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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in 대구 계명아트센터, 2018.09.09 2시 공연



류정한 빅터/자크, 한지상 앙리/괴물, 박혜나 엘렌/에바, 이지혜 줄리아/까뜨린느, 이정수 룽게/이고르, 이윤우 어린 빅터, 안현화 어린 줄리아. 류빅터 26번째 관극. 류한페어 삼연 10번째 공연이자 자열. 개인적인 컨디션이 최악이었고 이런저런 관크가 있었음에도 가히 레전공이라 정의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공연이었다. 쩌렁쩌렁한 넘버들과 밀도 있는 감정선이 어찌나 훌륭하던지, 모든 장면들의 완성도가 높았다. 토욜공에서는 노래와 MR이 약간 어긋나는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일욜공은 완벽하게 들어맞아서 넘버들이 전부 엄청났다.

 

※스포주의, 토일 공연이 섞여 두서 없음※

 

쓰읍, 하며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을 짓고선 중위의 경례를 고쳐준 뒤 "그렇지!" 하고선 하하하, 하며 큰 소리로 비웃으며 퇴장하는 류빅터. 오른쪽 구조물 위에서 양팔을 벌리면서 제 생각을 쏟아내다가 왼손으로 기둥을 탁 붙들며 지앙에게 몸을 살짝 숙인 채 눈빛을 번뜩인다. 지앙의 말에 왼쪽 입꼬리만 살짝 말아올리며 웃고선 실험체와 실험일지를 번갈아 확인한다. "신의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하고선 "없다." 하며 마침표를 찍듯 펜 끝으로 결재판을 탁, 찍는다. "그래 그 잘난 도덕과 신앙심으로 뭘 할 수 있었지?" 하고 텀을 주고 "아~!" 하며 왼쪽 손등을 오른쪽 손으로 비비고, 양 손바닥을 마주하며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며 비아냥댄다. "말씀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라고 따라한 뒤 바로 강하게 확 지앙의 양팔을 붙들고선 "그래!!" 하며 얼굴을 들이민다. 이전처럼 목덜미 쪽이 아닌, 왼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지앙의 오른쪽 귀가 들어오도록 그의 뺨을 붙든다. 재차 얼굴을 가까이 하며 "이제야 자네답군!" 하고 씩 웃어준 류빅터는 계단을 올라간다. "신체를 만들어 쓰는 세상이 올겁니다!" 하는 지앙의 표정과 말투가 단호하다. 역시 강하고 단정적인 어조로 "그래! 이게 바로 그 미래야!" 라며 이어나가는 류빅터.

 

단하미. 한 손을 들어올리며 "생명은!!" 라고 말하는 지앙을 향해, 두 손바닥을 아래로 하여 제지하는 제스쳐를 취한 류빅터가 풍성하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넘버를 시작한다. 류빅터는 토일 공연 모두 양팔을 많이 사용했는데, 좌우로 펼치거나 큼직하고 우아한 동선으로 움직이는 동작이 많아서 위엄 있는 귀족의 이미지가 강했다. 토욜공에서는 지앙의 반박에 "오오" 하는 입모양으로 상체를 낮추는 동시에 양팔을 천천히 바깥쪽으로 들어 가볍게 난간을 잡고 잡아먹을 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혀로 입술을 쓸어내는 평소 디텔은 양일 유지. "실패한 진화의 결말" 하는 말에 끼어들려 몸을 움찔하는 지앙을 향해, 류빅터는 마치 제압하듯이 몸은 꼿꼿이 세운 채 왼손만 앞으로 내밀며 저지하고 말을 이어간다. "과학은 그 의미를 밝혀낼 뿐" 하는 지앙의 말에 토욜공에서는 튕겨오르듯 몸을 세우며 한숨을 뱉고선 휙 뒤돌아 뒷짐 졌고, 일욜공에서는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세우고는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토해내며 천천히 등을 돌렸다. 고압적인 자세로 지앙을 내려다보며 제 신념을 강하게 풀어내는 류빅터. "단 하나의 미래는 바로 이것 뿐" 하는 류빅의 말에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설득 당하는 지앙리. "주체가 된다" 하고 "아-" 하면서 류빅터처럼 양옆으로 양팔을 벌린다. "유약한 인간을" 하며 오른 주먹을 쥐어 들어올리고, "변화의 무한한 존재로" 하며 그대로 손바닥을 위로 한 오른손을 난간 너머 객석을 향해 펼쳐보인다. 지앙/지괴 모두 오른손을 계속 사용하며 디테일의 연속성을 만들었다. 단하미를 통해 레전공 여부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데, 일욜공 단하미는 역대 관극 중 한 손에 꼽힐 정도로 엄청나고 완벽했다.

 

지앙의 대답에 류빅터는 웃음을 흘리다가 "부탁이야," 하며 왼손으로 지앙 귓가 뺨을 재차 잡고선 "친구" 하며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다. 순간 지앙의 큰 눈에 놀람과 다정함의 빛이 서리고, 뒤돌아 걷는 류빅의 만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꿈을 꾸네" 하며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는 지앙. 류빅이 열쇠를 가지러간 동안 오른쪽 앙들과 눈인사 정도를 나누던 지앙은, 일욜공에서는 아예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더라. 이후 한잔술에서도 그렇고, 지앙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여 우호적이고 친근하게 행동했다. 이렇게 인간을 신뢰하는 앙리였기에, 군중들이 쏟아내는 "살인자 살인자!" 라는 비난에 둘러싸인 그가 내뿜는 절망과 공포가 보다 극대화됐다.

