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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셜록 홈즈, 엘리멘트리. 스토리보다는 인물 캐릭터에 집중하는 간단한 리뷰다.
셜록 홈즈(조니 리 밀러 扮)는 런던에서 뉴욕으로 넘어온 영국인으로, 강력범죄(주로 살인)에 대해서 경찰에게 자문을 해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물론 돈은 받지 않는다. 다만 기존의 '셜록 홈즈'들과 다른 점은, 마약중독자라는 점. 여기서 전직 외과의사이자, 중독자와 동거하며 그들을 돕는 직업을 가진 조안 왓슨(루시 리우 扮)이 이야기에 뛰어들게 된다. 원작을 비롯한 모든 버젼에서 남자로 등장하던 셜록 홈즈의 동반자 '존 왓슨'을 여성으로 설정한 것이다. 캐릭터의 상황부터, 기존의 셜록 홈즈와는 사뭇 다른 설정을 지녔다.
게다가 눈에 띄는 건 셜록 홈즈의 '성격'마저도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셜록 홈즈라고 하면 자신이 볼 수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한다는 점에 답답함을 느끼며 무례하게 생각하고 추리한 바를 툭툭 내뱉는,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자아도취적인 성격이 저절로 떠오른다. 왓슨이 옆에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일단 한숨부터 내쉬고 이것도 모르냐는 듯, 귀찮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속사포로 본인의 추리능력을 과시하는 '천재'가 바로 셜록 홈즈다. 하지만 엘리멘트리의 셜록은, 똑똑하고 추리를 잘하며 세상에서 자기 자신이 제일 잘났다고 하는 기본 설정 자체는 동일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이유로 마약에 빠져 자신을 놓아버린 유약함을 지니고 있다. '아이린 애들러'라는 이름 하나가 셜록에게 역린이 되어, 그 '셜록 홈즈'라고는 결코 믿을 수 없는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지나치게 감정적인 행동을 하게 만든다. 시즌1의 초반에 관련 에피소드가 처음 나오는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순간부터 이건 이름만 '셜록 홈즈'이고 캐릭터의 이름만 가져다 썼을 뿐,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게 되었다. 원작을 사랑하는 셜로키언들은 이 드라마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원작이 최근 들어 여러가지 버젼으로 리메이크 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엘리멘트리의 '혁신적인' 리메이크 역시 충분히 셜록 홈즈의 역사에 유의미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셜록홈즈 원작과의 관련성을 조금 배제하고 본다면, 트릭이나 이야기 전개가 탄탄하기 때문에 (연애물이 아닌) 추리드라마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고 본다.
왓슨 역시 마약중독에 다시 빠지지 않도록 돕는 직업에서 짐작 가능하듯, 단순히 셜록 홈즈의 보조적인 역할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셜록에게 추리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추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상황을 관찰하며, 나중에는 셜록홈즈와 같은 직업을 갖기를 희망하고, 이뤄내게 된다. "독보적인 셜록 홈즈와 옆에서 그를 보조하는 컴패니언인 존 왓슨"이라는 전통적인 역할분담에서 벗어나서, "셜록 홈즈는 당연히 독보적이지만, 컴패니언인 조안 왓슨 역시 그와 거의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추리한다"는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 것이다. 분명 논란의 여지는 보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에피소드 하나씩 찔끔찔끔 보는 것보다 몰아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시즌2는 시작하지 않았다. 추리물을 좋아한다거나 셜록 홈즈의 팬이라면, 그리고 어느 정도의 재창작(혹은 재해석)에 관대하다면,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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