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완 7일차
어제는 무겁게 징징댔으니 오늘은 가볍게!
미니어처를 워낙 사랑하는지라, DIY 미니어처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특히 책장에 끼워 넣을 수 있는 북엔드 스타일이 늘 부러웠다. 책과 책 사이에 숨겨진 또 다른 세상이라니,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제품은 대부분 일제더라. 가격도 가격이지만 언어 같은 실질적인 부분이 부담스럽고 불편했기에, 동경은 늘 장바구니 안에만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텀블벅에서 무려 "한옥" 시리즈를 발견했다! 이건 사야 해!
결제 후 한참을 잊고 살다가, 해외출장지에서 배송이 완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잔뜩 지친 채로 돌아오니 상자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고. 그렇게 책상 위에서 굴러다니던 박스는, 저것 좀 치우라는 창조주의 잔소리 덕분에 비로소 열리게 됐다.
예, 저는 똥손입니다. 간과하지 않은 사실이건만 역시는 역시나였음. 동봉된 본드 꼭지가 뚫리지 않아서 튜브 옆쪽을 자른 것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다. 덕분에 본드가 깔끔하게 발리질 않음ㅠ 연못의 연꽃잎을 포함하여 직접 잘라야 하는 종이가 많은 것도 문제였음. 가위질 실력이 엉망인데 세심한 도구조차 없으니 결과물이 깔끔할 리가 없지. 피날레는 바닥 전구! 불 안 들어옴!ㅋㅋㅋㅋㅋㅋ
갠차나! 난 최선을 다했어!
비록 마룻바닥에 주저앉아서 하는 바람에 어깨와 허리가 아팠고,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작업에 승질도 몇 번 났지만, 그럼에도 재미있긴 했다. 상념 하나 없이 오롯이 집중하며 조물딱거리는 기분이 꽤나 좋았다. 퀄리티야 어찌 되었건 결과물이 나왔다는 보람도 있고. 이래서 사람은 취미를 가져야 한다.
물론 나는 DIY 미니어처를 다시는 안 사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