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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in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 2018.10.21 2시 공연




 

류정한 빅터/자크, 한지상 앙리/괴물, 박혜나 엘렌/에바, 안시하 줄리아/까뜨린느, 이정수 룽게/이고르, 김지호 어린 빅터, 신서린 어린 줄리아. 류빅터 28차이자 류한페어 12차 관극. 재삼연 통틀어 지앙/지괴 20번째, 프랑켄슈타인 40번째 관극. 

  

 

※스포있음, 요일 구분 없는 부분은 양일 디테일

 

 

일요일 공연 첫 장면에서 류빅터가 괴물을 데리고 나와 철침대에 눕힐 때, "객석 쪽인 지괴 오른팔목을 왼손으로 꽉 잡으며 고정시켰는데, 생창 직후에도 이 디테일을 똑같이 했다. 워털루에서 지앙은 "전쟁은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하며 무릎 꿇은 자세 그대로 중위가 겨눈 총구에 성큼 다가선다. 룽게에게 팔을 붙들려 나가던 지앙리는 류빅터에게 시선을 고정하다가 퇴장 때쯤 얼굴을 돌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중위의 경례를 입가까지 끌어내린 류빅터는 "그렇지!" 한 다음에 우습다는 듯 크게 웃으며 나간다. 류빅터는 오른쪽 계단을 올라가서 난간을 손으로 붙잡으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내려다보다가, 왼손으로 기둥을 탁 짚으며 지앙에게 말을 하고는 그의 어깨를 툭 친 다음 계단을 내려간다. 일요일에 지앙은 살짝 고개를 저으며 그의 뒤를 따라간다. 류빅터가 룽게에게 "'내' 실험일지" 라고 하는 건 서울공에서는 안 한 것으로 기억하고, 대랑켄과 김랑켄에서는 매번 했다. 펜 끝으로 탁 내려친 결재판을 몸 오른쪽으로 건넸는데, 김해에서는 두 번 다 왼쪽으로 건넸다. "그래!!!" 하며 지앙의 팔 바깥쪽을 강하게 잡는 류빅터가, 일욜공에서 유난히 세게 붙들며 그의 눈을 빤히 들여다 보았다. 류빅터는 기대했던 그대로의 지앙 반응에, 토욜공에서는 좋아했고 일욜공에서는 만족했다.

 

 

"인간 사체의 재활용" 이라고 논문 제목을 내뱉으며 다리 가운데로 걸어가는 류빅터가 무대 오른쪽을 향하고, 지앙은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한 손으로 머리를 짚은 채 무대 왼쪽을 향해 몸을 돌려서, 서로 다른 높이에 위치한 두 사람이 서로 등지고 있는 연출 효과가 생긴다. 단하미. 유난히 큼직하고 드라마틱하게 팔과 손을 사용하여 제스쳐를 취하며, 넘버를 꾹꾹 눌러부르는 류빅터. "실패한 진화의 결말" 하는 말에 반박하려는 듯 성큼 다가서는 지앙리를 향해 손짓으로 제지하는 디테일 부분을, 일욜공에서는 허리를 세우고 몸을 살짝 빗겨선 채 왼손만 가볍게 들어 고압적으로 막았다. 실험에 대한 강한 신념을 지니고 있던 토욜공의 류빅터는 완고하게 설득되지 않는 지앙을 답답해했고,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절대적으로 믿는 일욜공의 류빅터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앙의 고집을 싫어했다. 대칭이 아니라 왼팔을 높게 오른팔을 낮게 두며 비스듬하게 팔을 벌리며 "진화가 끝난 인류의 선택" 이라 단언하는 류빅터. 뒤쪽의 푸르스름한 배경과 인물에게 비치는 붉은 조명의 대비까지 극명하여 어마어마하게 위압적이었다. 마침내 지앙리가 마음을 열고 "단 하나의 미래는 바로 이것 뿐" 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결단에 찬 눈빛으로 객석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지앙은, 눈을 꾹 감고 양팔을 벌리며 "생명의 주체자가 된다-아-" 하고 류빅터의 신념에 제 뜻을 포갠다. 토욜공에서는 제 신념에 휩싸여 지앙에게 시선을 덜 주고 객석을 향해 서있던 류빅터는, 일욜공에서는 지앙을 똑바로 바라보며 시선을 마주했다. 일요일 단하미가 유독 좋아서 엄청난 공연이 되리란 걸 직감했다.