 

외소이. 토욜공에서 엄마 시체 끌고 가는 다리 위 어린 빅터에게 조명이 안 들어가는 실수 있었다. 강아지를 살려주겠다고 나가는 빅터와 무대에 남아 양손을 맞잡고 입모양으로 중얼대며 기도하는 혜나엘렌.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하고 "안돼!!" 하며 뛰어나간다. 일욜공에서 윤우빅터는 자신의 어깨를 붙들고 있는 혜나엘렌의 손을 강하게 뿌리친 뒤 슈테판에게 한 걸음 다가서며 기쁨에 벅차오르는 목소리로 "제가 했어요!!" 라고 말했다. 윤우빅터가 얻어맞은 제 뺨에 대고 있던 왼손을 정수룽게가 잡아 끈다. 엘렌을 보자마자 엉엉 울며 고개를 젓는 어린 빅터.

 

한잔술. "다 덤벼!" 하며 상대의 배를 걷어차는 류빅터. 아퍼아퍼 하며 지앙을 마구 때리는 류빅과 뒤로 넘어져 나야, 나! 하고 말하는 지앙. 류빅에게 "앉으세요" 하는 지앙과 고분고분 무릎 모으고 그 위에 양손 다소곳이 올리는 류빅 디테일은 동일했다. 술을 다 쏜다는 지앙 말에 "너 돈 없잖아" 하는 류빅터 디텔도 이틀 다 있었다. 박세요 배우가 다가갈 때 류빅이 앙리를 계속 부르는데, 지앙이 토욜공에서는 "빅터 조용히 해!" 라고 했고 일욜공에서는 "빅터, 빅터" 하고 이름만 불렀다. 지앙의 얼굴에 제 얼굴을 들이밀며 "살인을 하지 않고서야" 하고 분명하게 말하는 류빅터와 낄낄거리는 요상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눈치 보다가 "취했구나~" 하고 손을 잡아끄는 지앙리. 류빅터는 "위대한 이상~의 추락이여~" 하고 오페라처럼 부르고선 "나 떨어진다" 라고 예고한 뒤 꼿꼿이 몸을 세운 채 훅 떨어진다. 토욜공에서는 "앙리, 여기선 내 의지가 통하질 않아" 했고, 일욜공에서는 "젠장!" 하며 오른손으로 머리 짚는 디테일을 했다. 고개를 숙인 채 무릎께를 짚고 있는 류빅터의 왼손 위에 제 왼손을 포개어 토닥이는 지앙리. 토욜공에서는 지앙이 남은 오른손으로 류빅터의 등을 토닥였고, 일욜공에서는 류빅터가 제 손을 붙든 지앙의 손을 빤히 쳐다봤다. 양일 모두 절망을 지앙 잔에, 슬픔을 본인 잔에 따르는 류빅터. "취해볼까~" 를 길게 끄는 디테일 유지했는데, 고개 흔드는 것만 하고 검지 들어서 빙글빙글 돌리는 건 안했다. 숨을 몰아쉬고 깔깔거리며 좋아하는 두 사람. 제 잔에 술을 가득 따르고 옆사람과 시시덕 거리다가 한껏 다정한 눈빛으로 지앙을 바라보는 류빅터. "술 취한 김에" 하며 몸을 잔뜩 굽히며 테이블 위로 올라가는 지앙리. 앞좌우 팔 스트레칭을 하고 춤을 춘 류빅터는 지앙을 마주보고 허리 부근을 꿀렁대며 웨이브를 넣는다. 마주본 채 허공을 마구 찌르는 동작을 하다가, 서울 총막처럼 양 검지로 지앙의 배를 마구 찌르는 류빅터. 반격하며 똑같이 손가락으로 류빅의 가슴과 배를 찔러대는 지앙. 유심히 지앙의 댄스를 관찰하고선 신나게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함께 춤을 춘다. 류빅터 "술 맛 좋다!!" 는 토욜에는 안하고 일욜은 했다. "장의!!" 까지 말하고선 고함을 애써 삼키는데, 서울공처럼 오른손으로 틀어막는게 아니라 양손의 끝으로 입가를 가리듯 막는다. "쓸모가 이쪄쪄" 하는 류빅터와 똑같이 말하고 뛰어나가는 지앙리.

