커튼콜 촬영까지 가능했다. 오랜만에 듣는 류배우님의 육성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가 문득 지난 2월에 잃어버린 지앤하 막공주 공연 3개가 떠올라 울컥했다. 당연한 일상을 위협하는 시국이 이 찰나의 행복을 어찌나 애달프게 만드는지. 우리의 모든 어제는 죽음으로 이르는 길이지만, 그 길 위의 걸음 하나하나는 더없이 찬란하고 소중하다. 저녁까지 혼자 있고 싶다며 "괜찮겠죠 왕비님?" 하고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