 

 

하지만 넌. 지앙리는 빅터가 나간 무대 오른쪽을 향해 서서 노래를 시작하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그 방향으로 몸을 돌린 채 같은 그 자세를 취하는 장면이 두 번 더 나온다. 너꿈속 넘버에서 지앙이 "태양처럼" 하고 부르며 몸을 돌릴 때, 그리고 변장하여 줄리아를 죽인 지괴가 나가는 척하다가 다시 들어와 극적으로 모자를 벗을 때. 장면을 뛰어넘어 데자뷰를 야기하는 지앙/지괴의 디테일이 매번 만족스럽다. "꿈을 꾸네"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입꼬리를 길게 옆으로 늘려 행복한 미소를 짓는 지앙리의 표정이, 조명이 늦게 꺼진 덕에 끝까지 잘 보였다. 룽게에게 끌려나가는 지앙리는, 입모양으로 뭔가를 불평하고 오른손을 과장스럽게 들어 휘리릭 손목을 돌리는 등 끝까지 불만을 내보이며 퇴장한다.

 

 

한잔술. 계속 웅크린 채 맞고 있다가 사람들이 다 떨어진 뒤 다가온 지앙의 팔을 붙들고 "아퍼 아퍼 아퍼!!" 하며 때리는 류빅터. 매달리듯 지앙에게 안기는데, 일욜공에서 얼굴께를 가리며 "많이 맞았어" 하고 고자질했다. 벌떡 일어난 류빅터는 "빅터, 빅터, 앉으세요" 하고 달래듯 다정하게 말하는 지앙리의 목소리에 그대로 공손히 자리에 앉아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았고, 그걸 보며 지앙리는 "잘했어요" 하고 칭찬했다. 술을 다 쏘겠다는 지앙의 말에 "너 돈 없잖아" 하고 눈치 없이 지적하는 류빅터. 그 말에 지앙리는 토욜공에서는 속삭이듯 "조용히 해" 라고 즉답했고, 일욜공에서는 눈을 질끈 감으면서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 채 쉿, 하며 머리를 넘겼다. 마을 사람이 흉흉한 기색으로 다가가자 벌떡 일어나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로 양손을 올린 채 "아..앙리 조심해" 하고 머뭇대며 접근하던 류빅터는, 짝- 하는 박수소리에 마치 제가 얻어맞는 듯 얼굴을 가린 채 움찔대며 엄살을 부린다. "살인을 하지 않고서야" 라는 대사를 토욜에는 지앙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똑바로 쳐다보면서, 일욜에는 양팔을 벌리고 몸을 테이블에 기댄 채 지앙 반대편을 바라보면서 했다. "위대한 이상의!" 까지는 대사처럼, "추락이여~" 는 음을 살짝 붙여서 풍성하게 부른 류빅터는, 토욜에는 지앙을 바라보며 "오, 나 떠러진다~" 하며 우당탕 내려왔다. 일욜공에서는 테이블 위에서 크게 휘청이고 비틀대며 평소보다 더 술주정을 부렸다. "젠장!" 하며 오른손으로 머리를 짚는 디테일을 이 장면부터 시작하는 류빅터. 지앙은 본인이 따른 술을 양일 모두 마셨고, 류빅터는 그의 잔에 절망을 자신의 잔에 슬픔을 따랐다. "까~~나~~" 길게 뽑는 것도 양일 다 해줬고, 토욜공에서 지앙의 잔에 술을 넘치게 따라주던 류빅터는 일욜공에서 병나발을 불었다. 벌떡 일어나 같이 환호하는 류빅터와 "쉿," 하고선 "친구여" 하고 노래를 이어가는 지앙리. "아잇 안돼" 하며 춤 추기를 거절하다가 입맛을 살짝 다신 뒤 결심하고선 테이블 위로 오르는 류빅터. 꿀렁꿀렁 웨이브 넣고, 골반 돌리고, 고음 내고, 손가락으로 허공과 지앙 가슴을 찔러대며 신났다는 걸 마음껏 표출한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해지는 넘버. 룽게의 말에 "장의!!!" 까지 소리친 류빅터는 토욜에는 오른손으로, 일욜에는 양손으로 입가를 틀어막았다. 빅터를 따라가려다 붙잡힌 지괴는 "룽게!" 하고선 "어디갔어?!" 하며 휘 둘러보다가, 류빅터처럼 "쓸모가 이써써~" 하고선 웃으며 뛰어나간다.

