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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가지 못한 올해 여름휴가가 머지 않아서 연초에 다녀온 간사이 여행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번에 가는 곳 역시 일본이기에 이 여행기를 마무리지어야 다녀온 다음 편하게 후기를 남길 수 있으니까. 1월 설연휴에 다가온 간사이 여행의 마지막날 일정은, 히메지였다. 새해 벽두부터 일본의 성을 방문한다는 게 영 꺼림칙했으나, 날씨가 너무너무 좋아서 그냥 관광지 구경왔다고 생각하며 잘 돌아다녔다. 



아침 일찍 오사카에서 기차 타고 한참을 이동하여 도착한 히메지. 역에서 나와 조금 걸으면 탁 트인 정경이 펼쳐진다. 어쩐지 베르사유가 떠오르는, 중심지와 조금 떨어진 '성' 의 모습에 괜히 옛 시대가 상상이 되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고고하게 요새처럼 서있는 담백한 하얀 색의 성이 생경했기에, 처음 마주하는 것에 대한 기쁨도 있었던 것 같고. 사진으로도 충분히 짐작되듯, 이날 날씨가 눈부시게 좋아서 산책만으로도 마음이 들뜨고 행복했다. 



히메지와 코코엔 통합권(1,040엔)을 사들고 입장. 새하얀 성벽을 따라 가벼운 오르막을 걸어올라가면 된다. 아주 일찍 와서 다행이었던 게, 나올 때쯤 되니 사람이 훅 늘어나 있더라. 성 내부가 상당히 좁고 계단이 가팔라서 사람이 없는 시간대가 구경하기 좋았다.  




 

실내는 너무 어두워서 사진찍기 어려웠고, 많지 않은 창 너머로 보이는 탁 트인 전경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삐걱대는 나무 마룻바닥이나, 오래되어 보이는 문고리, 고전미가 묻어나는 서까래 등등이 요새 같은 성의 이미지를 한결 공고하게 만들었다. 이후에 오사카성 등을 가보았지만, 히메지야말로 일본스러운 '성' 의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여타 국가에서 보기 힘든 이 국가 고유의 이미지여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폐쇄적이고 정적인 아슬아슬함이 자연스레 연상되는 공간이어서, 사람이 많고 장소가 협소하지만 않았으면 조금 더 상념에 잠겨보고 싶었다.

 

 

외부로 나오기 직전, 전시관이라고 부르기도 모호한 공간이 있었는데 등이 예뻐서 찍어봤다. 어째 블리치가 연상되기도 했고. 엄청 어두운 공간 속 모퉁이의 이 등불만 환하게 빛났다.

 

 

사진 찍으라는 듯 넓은 공터같은 공간이 있어서 한참을 구경하고 사진 찍고 햇빛 쬐며 보냈다. 다른 사람 사진도 많이 찍어주고ㅋㅋ 이날 날씨가 아주 청량하고 히메지 외관이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연신 미소가 피어올랐다.

 

 

돌을 쌓아올린 벽을 보면 꼭 구경하게 된다. 벽돌처럼 모양을 만들어 쌓아올린 것도 있고, 자연 그대로의 모양에 맞춰 쌓아올린 경우도 있다. 높고 커다란 히메지의 벽은 이렇게 생겼다.

 

 

성을 등지고 오른편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잘 꾸며진 정원과 뱀처럼 긴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전시관이라서 이것저것 구경하기 좋은데, 중간중간 창틈으로 쏟아지는 햇빛의 잔상이 무척 따뜻했다.

 

 

오르막길 올라오자마자 뒤를 돌아 히메지를 바라보면 완벽한 사진장소가 나온다. 한참을 여기 서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도 와서 인증샷을 남기고 가더라. 정원의 소나무와 새하얀 건물이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지는 구도.

 

 

히메지 옆 코코엔 정원도 갔었다. 히메지 입장권 끊을 때 일본식 정원 치고는 그냥 그랬다. 산책하기 좋아서 한바퀴 잘 둘러보고 나오긴 했는데, 사진도 다 애매하게 나오고 여백의 미가 부족하여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웠다. 문득 눈을 들면 담장 너머로 보이는 하얀 히메지는 예뻤지만.  

