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Musical

미오 프라텔로 (2024.10.08 8시)

누비` 2024. 10. 9. 19:55

미오 프라텔로

in 링크아트센터 벅스홀

 

 

김도빈 치치, 박영수 스티비, 조풍래 써니보이. 또치치, 슈티비, 풍써니. 슈또풍. 티켓링크 피처링 회차. 미오 자첫자막.

 

<미아 파밀리아>, <미오 프라텔로>, <아폴로니아>라는 마피아 3부작의 존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제서야 관극하게 됐다. 믿고 보는 슈또풍을 선택했기에, 단순한 서사 속 다양한 인물들의 감정에 보다 빠져들 수 있었다. 작품은 기대보다 아쉬웠지만, 관극 자체는 무척이나 즐거웠다는 뜻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찰나를 뚜렷하게 구분하고, 필요한 부분에서는 맛깔나게 재미를 끌어내는 능숙함이 어찌나 만족스럽던지. 개인적으로 귀에 꽂히는 넘버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다만 엮여있는 다른 극에서 이 넘버들이 어떤 편곡과 음역대로 활용되는지 궁금해지긴 했다. 특히 <아폴로니아>가 궁금해짐. 가능하면 같은 배우들로 보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우정, 그리고 질투, 그리고 이별,

그리고 영원한 사랑"

 

또치치가 풍써니에게 지닌 감정이 딱 '노란 장미'의 꽃말이 아니던가. 처음에는 우정을 바랐고, 여의치 않은 어긋남에 질투를 하게 되고, 이별로 이어진 인연은 결국 서로를 향한 짙고 묵직한 영원할 사랑이 되었으니. 제대로 자라지 못한 또치치의 열등감과 유약함이 안쓰러웠고, 조금 늦어버린 풍써니의 진중함과 듬직함이 안타까웠으며, 풋풋하고 절절한 슈티비의 순애가 벅차게 애틋했다. 슈티비에게 써니보이를 지켜달라고 하는 플로렌스가 딱 시라노에게 크리스티앙을 부탁하는 록산이라서 과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류라노.. 진짜 왜 안 오냐고요....

 

 

중간중간 웃음이 많이 나오는 애드립이 많긴 했지만, 준비해 온 리차드 삼행시를 까먹어버린 또치치가 단연 최고였다. "차..." 하면서 계속 머뭇대다가 진짜 기억이 안 난다며 배우 본체의 당황이 묻어 나와서 얼마나 재미있던지. 이야기가 망가지거나 마가 뜨지 않도록 잘 수습해서 넘어가준 풍차드와 "다 엎어!" 라는 또치치의 다음 대사에 "다 엎었다가 또 기억 안 나면 어떡해" 라고 애드립을 던진 슈티비까지 완벽했다. 노련한 배우들 덕분에 무대 위 참사가 다채롭고 특별한 이벤트로 바뀐다. 이 짜릿함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순간의 예술인 공연 덕질을 완전히 그만둘 수가 없다. 아는 맛이 더 소중하다구요!

 

오랜만의 관극이라서 뭘 봐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여러모로 훌륭한 선택이었다! 40여분 간의 무대인사까지 즐겁고 행복했다. 슈또풍 배우 세 분의 우정 영원하시길 바라며, 언젠가 또 다른 작품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