 



 

애써 웃으며 사람들과 어울리려 노력하던 대랑켄 노선과 다르게, 김랑켄의 혜나엘렌은 귀족의 고고함을 잃지 않아 어른스럽고 단단했다. 다소 감정적인 면이 있긴 했는데, 특히 일욜공에서 빅터에게 "앙리의 목이 필요" 하냐는 말을 내뱉고서는 그 발상 자체에 하얗게 질려버린다거나, 죽음을 목전에 두자 두려움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다시피 하는 등의 유약함이 보였다. 토욜공의 류빅터는 "앙리의 목이.." 라는 엘렌의 말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고, 일욜공에서는 엘렌이 충격에 비틀대며 "...필요한거니" 까지 말을 끝낸 뒤에야 그를 올려다보며 "그게 무슨 소리야!" 하고 화를 냈다. 나는왜. 류빅터에게 찰떡같은 넘버이기에 늘 좋지만, 일욜공은 정말 훌륭했다. 특히 자괴감과 혼란과 번뇌와 자기혐오가 넘실대며 괴로워하던 표정에서, 스스로 이 굴레를 깨부수겠노라 결심하며 지쳤지만 결연한 표정으로 넘어가는 연기가 몹시 설득력 있었다. "지금 당신은 장의사 프란츠 코폴라를 살해했다고 자백하는 겁니까?" 라는 재판장의 질문을 받은 류빅터의 눈동자가 흔들리는데, 휘몰아치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해주는 디테일이어서 매번 좋아했다. 이 감정의 여파가 떨리는 목소리로 이어지다가, 슈테판의 개입을 듣고 눈을 꾹 감으며 깊게 침잠하는 지점도 좋아한다. 토욜공에서 "한발짝도 벗어날 수 없는 걸까" 부분을 "다가설 수 없는 걸까" 로 바꿔 부르고, 숙부님을 호명한 뒤 "제발 그만하세요!" 를 생략했다. 일욜공에서는 머리를 짚는 디테일을 했고, 넘버를 부르며 양 주먹을 굳게 쥐거나 파들거리는 양손을 내려다보는 등 제스쳐를 많이 사용했다.

 

 

너꿈속. 토욜공에서는 "웃으면서 보내주라" 라고 울먹이고, 일욜공에서는 "웃으면서 보내줘" 하며 웃는 지앙리. "그래야 우리 연구를 계속할 수 있잖아" 라는 지앙의 설득을 예상치 못했던 류빅터는, 순간 멈칫했다가 작은 보폭의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니까 너 나 대신 살아" 하고선 "친구야" 라고 부르는 지앙의 말에, 류빅은 고개를 저으며 "앙리, 말도 안돼" 라고 중얼거린다. "너 처음 만났을 때... 그 때 생각난다. 너 기억나니?" 하고 묻는 지앙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류빅터. 토욜공에서는 너꿈속을 시작하는 지앙리와 차마 눈도 마주치지 못했지만, 일욜공에서는 계속 눈을 마주하다가 "눈을 뗄 수 없었어" 하는 부분에서 시선을 떨궜다. 그러나 결국 다시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젓고 이 모든 상황을 부정하려 하는 류빅터. "날 위해 울지마" 하며 다가온 지앙의 손과 류빅터의 손이 간절함을 담아 포개지고 얽힌다. 류빅터는 고개를 푹 숙여 그 위에 이마를 댄 상태로 엉엉 울어버리는데, 이 디테일을 2막 그날에 내가 넘버에서 엘렌과 손을 부여잡을 때 동일하게 했다. 평소 디테일을 그대로 하며 짱짱하게 노래하던 지앙리는, 처형대 위에서 확 밀쳐지자 토욜공에서는 단두대 오른쪽을 부여잡고 미끄러지듯 주저앉았고, 일욜공에서는 그냥 그대로 바닥에 무너졌다. "너의 꿈에-" 하고 엠알보다 길게 음을 뽑아낸 지앙은, 울음 가득한 목소리로 "빅터..." 를 부르며 울먹인다. 마침내 눈을 꾹 감은 채 "살고싶어" 하고 토해내듯 시작하여 끝음을 길게 부르며 주저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난 지앙리는, 묶인 양손을 꽉 맞잡고 하늘로 치켜올렸다가 마지막 빰, 하는 반주에 맞춰 손을 강하게 내리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짙었지만, 친구를 위해, 함께 꿈꿨던 이상을 위해 기꺼이 제 삶을 내던진 앙리였다.