 

"혼자 있고 싶다고 했잖아!" 하며 룽게를 쳐다보는 류빅터. 나는 왜. 토욜공에서는 두 번 정도 엠알과 살짝 어긋났는데, 일욜공은 완벽 그 자체였다. "내가 모르고 있던 나아아아악!!" 하고 소리지르며 오른쪽으로 뒤돌아서는 류빅터. 토욜공에서는 머리 근처에 들고 머뭇대던 오른손을 그대로 초상화를 향해 극적으로 뻗었다. "또 시작된 걸까" 하며 두 손을 가슴 높이로 들어 내려다본다. 일욜공연에서는 뒤돌아서 초상화를 향해 양손을 뻗었고, 토욜공에서 안했던 두통 디테일을 넣었다. 음정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내면서도 혼란과 절망으로 흔들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일욜공 나는왜 넘버가 너무 훌륭했다. 원치 않는 숙부님의 변호에 눈을 꾹 감고 입가를 파들거리는 감정 연기도 좋았고. 서울 총막처럼 토일 모두 "제 말을 믿으세요!!" 라고 절규하며 끌려나가는 류빅터. 너꿈에서 앙리에게 "네가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내 말을 믿지 않아" 라고 하는 대사와의 연속성을 위한 디테일로 보인다. 희정슈테판은 대구에서 계속 "빅터 프랑켄슈타인" 을 제대로 불러주고 계신다. 사형 선고에 위를 올려다보는 자세로 굳어버리는 지앙.

 


너꿈속. 류빅터는 서울공에서 "그랬는데 니가 사형을 당하면" 하는 앙리의 말을 듣고선 양손으로 붙들고 있던 창살을 놓았다. 그러나 대구공에서는 "내가 선택한 거야 나 후회 없어!" 하고 말할 때까지 창살을 붙들고 있었다. 이전에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게 드러났다면, 토일 공연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앙리의 행동에 대한 의문이 더 커보였다. 화를 내는 류빅터의 말에 일욜공 지앙리는 "니가 살아야" 까지는 크게 말하다가 "우리 연구를 계속할 수가 있잖아" 라는 말을 속삭이는 목소리로 쏟아냈다. 비밀을 공유하듯, 간절한 부탁을 하듯. "그러니까 너 나 대신 살아" 라고 중간에 "너" 를 넣는 지앙 디테일 토일 모두 해서 좋았다. 앙리 대신 사는 주체가 바로 너, 빅터라는 것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친구야." 하는 지앙의 말에 망연한 듯 반걸음 물러나며 "말도 안돼" 라고 중얼거리는 류빅터의 평소 디테일은 토일 다 있었다. 그리고 일욜공에서는 뒤이어 "이건 아니야" 라는 대사를 넣었다. 이 "아니야" 라는 말이 일욜공 류빅터 노선 그 자체였다. "제가 사랑한 모든 존재들의 죽음을 보며 "안돼!" 라는 말을 매번 했" (참고: http://tinuviel09.tistory.com/542) 던 0803 류핝 공연처럼, 0909 공연에서 류빅터는 앙리, 엘렌, 줄리아, 그리고 괴물의 죽음 앞에서까지 "안돼!" 라는 말과 함께 "아니야" 라고 중얼거렸다. 끝끝내 바꿔내지 못한 비극을 마주한 자의 현실 부정과 절규. 신에게 도전하지만 결국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절망하는 지식인을 드라마틱하고 일관성 있는 노선으로 보여주는 이 디테일을 딱 0803 회차에서 밖에 못봐서 조금 아쉬웠는데, 대랑켄에서 볼 수 있어 기뻤다.  


그저 연구를 함께 하겠다는 목적으로 지앙을 데려왔던 류빅터는, 연구를 돕는 차원을 넘어 스스로를 희생하기까지 하겠다는 지앙의 선택에 당황하여 믿을 수 없다는 듯 "이건 아니야" 라고 중얼댄다. 자신의 의도는 결코 이런 것이 아니었음에도 제 행동과 주변의 상황으로 인하여 극단으로 치닫는 흐름을 마주한 류빅터는, 망연하게 부정의 말을 토해낸다. 그러나 지앙은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너 처음 만났을 때, 그 때 생각난다. 너 기억나?" 라고. "어쩌면 우리 처음 만난 날 / 그 날에 정해졌던 운명 / 이제야 알게 되었을 뿐 / 지금, 그 순간이 다가온거야" 라고 말하는 지앙을 향해 애타게 손을 뻗는 류빅터. 서로의 손을 꽉 부여 잡는 두 사람. 엉엉 우는 류빅터의 울음소리가 지앙의 마이크를 타고 새어나온다. "죽는대도 괜찮아" 하며 애써 류빅터의 손을 뿌리치다가 바닥에 넘어지듯 무너져 노래를 이어가는 지앙과 그 옆에서 눈물을 쏟아내는 류빅터. 토욜공에서 류빅이 왼손을 한 발 늦게 뻗어서 지앙에게 닿지 않았는데, 북극에서 지괴의 손을 놓치는 디테일과 이어졌다. "제발 부탁이야 앙리" 하며 끌려나가는 류빅터. 지앙은 강하게 찍어 누르며 넘버를 이어가는데, 토일 모두 "다시 사는 내 인생!도 없었을거야" 하고 인생 단어를 강조했다. 난간을 붙들고 올라가다가 "내가 가진" 하면서 무너져 계단에 걸터 앉고선, 울먹임을 섞어 "모든 걸 버리고" 라 부르는 디테일은 유지했다. 총막처럼 토일 모두 앙상블이 지앙의 팔을 잡고 끌어올렸는데, 토욜공에서는 서있는 자세로 단두대에 손을 짚은 채 노래했고 일욜공에서는 넘어져서 단두대 바로 앞에서 무릎 꿇은 자세로 노래했다. "너의 꿈에-" 를 길게 부른 지앙은, 토욜공에서 두려움이 섞인 울음소리를 흘리며 단두대 머리 넣는 구멍을 내려다봤고, 일욜공에서 두려움이 담긴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살짝 위아래로 끄덕거리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고싶어" 하며 묶인 양손을 하늘 위로 들어올렸다가 반주 마지막 음에 맞춰 아래로 내리는 디테일은 평소와 같았다.

