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담주절/Deeply

아프다

누비` 2014. 4. 25. 10:10


지난 16일, 아침식사 도중 믿기 어려운 속보를 접하고 가슴이 철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구조되었다'는 새 속보에 안도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막연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엄청난 사고였고, 채 피지도 못한 어린 생명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 잠겼다. 대한민국은 일제히 침묵과 애도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 사고는 명백한 인재다. 비용절감이라는 자본논리와 무차별적인 규제완화의 홍수는, 안전불감증으로 새빨갛게 물든 한국사회의 세태를 기반으로 자행된 짓이다. 그래서, 수많은 어른들이, 미안하다고, 정말 너무 미안하다고, 손에는 촛불을 들고 가슴에는 노란 리본을 달아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고 있다. 당장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기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외면하며 지냈던 과거의 일상을, 이 끔찍한 재난이 벌어지고 나서야 반성하고 있다. 이미 너무 많은 생명들이 스러져버렸는데.... 이제서야 후회하고 있다는 게 죄책감을 더욱 가중시킨다.....



무엇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사망자 숫자가 늘어날수록, 새카만 어둠이 자꾸만 가슴을 잠식해간다. 쏟아지는 소식들 속에서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에 짓눌려 자꾸만 무기력해진다. 트라우마가 피어나고 있다. 먼 발치에서 발을 동동 굴리는 것밖에 하지 못하고 있는 나조차 이렇게 아픈데, 그 현장 안에 있었기에 어떻게든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당사자들과 가족들은 얼마나 끔찍할까. 행복했던 자신의 세상이 깨져 조각조각 무너지는 경험을, 감히 멋대로 헤아려보기도 어렵다. 건넬 수 있는게 그저 위로뿐이라 죄송스럽다.





부디 많이 고통스럽지 않았기를. 그리고 부디, 남아있는 사람들이 쏟아지는 사과와 애도와 위로를 통해 무너진 가슴을 추스릴 수 있기를. 아주 조금씩이라도 아픈 발걸음을 뗄 수 있게 되기를.



'사담주절 > Deep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스타파 "이 나라에 세금내며 살고 싶지 않다" (14.4.28)  (0) 2014.04.30
진도 VTS와 이종인  (0) 2014.04.27
순응하고 타협하지 않기  (0) 2014.01.29
덫에 걸린 부동산  (0) 2014.01.06
안녕들 하십니까?  (0) 2013.12.14
공지사항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