 

 

생창. 일욜공에서 생창기계가 정확한 위치로 나오지 못하여 스탭이 뒤에서 미는 게 다 보였고, 류빅터가 2층에서 노래하는 와중에 출렁거리며 왼쪽으로 약간 돌아가며 제자리를 찾았다. 토욜공도 좋았지만 일욜공 생창이 어마어마해서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늘 말하지만, 류빅터의 생창은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극상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토록 압도적이고 절대적이고 위압적인 류빅터의 생명창조가 실패할 리가 없다는 개연성이 저절로 완성된다. 음성이든 영상이든 류빅터 생창 박제를 간절히 소망하지만, 녹음본이나 녹화본으로는 결코 전달되지 못할 생생함이 벌써부터 아쉽다. 김해공 토일 공연 모두 넘버 후반부 "눈을 떠 / 일어나 / 제발 눈을 떠!!!" 하고 절규하는 대사를 "제발 깨어나!!!" 로 바꿨다.

 

 

첫장면처럼 지괴의 오른쪽 팔목을 붙들어 고정시키는 류빅터. 철침대에 손을 짚고 서있는 지괴를 발견하고 놀라움이 얼굴에 번지지만 침착함을 유지한다. 쏘면 안된다고 룽게를 향해 입모양으로 말하고선, 침대 위로 몸을 날려 엎드렸다가 몸을 일으키는 지괴를 바라본다. 휘청이다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는 지괴를 보는 류빅터가, 토욜공은 걱정하는 기색을 완연히 드러냈다면 일욜공은 실험체를 보는 과학자처럼 관찰하는 기색이 강했다. 바닥에 엎드린 지괴에게 몸을 숙인 채 가까이 다가간 류빅터는, 위협하듯 움직이는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무릎 꿇은 자세 그대로 물러난다. 토욜공에서는 지앙의 머리를 가진 지괴가 서있는 걸 보는 순간 앙리가 되살아났다고 믿었고, 일욜공에서는 그와 눈을 정확히 마주한 채 "나야 빅터," 하면서 말을 거는 순간 지앙이 살아났다고 인지하여 함박웃음을 지었다. 토욜공보다 침착한 태도로 "할 수 있어" 라며 유도하던 류빅터는, 비척대며 걸음을 떼서 자신에게 안긴 지괴를 끌어안자 안도의 한숨을 뱉어내며 그를 많이 쓰다듬었다. 기쁨과 안도와 환희의 웃음을 쏟아내는 순간 이어지는 비극. 지괴의 목을 조른 제 손을 내려다보는 류빅터의 디테일은 동일했는데, 토욜공에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게 고통스럽다는 듯 힘겹게 괴물의 뒤를 쫓았다면, 일욜공에서는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차마 지앙의 얼굴을 한 지괴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어 두 발 모두 보지 못한 채 발포하는 류빅터. 첫 번째 총성에 크게 휘청인 지괴는 두 번째 총성을 듣고 난간에 몸을 숙인 채 천둥 같은 소리로 포효한다. 코트 아래쪽을 휙 넘기며 깨진 창문 너머로 몸을 던지는 지괴의 동작이, 2막 절망 넘버 마지막에 뛰어넘는 동작과 똑같다.

 



 

