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Ryu Jung Han

프랑켄슈타인 (2018.09.08 2시)

누비` 2018. 9. 8. 22:23

프랑켄슈타인

in 대구 계명아트센터, 2018.09.08 2시 공연


  

류정한 빅터/자크, 한지상 앙리/괴물, 박혜나 엘렌/에바, 안시하 줄리아/까뜨린느, 이정수 룽게/이고르, 김지호 어린 빅터, 이유주 어린 줄리아. 류빅터 25번째 관극. 류한페어 삼연 9번째 공연이자 자아홉. 류빅터 및 지앙리 지방 첫공.

 

내일 류한 공연도 관극 예정이기 때문에 오늘 공연 리뷰는 간략하게 남기겠다. 디테일은 따로 적어뒀으니 일욜공 리뷰에서 비교하며 작성할 계획이다. 일단 공연장 얘기부터. 계명은 류지킬을 보러 올 수도 있었지만, 입덕 초기여서 지방공 도전을 포기했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3년이 지난 이제서야 결국 류배우님 공연을 보기 위해 오게 되다니, 여러모로 감회가 새롭다. D구역 3열에 앉았는데, 블퀘의 7열 정도 되는 시야다. 다만 무대의 폭과 깊이가 블퀘보다 좁아서 표정이 더 잘 보였고 배우들 위치에 따른 각도가 사뭇 달라서 신선했다. 성벽의 좌우 폭과 위아래 높이가 줄어들었고, 성문도 약간 작아진 것 같은데 확언하기 어렵다. 성벽 기준 무대 앞까지와 무대 뒤 스크린까지의 거리도 짧아졌다. 덕분에 나는왜 넘버의 류빅터나 난괴물의 지괴 표정이 잘 보인다. 도망자에서 다리 위 지괴물와 무대 앞 류빅터의 표정 대비도 명확하다. 체감상 구조물이나 배우 동선이 블퀘 무대에 비해 80% 정도 축소된 느낌이다. 외소이 넘버 중 불타는 성 안에서 큰 소리 내며 무너져내리는 구조물이 없어졌고, 상처 넘버에서 겹겹이 나오던 2중의 숲 구조물도 앞쪽 하나만 나왔다.

 

 

음향은 별로였다. 천안 예당보다는 훨씬 낫지만, 울림이 강하고 뭉개짐이 있어서 편하게 듣긴 힘들었다. 그리고 MR이 정말 어색했다. 악보 그대로의 음표 쉼표 길이를 따랐는지, 정박으로 느릿하게 진행되는 반주가 생경했다. 프랑켄의 넘버들은 배우가 무반주로 먼저 노래를 시작한 뒤에 반주가 그 아래로 깔리며 이어나가는 부분이 아주 많다. 음향팀에서 녹음한 엠알을 어느 정도 조정해가며 배우에게 맞춰주고 있겠지만, 배우와 오케가 주고 받는 호흡이 요구되는 특성을 지닌 드라마틱한 넘버들 뿐이기에 사소하게 어긋나는 부분이 꽤 있었다. 프랑켄 지방공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알고 있는데, 넘버 자체와 그 넘버를 부르는 배우의 습관을 정확히 알고 있는 숙련된 음향팀이 꼭 따라다녀야만 하는 극이다. 워낙 베테랑들이니 알아서 잘 맞춰가시리라 생각하지만, 몬테 지방공 관극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노래와 반주의 엇박을, 이날 공연에서 여러 번 들었기에 굳이 기록을 남겨본다.

 

극장 및 그로 인한 무대 연출의 변화, 오케의 부재, 일부 앙상블 역할의 변경 등 소소한 차이들 때문인지, 2주 만에 만나는 아주 잘 아는 극임에도 새로운 극을 보고 있는 듯한 어색함을 느꼈다. 주연 배우들의 노선과 디테일은 서울 총막과 비교하여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류쟠 만큼은 약간 달라졌다. 이건 일욜공연을 봐야 확신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완벽한 공연은 아니었지만 여러모로 신선하고 흔치 않은 레어공이어서, 공연 직전 객석에 앉아서 느꼈던 설렘이 여즉 생생하다.

 

 

이날도 류빅터는 커튼콜에서 왼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세상 잘생긴 미소를 지어주셨다.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며 일찍 도착한 공연장 로비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류배우님의 생창 리허설을 조금 들었고, 아주 짧았던 퇴근길에서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계신 류배우님의 손가락에 가까스로 편지를 넣은 선물을 걸어드렸다. 알차고 풍성하게 보낸 하루의 여운이 몹시 길지만, 내일의 관극을 위하여 오늘 리뷰는 이 정도로 줄여야겠다. 일요일 공연 후기가 몹시 길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