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 레볼뤼시옹 in 자유극장, 2021.07.30 8시 고훈정 홍규/레옹, 김사라 서도/마리안느, 구준모 원표/피에르. 라레볼 자첫자막. 왜 한국의 공연 창작자들은 갑신정변을 사랑하는 걸까. 위로부터의 혁명, 그리하여 삼일천하로 끝나고만 실패한 혁명. 시대를 고민하며 변혁을 꿈꿨으나 교만하고 시혜적이던 당대의 지식인의 한계가 그리도 매력적인 소재인가.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던 민중의 폭발과 비견하여 풀어내기엔 다소 허황되지 않은가. 게다가 "하필이면 이 시대에, 하필이면 이 땅에 태어"나 끝없이 투쟁하고 뜨겁게 타오르던 개인들의 삶에 갑자기 들이닥친 사랑은 애틋한 열렬함이라기 보다는 마지막을 불사르는 치기로 보였다. "언어가 되지 못한 꿈은 목에 칼이 들어오면 기억이 안나거든. 녹아서 사라져버려. 그건 ..
록키호러쇼 in 홍익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2017.06.07 8시 공연 마이클리 프랑큰 퍼터, 이지수 자넷, 고은성 브래드, 리사 마젠타, 고훈정 리프라프, 이하 원캐. 마랑큰, 지수자넷, 은성브래드, 리젠타, 훈맆랖. 팬텀싱어 페어...ㅎ 마랑큰 및 록호쇼 자둘. 끝없는 산책으로 간신히 공연일 하루 전에 예매해서 간 관극. 처음 잡아놓은 자첫일은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 두 번이나 본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 충격적인 자첫에 비해 자둘은 생각보다 무난해서 일단 표를 쓸어담는 건 잠시 멈추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의 텀으로 볼 생각이다. 물론 오피를 줍게 된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ㅠㅠ 나 진짜 잘 노는데 오피 한 번만 앉게해주세요ㅠ 팬싱 출연진 때문에 거의 매진이었는데, 환호와 박수는 폭..
더데빌 in 드림아트센터 1관 에스비타운, 2017.03.03 8시 공연 고훈정 X-White, 박영수 X-Black, 송용진 존 파우스트, 이하나 그레첸. 훈엑스, 슈엑스, 쏭존, 하나그레첸. 훈-슈 페어첫공, 쏭-슈 페어첫공. 이 극의 리뷰를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 지 퍽 난감하다. 외양만큼은 완벽하게 취향인 디저트의 맛이 너무나 평범한데다가, 그 안에 설탕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갔다는 게 혀 끝으로도 느껴질 정도로 과해서 현입이 확 되는 느낌이랄까. 집중도는 높았지만 감정에 공감하는 몰입은 전혀 안 됐고, 풍성한 음색들에 입가에 웃음이 절로 피어났으나 넘버 자체의 매력은 전반적으로 부족했다. 몇몇 곡의 하이라이트가 놀라울 정도로 섹시했는데 주로 배우들 성대 갈아넣는 부분이었다. 락뮤라서 넘버..
어쩌면 해피엔딩 in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2017.02.15 8시 공연 김재범 올리버, 전미도 클레어, 고훈정 제임스. 범미도훈정. 오랜만에 회전문이 아닌, '처음 마주하는' 관극을 하고 왔다. 그리고 다시 다작러가 되고픈 욕망이 퐁퐁 솟아나고 있다.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사랑스러웠고, 기대보다 따뜻하고 묵직했으며, 내심 했던 각오보다 훨씬 더 많이 울고 나왔다. 극 초반에는 아프게 파고드는 가사 몇 개에 눈물이 살짝 떨어졌는데, 후반부는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에 숨조차 잘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배우들의 인사와 커튼콜 장면 시연까지도 감정을 채 추스릴 수 없어서 힘들었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존재와 존재의 관계를 현실적이지만 자극적이지 않게 차곡차곡 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