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Concert

김동완 소극장 콘서트 [세 번째 외박]

누비` 2019. 12. 22. 12:47

2019 김동완 소극장 콘서트 "세 번째 외박"

in 동덕여대 100주년 기념관, 2019.12.21 6시

 

 

 

 

세 번째 외박콘 총 12번의 공연 중 아홉 번째 밤. 아홉수 아님 주의. 15년 12월, 17년 12월에 이어, 19년 12월에도 뎅옵은 소극장 콘서트를 선사해주고 있다. 이름에 '첫 번째' 가 들어간 콘서트가 두 번째 세 번째로 이어지는 경우는 몹시 드문데, 역시 우리 오빠얌은 당연하다는 듯 자신의 공연을 만들어가고 있다. 캠핑과 비행기에 이어, 이번 외박콘은 루프탑 컨셉이었는데, 어떠한 형태의 무대든 뎅옵만의 따뜻하고 친절하고 장난스럽고 다정한 분위기를 가득 담아냈다. 때로는 소소하고 가끔은 진중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며 객석의 팬들과 소통하는 오빠얌은, 늘 그랬듯 감사하고 멋지고 귀엽고 눈부셨다. 3시간에 가까운 공연 내내 많이 웃고, 원없이 환호와 함성을 쏟고, 수없이 벅차고, 더없이 행복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행복했던 무대는 역시 The Origin of Love. 넘버를 소개하고 무대 안으로 들어간 뎅옵이 다시 휙 돌아 앞으로 걸어나오며 "엄마는 그때 왜 나에게 그런 얘기를 했을까요," 라고 하는 순간, 그곳에 뎅언니가 있었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노래를 시작한 뎅언니는, 메이크업도 가발도 없지만 온전한 헤드윅의 감성으로 엄마가 들려줬던 사랑의 기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두 눈을 살풋이 감은 채 "한 쪽 다리와 눈만은 제발 남겨두시길-" 하고 끝음을 늘린 뒤, 그대로 여운을 고스란히 끌어담던 맑은 얼굴을 한동안 잊지 못하리라. 왼손으로 꼭 쥔 마이크를 입가에 들고 있다가 반주가 끝나기 직전 눈가까지 살짝 올렸다 내리며 고양된 감정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그 찰나가 지독히 아름다웠다. 오랜만에 마주한 언니가 너무나 애틋하고 사랑스러워서, 기타를 들고 객석으로 내려온 뎅옵이 두곡이나 부를 동안 벅찬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눈물을 여러번 훔쳤다. 뎅옵이 헤드윅을 또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무대에서건 이 곡을 가끔씩 불러주면 좋겠다.

 

 

그리고 엔딩곡 Brand New. 언제가 될지 모르는 신화의 무대를 언급하는 뎅옵의 말에 울컥했다. 올해 나온 셩옵 솔로앨범을 쭉 듣다가 '아직은 끝나지 않은 이야기' 를 들으며 엉엉 오열한 뒤로 아직까지도 그 곡을 다시 듣지 못하고 있는데, 또 이렇게 다른 오빠의 입에서 신화 활동에 대한 언급이 나오니 마음이 쓰리고 아팠다. 현재진행형인 문제에 대한 복잡한 감정과 생각을 함부로 풀어낼 수 없어 말을 아끼고 있는데, 자꾸 누적되는 이 마음이 조만간 뻥 터져버릴 것 같아서 많이 힘들다. 솔로콘의 엔딩곡을 굳이 신화 노래로 선택한 오빠얌의 생각과 의도를 이해하기에 더 아프다. 15년 전 신화에 입덕하게 된 곡이기도 한 이 무대를 이 시점에 다시 마주하는 감정이 쉽지 않았으나, 여섯 명의 자리를 오롯이 채우는 뎅옵의 모습을 보며 결국 온 마음을 다해 떼창에 목소리를 얹을 수밖에 없었다. 공연 중반의 기도 떼창과 랜덤플레이 댄스의 신화 노래를 완벽히 따라부르며 행복을 만끽했던 것처럼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신화창조임을 매번 느끼고, 그래서 많이 아프다.

 

 

 

 

공연일에 내 기준으로 올해의 첫눈을 마주했는데, 하필 콘서트 포스트잇 주제도 '첫눈' 이더라. 눈이 많이 왔던 2년 전 171220 두 번째 외박콘에서 뎅옵이 '서른즈음에' 를 불러준 추억을 적은 신화창조의 포스트잇 덕분에 무반주로 한소절을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 소원을 들어주는 뎅지니의 춤이 몹시 귀여웠고, 랜덤플레이 댄스 소원을 위해 직접 음원을 넣은 USB를 붙인 신화창조의 센스에 감사했다. 밴드 반주와 편곡도 좋았고, 백업코러스의 두 가수분의 음색이 매력적이었으며, 신곡 '불러본다' 의 짙고 깊은 감성이 먹먹하게 아름다웠다. 여름이 좋아, DuDuDu, 악녀탈출, 사이키스, Scream 덕분에 신났고, 바람의 노래, I'm Fine, 손수건, He_Sunshine 의 청량함 덕분에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 연하늘색 수트를 입고 등장하는 뎅옵의 모습이 요정 그 자체여서, "제가 여러분 마음을 훔쳤는데" 하는 말에 격한 동의의 함성이 저절로 터져나왔다. 공연 후반부에 목 풀려서 양껏 비명을 질러댄 덕분에 묵혀둔 스트레스가 확 풀린 기분이다. 무대 위 뎅옵과 시선 높이가 맞는 정중앙 자리까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잘생기고 예쁘고 귀엽고 멋지고 사랑스러운 오빠얌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공연장 로비에 우편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으로 팬레터를 썼다. 신화창조로 살아온 시간 동안 신화에게 건네받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고작 편지 몇 장에 담아낼 수는 없기에 담백하게 말을 풀어냈는데, 돌이켜보니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할 걸 그랬다. 아무리 많이 말해도 부족한 이 마음을 원없이 담아낼 걸. 글자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아 시라노 재연 편지지 세 장을 꾹꾹 눌러썼는데도 괜한 미련이 남는다. 내년 뮤기작을 예정하고 있는 오빠얌에게 팬레터 한 통 더 쓸 기회는 생기리라 믿는다. 뎅옵 덕분에 행복한 연말을 보낼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 오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