 

생창. 토욜도 좋았지만 일욜공이 너무너무 좋아서 압도 당했다. 소중하게 지앙의 머리를 끌어안는 류빅터. "신의 은밀한 비밀" 하면서 크고 우아한 동작으로 오른팔을 움직여 손에 쥔 실험일지를 허공에 들어보인다. "태초에 그랬던 것처럼" 부분부터 계속 양팔을 벌린 위엄 있는 자세를 유지하다가, 뒤돌아 "휘몰아쳐라" 부분까지도 하늘을 지배하듯 양팔을 펼쳐보인다. 음을 꽉꽉 담아내며 생창 기계음이 자신의 목소리를 가리지 않도록 타이밍을 맞춰 호스를 연결하고 레버를 올린다. "숨막히는 세상을!!" 하며 '세상' 을 강조한 일욜공. "벗어나아아아악 붉!은!피! 솟!구!쳐! 온~몸을 불태워라" 부분은 매번 전율이 인다. 저음은 묵직하고 풍성하며 고급스럽고, 고음은 예민함과 신경질적인 이미지를 가득 담아 강렬하다. 그 공간에 공존하지 않는 한, 류빅터의 생명창조가 내뿜는 그 어마어마한 위압감은 온전히 공유할 수 없다.

 

일욜공에서 류빅터는 탄생한 제 피조물을 보고 혜나엘렌을 한 번 돌아본 뒤, 다시 괴물을 향해 시선을 돌린 채 양팔을 살짝 벌려 제 뒤의 엘렌을 보호하는 동작을 취했다. 처음 보는 디테일이었음. 양 무릎을 바닥에 대고 몸을 낮춘 채 지괴를 향해 다가가는 류빅터의 행동을 무대 오른쪽 끝에서 똑같이 취하고 있는 혜나엘렌 디테일과 "내가 생명을 창조한 거야!" 하고 기뻐하는 류빅터를 향해 웃어보이는 정수룽게 디테일도 이날 처음 봤다. 지괴가 류빅에게 무너지듯 끌어안길 때 보통 오른팔이 류빅 어깨 위에 위치했는데, 토일공은 모두 류빅 겨드랑이 아래로 팔이 들어갔다. 그래서 제 등을 쓰다듬는 류빅터의 행동을 따라하는 지괴의 오른팔이, 평소처럼 허공에서 덜렁거리는 것이 아니라 류빅의 등을 같이 토닥여주는 듯했다. 지괴가 룽게의 목을 물자 류빅터는 토욜에는 "안돼!!" 했고 일욜에는 "아아악" 비명을 질렀다. 룽게의 죽음 앞에서 토욜에는 비명을 하나도 지르지 못하고 엉엉 울며 그를 끌어안았고, 일욜에는 이전처럼 "아아아악" 하고 치밀어 오르는 신음을 토해내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또다시. 울먹임이 가득한 목소리로 부르는데 "나의 꿈들도" 에서 크게 울먹였다. 지괴가 빠져나가자 그의 목을 조르던 제 왼손을 먼저 내려다보고 이어 오른손을 보는 류빅터. 그러다 도망가는 지괴를 보고 "안돼!!!" 하고 절박하게 외친 류빅터는 그를 쫓으려 휘청대며 일어선다. 총을 집어들지만 차마 보지 못하고 창문 앞에 선 지괴를 향해 두 번 발포한다. "안돼" 를 길게 뽑으며 비명 같은 하이노트로 이어가다가 마지막 광소.

 


2막. 그대 없이는. 빅터 반지 꺼낼 때 삐롱 하는 효과음 생겼다. 페르난도 동전 던질 때의 효과음보단 덜 경박스러운 소리지만 굳이 추가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도망자. 실험일지를 양손으로 붙든 채 공포와 당혹과 죄책감으로 물든 얼굴을 하고 있는 다리 아래 류빅터에게는 붉은 톤의 조명이, 냉랭하고 잔혹한 미소를 입가에 건 채 눈빛을 번뜩이고 있는 다리 아래의 지괴에게는 옅은 푸른빛의 조명이 비친다. 작아진 무대 덕에 다리가 낮고 가까워져서 두 존재의 대비가 보다 분명했다. 토욜공에서 "뒤에선 총소리" 하며 발포되어야 하는 앙상블 총이 안나왔다. 그래서 총성에 맞춰 조명이 바뀌는 동시에 돌변하는 류빅터 표정 변화를 보지 못했다. 일욜공에서는 실수 없었고, 류빅터는 총을 확 뺏어 괴물 대역에게 겨눈 뒤 차마 보지 못하고 힘겹게 방아쇠를 당겼다. "살아있는 날 원망했네" 하며 토욜공에서는 오른팔을 객석 쪽으로 펼치는 평소 디테일이었고, 일욜공에서는 팔을 들지 않고 오른쪽 주먹만 꽉 쥔 채 성큼성큼 퇴장했다. 남세 격투 장면에서 지괴는 상대의 얼굴을 만질듯 오른손을 가까이 가져가다가 툭 놓아버린 뒤 제 얼굴을 만지는 것 없이 그저 망연한 표정으로 잠시 서있었다. 토욜공에서는 퇴장하며 이고르가 그를 죽이는 소리에 살짝 움찔했지만, 일욜공은 쳐다도 안보고 저벅저벅 걸어나간다.

