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오브 포겟팅 in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2023.12.14 4시 김지철 톰, 전혜주 소피/이자벨라, 마현진 마이크, 강은나 엠마. 우란에 올라왔을 때부터 보고 싶었는데, 공연장이 커진 후에야 객석에 앉았다. 익숙한 형식의 극이 아니어서 신선한 마음으로 100분 내내 몰입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새로운 작품, 너무 반갑고 매번 고맙다. 분류는 연극이지만, 대사는 거의 없다. 오로지 배우들의 몸연기와 표정, 소품과 조명 및 음악 연출만으로, 한 사람의 정신세계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한다. 행위들이 되풀이되는 시각적 반복도 집중을 높이지만, 그 행위에 부여되는 배경음 및 효과음의 청각적 변주가 전율을 끌어낸다. 특히 테이프가 늘어지듯 느릿하게 부풀어오르는 소리와 동시에, 멈춰있는 배우가 녹아내리듯 자세..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in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2023.12.07 7시반 이창용 토마스, 신재범 앨빈. 스옵마 칠연 자첫. 솜 자여덟. 용톰, 째앨. 항상 백암에서 만났던 이 극이 다른 극장 무대 위에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게다가 초연부터 쭉 앨빈만 해왔던 이창용 배우가 이번 시즌에서는 앨빈이 아닌 톰이란다. 무려 10년 동안 200회가 넘도록 2인극 속 하나의 배역만 연기했던 배우가 다른 역할을 맡다니! 창앨을, 솜을 사랑했던 관객으로서 놓칠 수 없었다. 사랑했다는 증거는 포스팅 하단의 링크 참고. 어쩌다 보니 관극 하루 전에 급하게 표를 찾았는데, 오블 1열 통이 떠있길래 냉큼 실결했다. 단상 시방을 걱정했으나 다행히 가리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사블이라 등짝미가 없진 않았으나, 두 배우가..
★주어 = 세븐틴★ 2004년 12월의 어느 날. 수차례의 호명 끝에 비로소 수상을 인지하고 감격에 눈물을 쏟던 이들을 기억한다. 데뷔 7년 차에 처음으로 대상을 받은 그들의 벅찬 얼굴이,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떨리는 목소리가, 다 함께 부둥켜안고 기쁨을 만끽하던 어깨동무가,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해에 입덕한 늦덕이지만 그들과 함께 기쁨의 순간을 공감하며 공유할 수 있음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 마음을 19년 만에 다시 경험하게 될 줄이야. 세븐틴을 이토록 아끼게 될 줄 몰랐지만, 역시 사랑은 불시에 피어올라 점차 거대한 불길이 됐다. 마음에 스며든 찰나의 애정이 퍼지고 번지며 끝내 일상을 가득 물들이고 말았다. 심장 한 켠을 내어주며 그들의 행복과 기쁨을 바랐다. 고생과 우여곡..
난쟁이들 in 플러스씨어터, 2023.11.24 8시 기세중 찰리, 조풍래 빅, 정우연 인어공주, 한보라 백설공주, 선한국 왕자1/마법사, 서동진 왕자2/신데렐라, 주민우 왕자3/마녀. 캐슷보드는 멀어서 생략. 꽤 자주 올라오던 이 극을, 이제서야 자첫했다. 연뮤덕이기에 못사임에도 익숙했던 끼리끼리 넘버와 난쟁이들 분장을 드디어 실물로 보는 감회가 새로웠다. 책이 쌓여있던 빈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고, 동화책을 펼친 듯 반짝이는 빛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순간, 그동안 잊고 지낸 벅찬 감정이 마법처럼 차올랐다. 맞아. 현실에 없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세계가 마음껏 펼쳐지는 이 찰나를 사랑해서 연뮤덕이 되고야 말았지. "돈을 쓰면 마법이 일어난단다 돈을 써야 네 꿈이 이뤄진단다" 근래의 나에겐 이런 극이 필..
튜링머신 in LG아트센터 U+ 스테이지, 2023.11.19 3시 이승주 미카엘 로스 외, 고상호 앨런 튜링. 개막 후 실관람 평이 무척 좋은 데다가, 흥미롭게 관극했던 연극 의 신유청 연출님 작품이라고 하여 마곡 나들이를 결심했다. 전날의 찐한 덕톡으로 많이 피곤하여 눈꺼풀이 자꾸 내려앉았지만, 흡입력 있는 두 배우의 연기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전개 덕분에 간신히 의식을 붙들었다. 이승주 배우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1인 다역을 확실히 구분하여 표현하는 표정과 연기가 안정감 있었다. 고상호 배우는 아주 오랜만에 만났고, 서술할 때의 톤과 튜링으로서의 톤이 바뀌는 연기가 신선했다. 퇴장이 거의 없이, 110분 내내 무대에 서서 수많은 대사를 쏟아내는 열연에 감탄이 나왔다. 두 배우의 결이 유사하여 몰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