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주절/Daily

오블완 21일차 (부제: 완주 성공)

누비` 2024. 11. 27. 18:55

3주 동안 매일매일 포스팅을 올리자니 아득했는데, 돌이켜보니 시간이 꽤나 빨리 지나갔다. 소재 고갈로 인해 짧고 심플하게 쓴 글이 많긴 하지만, 일단 뭐라도 업로드했다는 점에 자찬을 건네본다. 여러모로 잘 살아내었다. 기특하다, 나 자신!

때로는 빨간불


건너 건너의 일이긴 하지만 연예부 뉴스로 핫하다. 구오빠들의 사회면 이슈들을 실시간으로 겪으며 고통받았던 경험이 여럿이기에, 남의 일이라고 외면할 수가 없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일은 눈부시게 멋진 일이기에, 그 모든 추억을 산산조각 내는 작태가 너무나도 끔찍하고 혐오스럽다. 좋아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끄럽게 만드는 사람들은 결코 복귀해서는 안된다. 그동안의 애정과 응원과 시간과 마음과 돈을, 무위도 아닌 참담함으로 변질시킨 벌을 받아야지.

보냈던 사랑의 크기만큼 부정과 절망, 분노와 고통은 길고 묵직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그 순간에는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진 않더라. 스스로 삼키고 견뎌내야 할 뿐. 괴로움과 후회와 성찰이 지나가면, 그때서야 조금씩 다른 이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더라. 이 또한 정도의 차이가 있으리라. 어떤 대상은 지지부진한 미련이 사소한 계기로 단숨에 끊어지기도 했고, 또 어떤 대상은 너무나 황망해서 오히려 지지부진하게 연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언컨대, 결국 끝은 온다.

이 일방적인 사랑엔 반드시 유통기한이 있다고 생각한다. 뜨겁게 타오르는 열렬한 사랑은 순간이고, 오랫동안 이어가는 애정은 의리와 애틋함을 전제하니까. 생생한 아픔은 언젠가 사그라들 것이다. 달이 차고 질 때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느 장소를 걷고 어떤 냄새를 맡고 어떤 음식을 먹을 때마다, 문득 떠오르고 마는 기억은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무뎌지고 익숙해진다. 덧없게도, 다행스럽게도.

부끄러운 건 그들이지, 그들을 사랑했던 내가 아니다.

비록 그들 때문에 그들의 음악을 듣고 무대를 보며 울고 웃었던 추억은 망가지고 말았지만, 그 순간이 쌓이고 모여 지금의 나를 이루었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훼손된 기억 때문에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는 없다. 일부러 좋은 모습만 내보인 그 사람의 더러운 본질을 몰랐던 건, 결코 내 잘못이 아니니까. 진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외면하며 뒤틀린 변호를 이어가는 왜곡된 애정은 큰 잘못이겠지만.

사적인 경험에 기대 주절거려 봤다. 1n년 좋아했던 그들의 노래를 스치듯 다시 들을 수 있기까지 n년이 걸렸다. 그 시절 한 소절만으로 심장을 뛰게 했던 목소리를 들어도 무덤덤할 뿐이다. 그저 가끔씩 내 학창 시절을 추억할 뿐. 불타오르던 사랑과 치솟던 미움이 사그라들고 남은 것은 오직 잔잔한 잿더미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사랑하고 있는 이들이여, 사랑할 수 있을 때 양껏 사랑합시다. 그게 또 우리 인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