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첫 주
숨 가쁘게 월요일을 보내고, 갑작스러운 귀의 통증에 화요일과 수요일은 넋이 나간 상태로 열심히 잠을 보충하며 지내고, 목요일은 취업박람회에 들려 이런저런 정보를 듣고, 드디어 금요일 오전 수업까지 마쳤다. 마지막 학기임에도 18학점 꽉꽉 채워 들으려다가 결국 두 손 들고 오늘 정정 때 전공 한 과목을 뺄 예정이다.
막학기에 15학점을 들으며 취업 준비라.
처음인데다가 마음도, 머리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백지 상태라 심히 암담하지만 어떻게든 부딪쳐 나가야지. 가장 멘붕인게 지금 면접인데, 지금껏 제대로 된 면접이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면접 보러갈 때 외양 문제도 그렇고ㅠ 깨지는 거 참 싫어하는데, 앞으로 몇 달 간은 아마 바닥까지 경험하게 되겠지.
그나저나 오늘 수업이 노사관계에 대한 전공이었는데, 오티 형식으로 가볍게 학기 동안 배울 내용을 정리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수업 중간에 특강을 해주실 분을 섭외 중이시라며, 노사 측 사람과 사용자 측 사람 중 어떤 쪽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느냐고 물어보셨다. 어느 쪽이든 배울 것이 많으리라 생각했기에 가만히 멍 때리고 있었는데, 일부 학생들의 발언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노사 측의 사람은 과격하고 격양된 태도로 말을 할 것 같아 불편하다, 경영학도로서 경영인이 된다는 궁극적인 목표에 맞게 사용자의 관점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노사 측의 관점은 경영학과가 아니라 사회학과나 경제학과 등 인문계 쪽에서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냐......
오늘 발언한 학생의 수가 많지 않았기에 극히 일부의 사고방식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는 있겠지만, 20대 대학생이 아무렇지 않게 저런 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여기에 반박하여 일부 학생들이 언론 등에서는 노사보다는 사용자, 즉 회사의 편에서 이야기와 논리를 전개하기 때문에 수업에서는 노사 측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 우리가 대기업에 입사하면 노동자인데 노사 측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지 않겠느냐, 내가 노사 쪽에서 오신 분의 수업을 들어 봤는데 말씀하시는 게 격양되거나 과하지 않았다- 등등의 의견을 냈다. 그런데 여기에 대고, 언론이 사용자의 관점만 적용한다는 게 무슨 말이냐,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러한 말씀을 하시는 지 알고 싶다, 말해달라. 이렇게 나오니 정말 할 말을 잃었다. 너무 화가 나고 당혹스러워 가슴과 함께 머리까지 뜨거워져 버렸다. 짧은 논의는 우선 노사 측에 집중하여 섭외해보겠다는 교수님의 말씀으로 정리되었다.
가장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노동자 측을 고려하지 않는 보수적인 시각이 아니었다. 경악을 금치 못했던 사고방식은 마치 자신은 결코 노동자가 될 리 없다는 식의 말투로, 사용자의 측에서 다른 사람을 내려다보고 그들을 관리하는 입장에 서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부분이었다. 물론 본인이 재벌 2세 혹은 3세거나 스스로 창업을 한다거나 하면 회사의 사용자가 된다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공기업이든, 어딘가 이미 존재하는 회사의 일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즉, 노동자라는 소리다. 그 학생이 스스로 얼마나 엘리트라고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만,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든 지방대학에 다니든 고졸이든 중졸이든, 결국에는 정도의 차이만 존재할 뿐 현대인들은 비등비등한 '노동자'라는 출발점에서 박터지게 경쟁하게 된다. 이런 명백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수준의 현실감각을 지닌 학생이 무엇 때문에 '노사'라는 주제를 다루는 강의를 택하게 된 건지 매우 의문스럽다.
사실 이 수업을 계속 들을지 말지는 고민 중이다. 달리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시간표를 취준생에 걸맞게 조금 예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ㅠ 공강도 너무 많고, 1교시 수업은 등교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듣고 싶은 수업들을 뺄까 말까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듣고 싶은 수업과 일정이나 강의 전반이 편한 수업. 이 두 개 사이의 고민은 정말 1학년 때부터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고, 결국 막학기까지 머리를 아프게 만들고 있다. 어느 쪽이든 우선 오늘의 수강신청 성공 여부에 달려있으니 고민은 이정도로 하고 저녁 때 확인해야 겠다. 내일은 아마 취업용 증명사진을 찍으러 바쁘게 움직일 듯하다. 취업준비는 곧 돈을 뿌리고 다니는 것이니.. 각오하고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