2막. 토욜공에서는 "인간을 뛰어넘는 무기를 만드는 거였어!" 라고 쏟아냈고, 일욜공에서는 "무기를 만드는.." 까지 말한 뒤 눈빛이 바뀌며 다급하고 신경질적으로 품을 뒤적이던 류빅터. 일욜공에서 숙부의 안위보다 줄리아의 안색을 더 먼저 살피다가, "짐승에게 물어뜯겼는지," 라는 하녀의 말에 표정이 흔들린다. 엘렌을 찾아보냐는 물음에 토일 모두 "지금은 숙부님의 행방이 우선이야" 가 아니라 "지금은 숙부님이 먼저야" 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대사를 하며 무대 앞쪽으로 약간 걸어나와 강하고 선명한 어조로 다급함을 강조하고선, 뒤로 돌아 뛰어가는 류빅터. 도망자. 일욜공에서 지괴는 재회한 창조룰 향한 명백한 조롱과 악의 가득한 비아냥을 숨기지 않고 내뿜었고, 그가 앙리와 다른 존재임을 인지하고 있는 류빅터는 이야기를 쏟아내는 지괴의 시선을 평소처럼 절박하게 피하지 않았다. 지괴가 넘버를 시작하자 고통스럽게 머리를 부여잡긴 했지만, 이날 류빅터는 지괴와 눈을 여러 차례 마주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내보였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존재의 슬픔" 이라는 지괴의 말에, 실험일지를 꼭 부여잡은 왼손을 가슴에 품은 류빅터가 오른손을 지괴 쪽 허공에 신경질적으로 휘저으며 도망치듯 무대 왼쪽 앞으로 빠르게 걸어나왔다. 그리고 "탄생했을 때부터 피냄새를 맡아야했던" 라고 이어지는 말에 울상처럼 얼굴을 찌푸리며 괴로워하는 류빅터. 울부짖듯 울분과 절망을 토해내는 지괴의 도망자.

 

 

세상이 익숙치 않았던 토욜공의 모습과 다르게, 일욜공의 지괴는 격투장으로 끌려가기 전부터 이미 혹독한 삶에 지쳐있었다. 넌괴물. 토욜공은 지독한 학대로 인한 육체적 고통에 휩싸여 영혼을 다 잃어버린 얼굴로 휘두르는 대로 휘둘렸지만, 일욜공에서는 눈빛이 죽어있지 않았다. 류자크가 내뱉는 잔인한 말들까지 전부 알아듣는 듯 그와 마주하는 시선에 적대가 선연히 맺혔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한층 비아냥거리는 류쟠의 반품 드립 장면에서 쓰러지지 못해 서있다기 보다는 힘겹더라도 끝까지 서있으려 노력하는 듯했다. 지앙리처럼 앞머리를 내린 왼쪽 얼굴을 객석에 내보인 채, "인간이 만든 쓸모없는" 존재라는 선언을 칼날처럼 꽂아넣는 류자크와 똑바로 눈을 마주한다. 난괴물. "나의 창조주시여!" 하며 무릎 꿇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는 지괴의 얼굴에서 걷잡을 수 없는 형형한 분노가 맹렬하게 쏟아진다. 인터벌에서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슬픔에 짓눌려 괴로워하던 토욜공과 다르게, 이날은 치밀어오르는 외로움과 고독이 밀어내기라도 하는 듯 고통스러운 숨을 아프게 토해냈다. 지괴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절망에 잠겨 울먹이다가 끝내 어린아이처럼 흐느끼다가, 눈을 감고 "날 꼭 안아주는 꿈" 을 회상하며 자신의 양팔로 스스로를 껴안는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포근한 가슴에" 하며 절박하게 더욱 꽉 자기자신을 끌어안은 지괴는 그 희미한 온기의 한자락이라도 다시 느끼려 애쓰다가, "얼굴을 묻고" 하며 왼팔은 끌어안은 그대로 두고 어설프게 주먹을 쥔 오른손을 그대로 제 오른뺨에 가져다대며 이미 흐릿해져 보이지도 않는 행복을 향해 발버둥친다. 손으로 가슴을 부여잡은 채 "그 꿈 속에 살 수 없었나" 하고 처절하게 쏟아내다가 그대로 뒤로 넘어가며 오른손을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 허공을 향해 마지막까지 내뻗는 지괴.