 

토욜공 리뷰에서 류쟠의 노선이 달라졌다고 기록했는데, 일욜공에서는 서울공에서 잔인함만 조금 덜어낸 노선을 유지해서 혼란스러워졌다. 일단 일욜에는 남세 끝나고 "브라보 브라보 브라보" 하며 혜나에바에게 환호를 더 보내라는 총막 디테일을 했다. 괴물 새끼 데려오라면서 지팡이를 휘두르고, "더럽게 꽥꽥거리네" 및 "재밌어?" 디테일과 퉷, 하고 침 뱉는 모션은 양일 모두 했다. 일욜공에서만 렛츠고 하기 전에 "어우 짜증나!" 하고 투덜댔고, 까뜨린느의 자백에서도 짜증을 한 번 더 냈다. 인간실격 넘버 "이년이 정신 못차렸구나" 부분 도입 놓쳐서 대사처럼 빠르게 쳤다. 이렇게 일욜공은 전반적으로 서울과 유사하되 조금 더 업된 느낌이었는데, 토욜공은 이미지가 달랐다. 넌괴물 초반에 목소리를 확 까는 건 동일했으나, 애교와 잔망이 훨씬 많았고 지팡이를 많이 사용했으며 중간중간 객석과 시선을 마주할 때도 몸을 평소보다 가까이 숙이며 들여다보듯 앞쪽 관객들과 눈을 마주쳤다. 무대 왼쪽 앞에 무릎 꿇고 앉은 지괴 왼쪽에 서서 지팡이를 양손으로 쥔 채 오구구, 그랬어 하며 일부러 드라마틱하게 지어낸 찌푸린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본다. 무릎을 굽혀 지괴의 턱을 만질 때는 세상 냉담한 얼굴로 굵고 낮은 목소리를 낸다. 잔인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발랄함을 유난히 극적으로 표현했기에, 이날 류쟠의 넌괴물은 괴물을 고문하는 것을 손님들을 위한 쇼의 일종으로 전시하는 느낌이었다. 객석의 호응을 유도하는 자크들이 있긴 했지만, 관객이 잔인함을 관음하는 방관자로서 극 안에 스며들도록 만드는 자크는 이날 공연에서 처음 만났다. 환호나 박수는 일말의 죄책감을 잃지 못하게 만드는데, 이날은 아예 극의 일원으로 전제당함으로써 그 잔인함에 동화되는 느낌이 들어 일순 오싹했다. "내 괴물이라구" 하고선 즐겁다는 듯 하하하 웃음을 토해내던 류쟠은 이어지는 부분 박자를 놓쳐서 "그러니 나를 위해 잔인하게 죽여!" 를 2배속으로 쏟아냈다. 저 웃음소리 디테일까지 이날 노선에 잘 부합하여 오케가 아닌 엠알이 새삼 아쉬웠다. 이날 만난 류쟠이 윌리윙카 같았다던 초연 노선과 유사했던 게 아닐까, 그저 짐작만 해본다.

 

그곳에는. 지괴의 위협에 지혜까뜨는 몸을 빠르게 뒤로 빼며 물러서기 때문에 시하까뜨와 할 때보다 훨씬 오른쪽에서 안녕, 을 한다. "머리 속에서 뭐가 막 튀어나와" 하면서 무릎 꿇은 채 기어서 무대 중앙으로 다시 돌아오는 지괴. 토욜공에서 시하까뜨의 양 손목을 들어올리며 각각 붙든 채 "내가 무섭지 않아?" 라 묻고, 그 손목을 끌어당겨 내리며 왼손으로 쥔 채 오른손으로는 시하까뜨의 왼쪽 팔 바깥쪽을 만지며 "난 인간이 아닌데?" 하고 물었다. "그곳에는 평화가 있어" 부분에서 똑같은 동작으로 시하까뜨 팔을 만지는데, 위협을 할 때와는 전혀 다르게 애절하고 애달픈 느낌이어서 인상적이었다. 토욜공에서 철창 앞 지괴가 "평화롭게" 하며 쇠사슬에 걸려 살짝 휘청였다. "저 하늘 새들처럼 저 멀리" 하며 치맛자락을 붙드는 디테일을 지혜까뜨만 하기에, 지괴도 일욜공에서만 제 바지 바깥쪽을 손끝으로 붙들며 "여기 이 굴레에서 벗어나" 하며 엉거주춤 걸음 폭을 크게 두는 디테일을 했다. "사슬을 박차고!" 하며 뛰다가 쇠사슬을 밟고 휘청이며 넘어지는 평소 디테일은 양일 모두 했다. 산다는 건. 일욜공 지혜까뜨의 노래가 들어본 것 중 제일 좋았다. "찢겨진 마음" 하면서 괴물이 갇혀있는 독방 쪽을 쳐다보는 디테일 해줬고.

