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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이 걸었던 두 번째 날 시작! 한국에서는 늦잠이 일상이건만, 여행만 오면 아침잠이 싹 사라지다니ㅠㅠㅠ 새벽 다섯 시면 눈이 저절로 떠졌다. 혼자라면 일정을 앞당겨 일찍일찍 다니겠지만, 동생과 동행했기에 아침의 한 두시간은 핸드폰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그날의 일정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이른 아침에는 가게도 열지 않고 관광지도 시작 전일 수도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아침에 눈이 자동으로 떠졌다.





숙소 바로 앞의 버스 정류소. 교토의 버스 정류장은 정류장마다 서는 버스와 그 노선도가 세세하게 잘 나와 있기 때문에 확인만 잘 한다면 버스를 잘못 탈 일은 흔치 않다. 하지만 문제는 동일한 이름의 정류장이 두 개, 심지어 네 개 있는 곳도 있었다는 거. 정류소를 샅샅이 훑어보면 '어느 역으로 가시려면 약도처럼 횡단보도 두 번 건너서 다른 정류장으로 가세요'라는 안내서를 발견할 수는 있다. 돌아오늘 날까지 이것 때문에 조금 헤맸다ㅠ



숙소 로쿠로쿠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아라시야마로 직행하는 버스가 있다는 것이었다. 버스 1일권의 사용 범위를 벗어나는 거리이기 때문에 사용이 불가능하고 얄짤없이 220엔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버스1일권을 사지 않았고, 이 결정이 엄청난 도보 여행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ㅋ.....





버스 내부 모습. 토요일인데도 학교에 가는, 체육복 입은 학생들로 버스가 북적이기 직전에 찍은 사진이다.





버스로 꽤 달려서 아라시야마 도착! 도착하자마자 천이 보이고, 오른쪽 긴 다리가 달이 건넌다는 '도게츠쿄'다.





도게츠쿄. 끝까지 걷지 않고 중간에 돌아왔다. 치쿠린, 즉 대숲은 다리를 등지고 걸어야 하기 때문에.





앙증맞은 석상들. 이른 아침이라 가게는 열지 않았고, 길을 청소하는 분들만 분주히 움직이고 계셨다.





노노미야 신사. 작은 규모이고, 굉장히 오픈되어 있어서 그냥 한 번 쓱 둘러보고 나올 수 있었다.





무엇을 만들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신사 내에서 아침부터 분주하시던 아저씨들.





아라시야마의 기오지가 이끼 정원으로 유명하다고 들었지만, 굳이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교토의 정원에는 이끼가 정말 많았다. 노노미야 신사 역시 음습한 그늘에 이끼가 한가득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를 떠올릴 수 있었다. 덥고 습한 교토! 한여름엔 정말 기피하고 싶다...







'신사'라고 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붉은색.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서 한국인만은 유독 별로 좋아하지 않은 색.





여우를 모시는 신사, 후시미이나리에 가기 전의 프리뷰. 여우를 신령한 존재로 여기는 인식이 묻어난다.





이 날 아라시야마에서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알 수 없었던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촬영으로 인해 두 번 정도 길이 막혔고, 택시 등의 차도 많이 지나다닌데다가 북적거리는 촬영장 특유의 분위기를 계속 맞닥뜨렸지만, 신선한 추억으로 기억에 남을 듯하다. 얼핏 보고 지나친 배우는 중년의 아저씨였는데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전날 우지에서도 다큐인지 뉴스인지 촬영을 하는 소규모 촬영팀을 만났었다. 서울에서는 경험 못했는데ㅋㅋ





일반 음식점으로 보이는 집 앞에서 발견한 귀여운 지도. 아라시야마가 생각보다 넓다는 것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강가의 도게즈쿄부터 쭉 걸어서 가운데 즈음에 '現在地'라고 적혀있는 장소 부근의 길까지만 걸었다. 하얀색과 검은색이 반복되는 저 가로줄은 토롯코 열차다. 왼쪽 시작점에 정류장이 있는데, 입구만 가보고 타지는 않았다. 너무 좋다고 극찬하는 리뷰를 봤지만, 가을 단풍 때 와보고 싶다.





들어가지는 않았다.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 오솔길 같은 길을 걷자 오른쪽에 호수가 보였다.





정말 음산해보이는 호수 옆에는 '소리'를 모으고 있는 마이크가 세팅되어 있었다. 가뜩이나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데 호수 자체가 지닌 오싹할 정도의 분위기가 너무 강해서 제대로 사진도 못 찍고 황급히 지나쳤다.





저 문을 통과하면 애니메이션에서나 보던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표지판이 너무 귀여웠다. 단풍이 들었을 때 걷는 산책로를 저렇게 앙증맞은 그림으로 표현하다니!!