 

 

다시 기차 타러 가는 길에 먹은 점심. 멘메, 라는 가게인데 정말 맛있다. 온 가족이 함께 일하는 장인의 가게였는데, 면을 직접 만들고 뽑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토핑을 올리고 육수를 넣고 단정하게 내주는 모든 동작이 부드러웠다. 말그대로 완전한 오픈 키친이어서 기다리는 내내 구경하는데, 시간을 들인 인간의 축적된 경험이 얼마나 멋드러질 수 있는지 새삼 감탄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맛이 훌륭했으니, 말 다했지. 면은 쫀득하고 간도 생각보다 세지 않아서 흡입하고 나왔다.

 

 

또 기나긴 시간을 달려 오사카로 돌아왔다. 오사카에 왔는데 가보지 않을 수 없는 그곳, 오사카성. 관광객도 많고, 무엇보다 한국인들이 정말 많더라. 이 여행에서 만나지 못했던 한국인들을 여기서 다 만난 느낌이었다. 휘황찬란한 오사카성의 외관에서 권력이 느껴졌다. 입장권 살 때 JR패스 보여주면 할인 된다. 입장줄이 좀 길고, 엘레베이터 이용줄도 따로 있다. 성 내부는 시멘트 포장에 전시관으로 꾸며놔서 별로였다. 오전에 보고온 히메지와 비교 되기도 했고. 역사적 상황을 묘사하는 미니어쳐 전시가 많았는데, 일본 전국시대는 그리 흥미가 없어서 자세히 보지 않았다. 소설 등 글로 표현되는 그 시대는 꽤 흥미로운데, 시각적으로는 전혀 궁금하지 않다는 게 또 신기하다.

 

 

외관은 이쁘다. 해 떨어질 때쯤 되어서 노을 받는 오사카성을 한참 구경했다. 공원 산책로 잘 되어 있어서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더라. 일부러 오사카성 올 때와는 다른 지하철역으로 조금 걸었다.

 

 

그리고 하루카스 전망대에 야경을 보러 갔다. 역도 크고 쇼핑몰이 번잡스러워서 살짝 헤매다가 엘레베이터 타고 입장하는 곳까지 잘 이동했다. 입장권은 한국에서 미리 구매해서 갔음.

 

 

빠른 속도의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사방의 유리로 야경이 펼쳐진다. 그 가운데 하늘색 곰이 하루카스 상징 캐릭터다. 이 공간은 야외라서 좀 추웠다.

 

 

그래서 따뜻한 사케와 오뎅을 먹었지ㅋㅋㅋㅋ 빈속에 사케를 마시니 뜨끈하고 좋더라.

 

 

야경 사진은 하나만. 건물이 낮아서 탁 트이긴 했는데, 역시 내 취향은 고층 빌딩이 빼곡한 지독한 도회지 야경이다. 예쁘긴 한데 큰 감흥이 없어서 그냥 휘휘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숙소가 있는 도톤보리로 돌아와 저녁을 어디서 먹을지 한참 헤맸다. 정말 어딜 가도 사람이 많더라. 딱 한국 명동이라고 생각하면 될듯. 화장품 가게 대신 음식점이 있다는 것이 차이일 뿐이다.

 

 

구경하다가 엽서랑 마테 샀다. 그리고 작은 컵은 갓챠 돌려서 뽑았다. 리락쿠마 마음에 들어!

 

 

그리고 저녁은 역시 회전초밥... 먹는데 정신이 팔려 남은 거라곤 다 먹은 접시 뿐이다. 여기 이름이 생각은 안나는데 암튼 맛집이어서 웨이팅도 좀 했다. 2층 올라가서 먹는데 따로 접시 하나 주문했더니 주방장이 바로 "와사비 오케이?" 이렇게 물어와서 새삼 오사카 혐한 사태가 떠올라 짜증이 살짝 났다ㅎ

 

그리고 숙소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 들려서 오뎅 잔뜩이랑 맥주를 사서 먹었다. 다음날 귀국 비행기가 아침 이른 시간이어서 새벽부터 나와 공항으로 향하는데, 밤새 술 마신 유흥의 흔적이 거리 이곳저곳에 남아있어서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안녕, 간사이. 그리고 곧, 안녕 홋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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