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in 국립극장, 2024.01.10 3시 신구 에스트라공(고고), 박근형 블라디미르(디디), 박정자 럭키, 김학철 포조, 김리안 소년. 원캐. 2024년 첫 관극. 평일 마티네인데도 매진 객석인 점에 한 번 놀라고, 때로는 맨발로 때로는 무겁게 이동하며 펼쳐내는 무대 위 배우들의 농도 짙고 묵직한 연기에 또 한 번 놀랐다. 무척 잔잔하게 흘러가는 전개에 나른해질 무렵, 순간적으로 관객의 몰입도가 확 높아지는 찰나가 여럿 있었다. 담백한 텍스트를 생동감 있게 풀어내는 배우들의 능숙함에 저절로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나 갈래." "안돼."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1막에서 조금씩 가볍게 쌓아놓은 초석들이 2막에서 망가지고 뒤엉키며 적나라하게 현실을 드러낸다. 1막과 비슷하게 반복되..
햄릿 in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022.07.28 7시반 강필석 햄릿, 박지연 오필리어, 박정자 배우1, 길해연 배우2, 윤석화 배우3, 손봉숙 배우4, 김성녀 거투르드, 권성덕 무덤파기, 전무송 유령, 정동환 폴로니어스, 유인촌 클로디어스, 김수현 호레이쇼, 박건형 레어티즈, 김명기 로젠크란츠, 이호철 길덴스턴. 그 유명한 햄릿을 정극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심지어 이전에 햄릿에 여러 차례 참여했던 원로배우들이 함께 한다는 점이 한층 의미를 더했다. 하지만, 낡았다. 낡은 문장과 어휘를 문자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작품이 고스란히 납작하게 남았다. "약한 자, 그대의 이름 여자" 라는 유명한 햄릿의 대사부터 짜게 식은 마음은 극이 끝날 때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언제나 말하지만, 원작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