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관극정산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유래 없이 위태로운 시국의 한가운데에서, 수많은 노력과 준비가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스러져버렸다. 예기치 못하게 빼앗긴 예매내역서를 보며 가슴이 찢어졌고, 각오했던 일괄 취소 안내 문자를 받으며 속이 쓰렸다.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 없으니 일상이 무사하지 못했다. 하반기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라만차가 개막 연기된 후로는, 악착같이 살아낸 하루들에 대한 기억조차 없다. 연초에 세웠던 덕질 목표는 달성 코앞에서 수차례 좌절되다가 끝내 해를 넘기고 말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으로 인한 무력감 때문에 꽤 깊게 절망하고 꽤 짙게 울었다. 그러나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 맹렬히 분노하고 끝없이 우울해하기에는 너무 길고 지난하며 무거운 나날들이었다. ..
공연예술/Other Stage
2020. 12. 31. 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