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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in 엘지아트센터, 2020.07.11 2시

 

 

 

 

신주협 제이미, 김선영 마가렛, 최호중 휴고, 이하 원캐.

 

 

이 지역만큼은 절대 취소되지 않으리라 확신했던 여수 레베카마저 취소됐다. 2020년 목표로 계획했던 바를 완성했음에도, 가혹한 현실의 제약으로 인해 최종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음이 너무 속상하고 슬펐다. 갑자기 생긴 여유를 도저히 감내할 수 없어서, 같은 날짜 같은 시간의 관극을 잡았다. 마침 사랑하는 배우 여왕님이 나오는 회차였고, 라이센스가 들어오기 전부터 워낙 평이 좋아서 궁금했던 작품이었다. 모두가 이 아이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고 외치는 극, 제이미. 발랄하고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무대 위 아이들에게 위로 받으며 조금은 행복해진 마음으로 객석을 나설 수 있었다.

 

 

 

 

"난 그냥 나니까!"

 

 

성소수자나 드랙퀸이라는 소수성이 시각적으로 앞서지만, 누구나 자기자신으로써 존재해야 한다는 핵심 주제가 이야기를 관통한다. 자신이 누구이며 어떠한 사람인가를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아이가, 트라우마라는 내면의 장벽을 스스로 무너뜨리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낸다. 완전한 끝을 매듭짓는 것이 아닌, 개개인을 긍정하고 북돋우는 결말이 눈부시게 밝아서 마음 속의 그늘마저 잠시 사라져버릴 정도였다. 무대를 장악하는 레몬제이미와 스스로를 기꺼이 내보이는 호중샤넬을 비롯한 드랙퀸들, 그리고 온몸이 부서져라 열정적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앙상블 배우들이 너무나 반짝거려서 가슴이 저절로 벅차올랐다.

 

 

 

 

다른 이의 성장기는 자극제인 동시에 대리만족의 만족감을 준다. 학창시절에는 성년이 되지 않은 어리고 어설프며 완성되지 않은 아이의 성장물을 사랑했고, 대학생 때는 학교라는 틀 안에서 지지고 볶는 학생들의 성장기에 마음이 끌렸다. 그리고 아직 다 자라지 않았음에도 어른의 역할을 부여받은 어른이인 지금은, 아이를 이끌어주는 어른에게 더 공감이 가고 애틋하다. 여왕마가렛은 열정적이기만 했던 어리고 서툰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며 아파하면서도, 제이미라는 선물을 준 현실을 기꺼이 끌어안는다.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어리석게 눈을 가리려했음을 깨닫고 반성하며 아이와 함께 배우고 나아간다. 재기발랄한 제이미의 미래보다 속으로 꾹꾹 밀어넣었던 자신의 빛을 비로소 다시 내보이기 시작한 마가렛의 삶이 더 궁금한 건,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뜻이 되려나.

 

 

어떤 것도 확언하고 확신할 수 없는 하수상한 이 시국을 살아내고 있는 나는, 과연 제이미만큼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을까. 이게 바로 나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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