 

괴물과 추바야 격투 씬에서, 서울공에서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동작을 토일 모두 했다. 박치기를 한 뒤에, 추바야의 어깨를 양손으로 짚으며 뛰어 올라 두 다리를 허공으로 휙 들어 올린 채 반 바퀴 도는 지괴. 혜나에바가 페르난도 배에 칼을 꽂아 넣는 동안 뒤에서 지팡이를 골프채처럼 쥐고 계속 연습하는 류쟠. 추바야까지 죽이고 호들갑을 떤다. 일욜공에서 혜나에바가 바로 대사를 치지 않아서, 덜덜 떨며 울먹이는 소리로 "너무 무서워요" 하는 지혜까뜨 디테일이 엄청난 적막 속에서 홀로 울렸다. 혜나에바가 훨씬 잔인해져서, "도려내고, 갈아서" 부분이 무척 소름끼쳤다. 토욜공에서는 끌려가는 시하까뜨를 향해 손키스를 날렸고, 일욜공에서는 대사 텀을 길게 두며 긴장감을 높였다. 품절 드립하고 손으로 얼굴 가리는 것 없이 혜나에바와 입술 맞대고 쭈왑 소리만 크게 낸 류쟈크. 토욜공에서는 "오늘밤 기대해" 하고선 옆머리를 손으로 휙 날리며 어우, 어우, 하는 탄성을 두 번 뱉으며 나갔고, 일욜공에서는 "오늘밤 죽여줄게" 하고선 어흥? 비스무리한 소리를 내며 퇴장했다ㅋㅋ 혜나에바는 토욜에는 "죽여버릴거야~" 만 하고, 일욜에는 "귀여워!!!!" 한 다음에 죽여버린다며 뒤쫓아 나간다.

 

난괴물. 무대가 블퀘보다 덜 깊어서 지괴 표정이 어느 정도 보였다.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도입을 시작하다가, 고개를 바닥 쪽으로 살짝 돌려 묵직한 울림 있는 두성으로 "이 세상에 혼자 / 단 하나의 존재" 하고 이어가는 디테일 똑같이 해줬다. "나의 창조주시여!" 하며 원망스런 눈으로 무릎 꿇은 채 하늘을 올려보다가, "뭐라 말 좀 해봐요" 하며 손목이 꺾인 왼손의 엄지 쪽 손등으로 제 가슴을 퍽퍽 친다. "내게도 심장 뛰는데" 하며 눈을 감고 양손으로 왼쪽 가슴 부근을 치다가 끌어안듯 손을 포갠다. 왼쪽 다리를 안으로 꺾어 뼈를 맞춘 지괴는 뺏어든 횃불을 오른쪽으로 던져넣은 뒤, "나는 누군가의 피와 살로 태어났네" 라고 부르며 오른팔을 옆으로 뻗어 상처가 있는 오른쪽 손목 아래를 왼손으로 받친 채 마치 신에게 보란 듯이 들어올린다. "절망 속에 빠뜨리리," 하고 동일한 음정으로 "라-" 를 길게길게 뽑으며 일어서다가 뒤로 벌러덩 넘어진다. 토욜공 인터벌은 디테일 크게 없이 그대로 드러누운 채 바로 "어젯밤 처음" 하며 노래를 이어갔고, 일욜공에서는 주저앉은 채 상체만 세워 손목의 상처와 목의 상처를 떼버리고 싶다는 듯 잔뜩 울상인 얼굴로 만지다가 꿈에서 느낀 따스한 품을 절박하게 떠올리듯 여러 감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입을 뗐다. 눈을 꾹 감고 오른팔로 스스로를 감싸안으며 왼팔 바깥쪽을 오른손으로 붙들고 노래하다가, "포근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하며 나머지 팔도 들어 가슴 위에 양팔을 교차시킨 채 고통스런 감정을 담아 토해내듯 이어간다. "살 수 없었나" 하면서 뒤로 다시 넘어가는데, 토욜공에서는 유약하고 절박한 신음을 토해냈고, 일욜공에서는 오른손을 허공을 향해 갈구하듯 쭉 뻗다가 마지막으로 주먹을 꽉 쥐는 순간 암전이 됐다.

