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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안치환 씨가 부른 '수선화에게'를 포스팅(http://tinuviel09.tistory.com/6)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 영상은 시를 쓰신 작가 정호승 씨께서 직접 당신의 시에 대해 설명해주신 아주 짧은 강의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강의 끝부분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받는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외로움을 느낀다, 바로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울컥했다.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일말의 관심조차 없다면,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상처받고 아플 일이 없다. 일상처럼 마주하는 가족에게서 쉽게 마음이 상하고 속상해하는 감정이 생겨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종강한 수업에서 '정'이라는 단어에 대해 교수님이 말씀하셨는데, 그 중에서 "내가 준 만큼 사랑을 되돌려 받으려는 생각을 고쳐야 한다"는 말이 참 공감갔다. 이미 나는 내가 준 사랑으로 인해서 충분히 만족감을 얻고 외로움을 해소한 거라고. 매사에 남 탓을 하는 건 안 된다고. 이 내용은 즉문즉설로 유명하신 법륜 스님께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하실 때 항상 기저에 깔고 계신 생각이기도 하다.
아우 아까 종강할 때 여러 생각 많이 했는데 글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으니까 다 까먹어 버렸다ㅠㅠㅠㅠ 요새 기말고사다 뭐다 해서 심란하긴 한가봄. 아무튼 강의 영상이라 후기에 집어 넣어 봤는데, 가끔씩 외로울 때 읽어볼 포스팅 같다. '수선화에게' 시도 거의 다 외웠고. 올 한 해는 이 시가 은근히 마음을 울리며 잔잔한 감동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