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Other Stage

연극 베로나의 두 신사 (2024.12.23 7시반)

누비` 2024. 12. 25. 10:16

베로나의 두 신사

in 여행자극장, 2024.12.23 7시반

 

 

유혜림 프로테우스, 김하연 발렌타인, 안미혜 줄리아, 유채온 실비아, 이하 원캐.  박하진 공작, 김은희 안토니오/수리오, 박정민 란스, 김수정 스피드, 정인혜 판티노/에글러무어, 황수연 루체타.

 

허시어터 뉴스레터 소개글 보고 바로 예매한 작품. 극 소개 문구에 <정년이>가 언급되어 있어서 창조주도 어렵지 않게 모시고 올 수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여성 국극에서 따온 영감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고전의 한계를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해 비판하고 넘어선다. 성별의 제약이 없고 무대와 객석의 경계선이 옅은 덕분에, 13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롯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 n막 n장을 안내하며 장면을 시작하는 연출과 "셰익스피어 형님이 부여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인사하고 퇴장하는 구성의 친절함 덕분에 객석의 호응이 더 크다. 제4의 벽을 넘나드는 것이 딱 마당극 느낌이다.

 

 

비지정석이라서 1열 사이드 쪽에 앉았는데 배우들이 아주 가까이 온다. 의자가 불편해서 허리가 아픈 것 말고는 대사도 다 잘 들리고 좋았음. 발렌타인 역의 김하연 배우 얼굴이 왜 이렇게 익숙한가 했더니 19년도 적벽에서 자룡으로 만났었더라! 다른 배우들도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서 매력적이었는데, 객석 나오자마자 창조주와 동시에 '스피드'의 이름을 외쳤다. 맛깔난 연기를 선보인 배우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기억하기 위해 애써본다.

 

 

문 하나 너머의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 일은, 과연 여행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성북구의 어느 작은 소극장을 방문했을 뿐인데, 이탈리아 베로나의 화려한 궁전과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니. 이래서 공연이라는 장르를 영영 떠날 수가 없다. 앞으로도 좋은 극들 잘 찾아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