 


그날에 내가. 일욜공에서 교수형 당한 엘렌의 시체를 보고 "아아악, 아아아악," 하는 비명이 크고 많았다. 어린 줄리아의 손가락을 향해 제 손을 뻗다가 망설이며 내리는 디테일 양일 모두 했고. 혜나엘렌은 빅터의 오른손을 양 손으로 잡아 토닥이는데, 토욜공에서 류빅이 왼손을 그 위에 포개면서 고개를 푹 숙여 이마를 가져다 댄 채 "미안해," 라고 중얼거리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일욜공에서는 이마를 대지 않고 고개만 푹 떨궜고. 자신을 꽉 끌어안는 류빅터의 머리를, 어깨를 차마 다독여주지 못하고 허공에서 맴도는 혜나엘렌의 왼손. "아무도 위로하지 않아" 하던 혜나엘렌의 표정에 문득 자기 자신의 경험이 스쳐지나간듯 망연함과 외로움이 서렸다. 유난히 "누나," 를 많이 불렀다. "빅터.. 미안해.." 라는 혜나엘렌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아니야, 아니야, 누나" 하고 중얼대는 건 토일 모두 했다. 울음으로 무너지고 뭉개지는 발음으로 유난히 "누나" 를 많이 부르던 류빅터. 이 넘버 끝나고 스탭에게 부축 받으며 나가는 실루엣이 양일 모두 잘 보였다.

 

상처. "길을 잃어버렸어요" 는 윤우빅터의 디테일이 맞았다. 어린 빅터의 대사와 똑같이 말하는 지괴. "저 별이 되고 싶어했어" 하며 입가에 허망한 미소를 띄운다. 전반적으로 울먹임이 강했지만, 토일 모두 "신이 되고 싶었지만" 부분부터 강한 목소리와 발음으로 음을 꾸우욱 길게 누르며 불렀다. 아이를 밀어 넣은 뒤 고개를 푹 숙여 내려다보며 "그러지마" 라고 속삭인다. 아이가 있던 자리에 제 오른손을 손등이 바닥을 향하도록 내려놓은 지괴는, 울음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음을 얹듯 노래를 이어간다. 길고 처연한 흐느낌 끝 애처롭게 파들거리는 허밍. 절망. 지괴를 발견하고 손을 뻗으며 뒷걸음질 치다 넘어진 류빅터는 도망치듯 몸을 객석을 향해 돌린다. 양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그만해 제발 그만해" 라고 괴로워하다가, "나 이곳에서 태어났지" 하는 지괴의 말에 망연함과 괴로움으로 뒤섞인 눈물 가득한 얼굴 위로 고통스런 미소가 번져나간다. 마치 이 지독한 절망을 앙리와 꿈을 꾸던 행복한 기억으로 밀어내듯이. "이젠!" 하며 바닥을 오른손으로 내려친 뒤 돌변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파이프를 집으러 가는 류빅터. "신이 되고 싶었는데 / 악마가 되어 버렸네" 가사를 토욜공에서만 "악마가 되어 버렸어" 라고 불렀다. 갓 탄생한 저에게 그가 그랬던 것처럼, 지괴는 바닥에 넘어진 류빅터를 향해 양 팔을 벌리고 서서 미소 짓는다. 토욜공에서는 오른손으로 류빅의 목을 졸랐는데, 일욜공에서는 왼손으로 목을 조르는 지괴. "느껴라" 하면서 우아하게 오른팔을 옆으로 벌리며 씨익 웃는 지괴 표정과 행동이 아름다운 잔혹동화 그 자체다.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죽여달라 비는 류빅터를 향해, 지괴는 "아직 아냐!" 하고 강하게 말하며 사다리를 왼손으로 잡고 오른팔을 옆으로 확 벌린다. 그가 복수를 예고하는 말을 쏟아낼 때, 머리를 부여잡고 아아악, 아아아악, 하고 비명을 넣는 류빅터 디테일도 그대로다.


줄리아의 비명에 "줄리아..." 하며 흠칫 놀라고선 "안돼!!!!" 하고 뛰어가는 류빅터. 피에 젖은 채 침대 위에 쓰러져있는 줄리아를 발견하고선 입을 막고 고개를 흔들며 "아니야," 하고 중얼거렸다. "북극의 가장 높은 곳에서," 하며 침대맡 창가에 선 지괴가 류빅터를 향해 씩 웃는다. "널 기다릴게" 라고 다정한 어조로 말한 뒤 휙 창문 너머로 사라진다. 고요한 정적 속 공허하게 흔들리는 커튼. 류빅터는 차라리 실성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고통스런 실소를 토해낸다. 후회. 짙고 두터운 후회와 회한의 감정이 곡 안에서 점차 누적되며 마침내 마지막 "나의 외로운 싸움을 / 고독한 진실을 / 발버둥치려 했던 내 운명" 부분에서 지독한 고통에 휩싸인 영혼을 최종 결착지에 내던지는 듯했다. 늘 훌륭한 넘버지만, 이날 후회 후반부는 실로 눈부신 비장미를 내뿜었다.