"곧 번개가 치겠지" 하는 말에 홀린 듯 하늘을 올려다보던 류빅터는, 비아냥이 가득한 지괴의 웃음소리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대체 무슨 소리야!!" 하고 소리지른다. 그날에 내가. 엘렌의 손을 간절하게 부여잡은 채 고개를 떨궈 이마를 맞대는 류빅터. 뒤를 돌아보며 "빅터... 미안해..." 하는 혜나엘렌의 말에, 류빅터는 "누나.. 누나.. 정말 미안해" 하고 중얼대며 지나치게 큰 상실의 고통으로 인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탄식 같은 울음소리를 토해낸다. 절망. 지괴의 목소리에 휘휘 사위를 돌아보다가 그를 발견하고는 무너져내리는 류빅터. "그만해 부탁이야 제발 그만해" 하고 황망한 절망에 찬 신음을 토해내다가, 레버를 벌리며 내뱉는 지괴의 조롱 어린 소리에 오른손으로 머리를 부여 잡은 채 아악, 하며 고통스러워 한다. 우아한 춤을 추듯 매끄럽게 이동하며 생창기계를 어루만지듯 손을 움직이는 지괴. "나 이곳에서 꿈을 꿨지 너와 함께" 부분에서 꿈과 목표를 쫓던 과거를 회상하는 듯 절망 어린 얼굴에 비틀린 미소를 거는 류빅터. 일욜공에서 텀을 약간 더 두면서 밀어내듯 "이젠," 하고 이어나가는 류빅터의 목소리에 분노보다 회한이 더 짙게 묻어나온다. 오른손으로 바닥을 내리치는 류빅터를 조롱하듯, 철침대 위 엘렌의 머리맡을 오른손으로 탁, 내리치는 지괴. "복수는 이제부.터." 하며 왼손을 우아하고 드라마틱하게 벌린다. 괴로워하며 "날 태워 죽일 건가 / 차라리 날 찢!어! 죽여라" 하며 다가와 멱살을 잡는 류빅터를 향해, 지괴는 처음 탄생한 자신에게 그가 그랬던 것처럼 양팔을 벌리면서 조롱 섞인 비웃음을 입가에 건다. 무책임한 창조주를 벌하기 위해 냉정하고 냉혹한 심판자가 되어 돌아온 창조물. 감히 신이 되려한 오만함이 역풍처럼 되돌아와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유약한 인간. 



후회. 프랑켄 공연 관극 40번 만에 처음으로 이 넘버에서 쏟아내는 빅터의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공감하여 펑펑 울었다. 논리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연출과 가사의 한계로 인해 감정적으로는 설득되지 않았던 빅터의 외로움과 후회와 절망이 이날에서야 비로소 고스란히 다가왔다. 류빅터가 담아내는 짙고 맹렬한 감정이 이 넘버를 매번 절절하고 아름답게 만들었지만, 이날만큼 완전한 고독을 온전하게 전달받은 적은 없었다. 음 하나, 음절 하나에 오롯이 새겨진 슬픔과 고통이 극렬하게 가슴을 후벼팠고, 눈물로 얼룩진 목소리에 실린 아픔과 후회가 뼛속까지 전해져오는 듯했다. 노래를 멜로디 위에 얹듯이 부르며 울먹임을 섞어 박자를 아주 미세하게 누르고 늘리며 변주하던 류빅터의 후회가 귓가에 맴도는데, 그 청각의 기억을 글로 풀어낼 재주가 없다는 게 속상하고 괴롭다. "나의 외로운!!!" 하며 고개를 떨군 채 토하듯 외로움을 쏟아내던 류빅터의 온몸에서 후회와 고독이 밀물처럼 흘러넘쳤다. 이날 모든 넘버가 너무나도 훌륭했지만, 이 후회 넘버가 가장 좋아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이 넘버를 진정으로 들을 수 있게 되기까지 3년이나 걸렸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온전히 알게 되었음이 다행스럽다. 아직 류빅터의 후회를 더 들을 수 있으니까.