아라시야마 입구 초반에는 기대했던 것보다 대숲이 울창하거나 멋지지 않았다. 오히려 담양의 대숲이 훨씬 더 시원하게 뻗어있다고 보면 될 듯. 게다가 산이라 모기가 엄청 많았다. 동생의 양쪽 다리와 팔에 모기 물린 자국이 가득해서 여행 내내 고생했다ㅠ 여름에 방문하실 계획인 분들, 모기 대비 단단히 하세요. 아무튼 초반에는 실망했는데, 대숲 중간쯤에 들어서니 대나무로만 가득해서 어느정도 아라시야마에서 원했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 길을 보자마자, 인터넷에서 봤던 아라시야마의 사진은 거의 전부 여기서 찍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도 여기서 인증샷을 열심히 남겼고. 이른 오전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뒷배경에 걸리는 사람이 없었다.






일본의 경주, 교토는 중고등학생의 수학여행지로 매우 유명한 듯 했다. 그런데 이런 관광지에서 한 반에 한 명의 가이드가 붙는 것이 아니라, 한 반의 학생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누어서 각각 가이드를 붙이는 것이 신선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아무래도 소규모의 집단에서 가이드 듣는 것이 훨씬 집중도도 높고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으니까. 풍부한 지식을 지닌, 그 지역 토박이들을 가이드로 고용하는 거, 그게 일자리 창출 아닌가요.... 지역경제를 살리면서 방문객들에게 도움도 되고. 이게 일석이조가 아니면 뭐임? ....... 가이드 해주시던 분이 더 열성적으로 학생들의 카메라를 뺏어들고 사진을 찍어주시길래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저게 다 추억이 될텐데^^





대숲 밖으로 나오니 관광객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인력거도 활동 개시! 우리에게도 러브콜이 들어왔지만 미소로 거절하고 사진만 열심히 찍었다. 달리면서 설명도 놓치지 않는 모습이 대단하다. 표지판은 덴류지다.






아침부터 아무 것도 못먹어서 모든 가이드북에 소개된 '아린코'에 갔다. 각각 250엔. 카스테라+크림이다.





덴류지 가는 길 왼쪽에 돌담으로 둘러싸인 연못. 설명이 일본어라 저 다리가 뭔지 잘 모르겠다.






덴류지에도 모래정원. 갈퀴로 긁어 무늬를 만든 흔적이 분명히 보인다. 눈이 많이 오면 못 보겠다. 비 많이 와도.





건너편 정원이 네모난 프레임 사이로 보인다. 사진사가 능력이 부족해서 멋지게 담기지가 않았다ㅠㅠ





온갖 종류의 이끼를 교토에서 보고 온 듯.





중심에 있는 공원. 한 바퀴 쭉 돌고 나올 때 본당을 바라보며 찍는 편이 더 예쁘다.






정원의 산책로가 정말 잘 되어 있었다. 초록이 가득한 정원을 걷다 보니 폐가 절로 맑아지는 기분.






설명이 거의 전부 일본어로만 되어 있다는 것이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배려의 부족함을 반증했다.





꽃 등의 식물도 다양하게 심어져 있었다. 가끔씩 여기 표지에는 한글이 적혀있기도 했다.





덴류지에도 어김없이 수국이 많이 피어 있었다. 교토에서 몇 년 동안 볼 수국을 몰아서 다 보고 온 듯!





세계 어느 곳이나 동전 던지며 소원 비는 문화가 있다. 






교토에서 본 정원은 거의 다 마음에 들었는데, 건물은 맘에 쏙 드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한 곡선의 느낌이랄까. 한국의 한옥이 정말 수려하고 아름다운 것 같다.





완벽한 포토스팟. 독사진도 많이 찍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동생과 함께 인증샷도 남겼다.



덴류지를 한참 산책하고 다시 길가로 나섰다. 란덴열차를 타기 위해 아라시야마 란덴선 역으로 향했지만, 지도와 다르게 역이 나오지 않아 결국 한 정거장을 더 걸어서 그 다음 정거장에 도착했다. 가정집이 대부분이었다. 





그냥 덩그러니 있던 기차역. 매표소도, 검표원도, 정말 아무 것도 없다. 그냥 열차가 오면 타면 된다.





딱 시골 분위기의 기찻길.






맞은편에 란덴열차가 지나갔다. 독특하게도 보라색의 한 량짜리 열차.





우리가 탈 란덴열차가 들어온다. 위험하지 않게 후딱 찍고 노란 선 뒤로 물러섰다.



란덴열차를 타고 종착역인 시조오미야 역에서 하차했다. 란덴선 역시, 첫날에 구매한 이코카 카드로 탑승이 가능하다. 역에 도착해서 내릴 때 카드를 찍으면 된다. 열차 안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독특한 분위기를 느껴보라며 탑승을 권유하는 포스팅을 많이 읽었는데, 오히려 밖에서 보는 모습이 더 귀엽고 인상 깊었다. 유럽의 트램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코카 카드가 있는 사람은 나처럼 아라시야마에서 교토 시내로 나갈 때 타면 좋을 듯하다.  