 

북극. 호흡을 길게 두지 않을 뿐, 디테일과 노선은 동일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탕, 방아쇠를 당긴 류빅터의 오른손에서 총이 스르륵 떨어진다. 토일 모두 총을 쏜 제 오른손을 멍하니 바라보고선 쓰러진 지괴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류빅터. 질질 몸을 끌며 그에게 다가간 지괴는, 몸을 휙 들어 상체를 일으킨 뒤 지앙의 목소리로 "빅터, 빅터" 라고 그를 부른다. 오른손으로 그의 왼뺨을 만지며 맞닿을 듯 이마를 가까이 한다. 토욜공에서는 류빅이 왼손을 들었지만 스르륵 떨어지는 지괴의 손을 붙들지 못했다. 마치 이날 너꿈에서 지앙을 붙잡지 못했던 것처럼. 그대로 제 손을 온기가 남아 있는 제 왼뺨에 가져간 류빅터는 고개를 푹 떨군다. 그 손으로 조심스럽게 지괴의 오른쪽 어깨를 밀자 뒤로 넘어가는 그의 몸. 실소를 쏟아내며 시선을 돌린 채 그의 왼쪽 다리를 툭툭 치다가 오른손으로 바닥을 탁 내리친 류빅터의 시야에 앙리와 똑같은 지괴의 얼굴이 들어온다. 순간 화들짝 놀라 일어난 류빅터는 뒷걸음질 치며 고개를 젓고 "아니야, 아니야," 하며 울먹이고선 계속 그를 돌아보며 경사면 위로 올라간다. 일욜공에서는 "나의 복수야" 라고 말하며 지괴가 한 번 더 류빅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맞댄다. 스륵 떨어지는 그의 손을 잡지 못한 류빅터는 뺨을 만지지 않고 그냥 지괴를 툭 밀어본다. 역시 실소를 토하며 신경질적으로 그의 왼쪽 다리를 때리고 흔들던 류빅터는, 살짝 고개를 들어 지괴의 얼굴을 보고서는 똑같이 고개를 저으며 "아니야, 아니야" 하고 뒷걸음질 친다. 토욜공은 제 손으로 죽인 괴물이 앙리일리 없다는 부정의 느낌이 강했다면, 일욜공은 제가 기대하지 않았던 결말에서 도망치는 듯했다. "안돼 이대로 끝낼 수 없어! 이리와!" 하며 지괴의 팔을 잡아끌지만 결국 미끄러져 내리는 류빅터. 지괴를 끌어안고 "신과 맞서 싸워" 하며 하늘을 노려보던 류빅터는, 양일 모두 지괴의 오른쪽 하얀 머리를 제 오른손으로 완전히 가려버린다. 오로지 앙리만을 인정하겠다는 명백하고 잔인한 행동. 류빅터는 "나는, 나는" 하고 울먹이고 고개를 숙인 채 "앙리.." 하고 흐느낀 뒤 "프랑켄슈타인" 하며 상체를 확 숙여 그의 얼굴을 품에 안는다.

 


커튼콜 첫 등장에서는 감정을 채 추스르지 못한 표정의 눈물기 있는 얼굴이지만, 두 번째 등장에서는 성큼성큼 자신만만하게 걸어나와 왼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씩 미소를 걸고선 박력 있게 고개를 팍 숙여 인사하시는 류배우님 너무 멋지다ㅠㅠ 컷콜 미소 계속 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토욜공에서는 멋지고 잘생긴 미소였고, 일욜공은 어디 한 번 소리질러봐라 하는 도도함이 풍겨나와서 도저히 비명을 안 지를 수가 없었다ㅠㅠ 류빅의 손짓에 지괴가 서울공처럼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나오는 대신, 토일 모두 마주선 뒤에 가볍게 고개를 까닥거리며 장난스럽게 인사했다. 토욜에는 서로를 끌어안고 상대에게 환호를 보내라는 제스쳐를 계속 보내다가 밤공이 있어 빨리 내려오는 막 너머로 꿀렁꿀렁 웨이브를 췄다. 일욜에는 안 껴안고 지괴가 바로 한쪽 무릎 꿇고 짠, 하는 제스쳐를 취하니까 류빅도 같이 포즈 취했고, 지괴가 아예 무릎 꿇은 자세로 머리 위 하트를 그리니까 류빅도 똑같이 바로 앞에 마주 앉아 머리 위 하트를 해줬다. 서로 끌어안고 어깨동무한 뒤 지괴가 오른팔을 들어 머리 위 하트를 만드는데 못 본 류빅이 같이 안해주니까 쿡쿡 찔러서 결국 머리 위 하트를 만들었다. 밤공이 없어서 막이 천천히 내려오니까 위를 쳐다본 두 배우가 좀 더 앞으로 나와 안녕 안녕 손을 흔들어줬다.


컨디션이 정말 안 좋아서 1박2일의 일정 동안 고생했지만, 이렇게 대레전 공연을 보여주시니 그저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대구에 좋은 기억만을 남기고 올 수 있었다.  첫날 후기를 미뤘더니, 이 포스팅 작성하는데 꼬박 반나절이 걸렸다. 류빅터에게 이렇게까지 영혼과 체력과 열정과 애정을 쏟아내는 것이 스스로도 신선하고 놀랍다. 주말을 온전히 몰입하여 덕질했더니 몸과 마음이 조금 지쳐서, 좋은 자리가 생기면 가려고 했던 이번주 대구 류카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마음 같아선 김해공까지 관극을 쉬고 싶지만, 당장 이번주에 매다리와 웃남을 볼 예정이라서 망했다. 이제 좀 쉬엄쉬엄 덕질해야지. 힘들어. 홍삼은 배우님만 드릴게 아니라 나도 사먹어야겠다ㅠㅠ 아무튼 류배우님 덕에 지방공 보러 가서 1박까지 하고 오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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