북극. 토욜공의 참사는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흡입력이 강했다. 호흡을 길게 두며 이어나가는 류빅터와 지괴의 감정선이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중간중간 끄윽, 하고 고통스런 신음을 섞으며 "넌, 이제, 혼자가, 되는 거야. 혼자가 된다는 그, 슬픔," 이라 말을 이어가던 지괴는, 순간 우스움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마치 지옥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는 듯한 깊은 웃음소리를 토해낸다. 질질 끌고온 몸을 일으켜 양 손으로 류빅터의 두 뺨을 부여잡은 채 쏟아내는 지괴의 그 악마 같은 웃음이, 넋이 나간 류빅터의 얼굴에 여과 없이 전달된다. 창조주를 향한 조롱을 가감 없이 담아 쏟아내는 지괴의 이 웃음 디테일이, 토일 모두 있었다. 앙리가 전혀 남아있지 않았던 김랑켄의 지괴는, 류빅터가 자신의 존재는 부인하고 지앙만을 바라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 노선처럼 온전한 앙리의 목소리로 복수 선고를 내리는 대신, 슬픔을 완전히 숨기지 않은 채 울먹이면서 "이게, 나의," 하고 흐느끼다가 "복수야" 라고 나지막하게 선언하고선 깊은 숨 한 번을 마지막으로 토한다. 앙리에게서 비롯되었지만 앙리가 아닌 지괴는 앙리만을 바라보는 창조주에게, 가장 냉혹한 절대자의 웃음과 가장 나약한 피조물의 울음을 선사한다. 류빅터는 평소처럼 "나는, 나는" 하고서는 "앙리," 라 부르며 지괴를 끌어안았지만, 이전처럼 괴물의 정체성인 하얀 오른쪽 앞머리를 오른손으로 가려버리는 대신, 오른뺨을 쓰다듬듯 감쌌다. 마치 생창 도입에서 앙리의 머리를 가슴에 끌어안은 채 뺨을 다정하게 붙들었던 것처럼. 용서하지 못했고 용서를 구하지도 못했지만, 영혼 끝까지 외로웠던 존재의 슬픔을 공유하는 이 엔딩의 여운이 아주 길었다.





항상 좋았던 류핝페어 공연 중에서도 단연 손에 꼽힐 만한 엄청난 무대를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류빅터는 첫번째 컷콜에서 눈물이 여전히 가득 묻어 있는 채 마지막 감정을 지우지 못한 얼굴이었으나, 두번째 컷콜에서는 자신만만하게 걸어나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너무나 잘생긴 미소를 씩 입가에 걸어주셨다. 저 미소는 너무 멋져서 볼 때마다 비명에 가까운 함성을 지를 수밖에 없다ㅠㅠ 서로를 향해 고개를 까닥이다가 웃음이 터진 류빅터가, 객석을 향해 다시 고개를 숙이며 지괴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꾹 찔렀다. 무대 저 안쪽까지 들어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던 두 배우가 갑자기 와다다 객석을 향해 뛰어나오더니 환호를 유도하는 손짓을 크게크게 내보였다. 그러다가 막이 내려오는 위치보다 앞에 서있는 걸 깨달은 류배우님이 지괴를 쿡쿡 찔러 뒤로 오게 하고선 갑자기 웨이브를 추기 시작했다ㅋㅋㅋㅋ 지괴도 능숙하게 골반을 돌리며 춤을 추다가 서로 껴안고, 천천히 내려오는 막을 올려다보며 손가락질 하고, 계속 환호를 보내라는 제스쳐를 하다가, 마지막까지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안녕, 엄지척, 인사를 해줬다. 만족스러운 공연에 만족스러워 하는 배우의 인사까지 받으니 무척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으로 김해에서 겪은 신선한 경험담 하나. 공연이 끝나고 귀가하기 위해 공항에 가서 대기하다가 탑승을 하려고 줄을 섰는데, 잘 아는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김해까지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실제로 공항에서 마주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한지상 배우님이었다. 안시하 배우님과 박혜나 배우님도 함께 계셨는데, 동갑내기 배우 세분이 지방까지 함께 오고 가신 듯했다. 김해공항 자체가 생경한 공간이기 때문이었는지, 무대 위도 아니고 공연장 근처도 아닌 장소에서 배우님들을 마주했음에도 크게 신기하지 않다는 게 오히려 놀라웠다.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 발견한 익숙한 얼굴을 약간 홀린 듯 쳐다보고 있다가 한지상 배우님과 눈을 마주쳐버려서 고개를 홱 돌리고 냉큼 탑승구를 통과해버렸다ㅎ 그저 목격담일 뿐이니 계를 탔다고 자랑하기는 힘들겠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생긴 셈이어서 즐겁다. 김랑켄 덕에 행복하고 유쾌한 기억을 가득 채우고 온 주말이었다. 류빅터를 만나려면 또 한 달이 넘는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 벌써부터 아득하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 감정들을 곱씹다보면 재회의 날이 성큼 다가오리라 믿는다. 부랑켄 끝나기 전에 류배우님 차기작만 뜬다면 다른 소원이 없을 것 같고. 좋은 추억만 가득 남기고 온 김해를 한동안 애틋하게 그리워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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