시조오미야 역 바로 앞에서 발견한 롯데리아. 친근한 한국 브랜드^^ 그리고 시조오미야 역에서부터 큰 길을 걸어 니죠죠로 향했다. 무려 두 정거장 거리였지만 길을 잃을 염려가 없는 큰 길이라서 걷기를 제안했고, 동생도 동의 했다. 근처에 궁이 있어서 그런가, 블록마다 자위대 분위기가 나는 사복의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 가시는 분들은 버스 타세요. 길가에 볼 것도 없고, 꽤 먼 길임... 애초에 나만큼 무식하게 걷는 여행자가 많진 않겠지만.






니조조 근처의 라멘집에서 제대로 된 첫 끼 식사를 했다. 동생아 미안... 내 여행방식이 좀 무식하단다..ㅠㅠ 나는 가장 기본인 소유라멘을 시켰고, 동생은 매운 걸 시켰는데 역시 우리 입맛에는 거의 맵지 않았다.





해자로 둘러싸인 니조조의 성벽. 니조조의 입장료는 600엔이다.





이 건물 안에서 '새 울음소리가 나는 마루바닥'을 체험할 수 있다. 내부는 촬영금지라 사진은 없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표지판 대로 쭉 걸으면 다양한 방들을 구경할 수 있는데, 방 앞마다 음성으로 설명이 나오는 버튼이 구비되어 있다. 한 바퀴 도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독특하고 화려한 지붕과 조각.





이 건물을 따라 쭉 걸은 셈이다. 내부를 못 찍었기에 외부라도 찍었다.





일본식 정원의 필수요건 중 하나는 바로 연못이다.





한국에서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열대식물.





전형적인 일본풍 정원 느낌.






성 외부에만 있는 줄 알았던 해자가 내부에도 있었다.







일본, 그 중에서도 교토의 느낌을 물씬 풍기던 이 목조건물은 기억에 남는다. 니조조가 너무나 이국적인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교토의 이미지로 강렬하게 인식되었다.





걷다보니 꽤 높은 계단이 있어서 잠깐 망설이다 올라갔는데, 안 올라갔으면 큰일났을 뻔. 위에서 니조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시야가 트여서 구경 하기에도, 사진을 찍기에도 정말 좋았다.








동일한 다리를 한 번은 위에서, 한 번은 옆에서 찍었다.





세 번째 날 들린 료안지 정원의 돌을 떠올리게 하는 일곱 개의 돌. 독특한, 일본 만의 정원 문화!



니조조를 다 보고 나온 뒤, 또다시 '도보로' 이동했다. 어디까지냐면..... 바로 기온거리까지. 니조조에서 시조가와라마치까지 걷고, 거기서 또 기온거리까지 걸은 셈이다. 진짜, 정말, 엄청 걸었다. 신발이 편한 운동화가 아니라서 다리도 많이 아팠다ㅠㅠㅠ 이런 무식한 짓은 하지 맙시다. 다음 날 나는 쌩쌩했지만 동생은 많이 비실거린 것을 보면, 버스1일권 사는 게 체력 감안하면 훨씬 이득이라는 거. 도심 아스팔트 길을 걷는데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나처럼 뚜벅이 족이 아니라면 저 거리를 걷는 건 말리고 싶다.



중간에 카페에 들려 커피도 한 잔 하고, 시조가와라마치에서는 수많은 인파에 치이다가 만화 관련 가게를 발견하기도 했다. 아니메이트 같은 대형 체인 만화 굿즈 판매점과는 비교도 안됐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게 구경했다. 동인지도 버젓이 일반 만화책 사이에서 팔리고 있는 것을 보고 동생은 신세계라며 감탄했다. 그리고 기온거리에서는 아이쇼핑을 했다. 동생은 홀린 듯 양키캔들 가게에 들어가서 도쿄의 명물들이 그려져 있는, 초를 넣으면 그림자가 비치는 잔을 하나 샀다. '본인을 위해서' 산 선물로, 기념품으로도 정말 좋은 선물일 듯하다. 걷기와 아이쇼핑에 집중하다보니 사진은 없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숙소로 돌아가서 쉬기로 하고, 숙소 근처 마트에서 저녁식사 용 벤또를 샀다. 나는 초밥, 동생은 튀김덮밥. 일본의 튀김은 한국처럼 바삭한 것이 아니라 눅눅하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둘째 날 일정은 이른 저녁에 끝났다. 많이 걷고, 많이 구경한 빡센 일정이었다. 오늘의 교훈은? 버스1일권 구매합시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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