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
2016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
in 자라섬, 2016.09.03~09.04
국내 최로로 '야외에서' 열리는 '뮤지컬' 페스티벌. 활동적인 덕질을 선호하지 않음에도, 망설임 없이 갈수밖에 없는 행사였다. 예상치 못한 더위와 예상은 했던 기나긴 기다림으로 많이 지치고 피곤했지만, 무대가 시작되는 순간 그 모든 힘듦은 온데간데 없고 오롯이 충만한 행복함과 황홀함만 남았다. 이틀의 공연 내내 찰나를 박제하고 싶은 순간이 어찌나 많던지. 무척 알차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첫째 날. 입장할 때부터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더니 끔찍할 정도로 해가 내리쬐기 시작했다. 너무 힘들었지만, 오케 리허설을 들으며 조금씩 심장이 빨라짐을 느꼈다. 특히 오유와 헤븐이라니! 자리를 잡고 앉은 뒤에는 리허설을 하러 나온 배우들 보는 재미가 있었다. 밴드 음향 잡는데 시간이 꽤나 걸리더라. 기나긴 인내와 인고의 시간 끝에 드디어, 익숙한 음악과 함께 청록색의 마우스패드(....) 재질 옷을 입은 문드윅이 눈 앞을 지나갔다. Tear me down, The origin of love, Sugar Daddy, The wicked little town(토미ver.), Angry Inch, 그리고 Midnight Radio 까지. 무대 뒤로 넘어가는 해를 등지고 쏟아지는 아름다운 노래와 그 커다란 무대의 잔상이 한동안 마음에 박혀 남아 있을 것 같다.
헤드윅의 화려한 오프닝무대가 끝나고 본무대가 3막에 걸쳐 진행됐다. 김우형 배우의 오유 Music of the night 가 첫 곡이었고, 이안 존 버그 배우가 나와서 꽤 많은 곡을 불렀다. Something's coming 도 좋았고 헤븐 나올 땐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전반적으로 오케 소리가 꽤 커서 배우 목소리가 묻히는 경우가 첫 날에 왕왕 있었는데, 헤븐에서 이안배우 노래가 거의 안들리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이 넘버의 오케 반주를 듣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짜릿했다. 으엉 짘슈 돌아와요ㅠㅠ 여기에 임드도 불러주셔서 좋았다. 벅차 오르는 반주 속 반짝이는 희망. 전나영 배우와 함께 Phantom of the opera 를 부르는데 너무 황홀했다. 언제쯤 오페라의 유령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을까ㅠㅠ... 지킬 말고 오유 내한 해주지...ㅠㅠ 전스메의 보헤미안을 다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어지는 빌리엘리엇. 내년인가 라센 재연이 올라온다는데 어떤 빌리가 탄생할 지 궁금하다. 잠깐 쉬고 2막 알타. 음향 진짜 최악이었다. 마이크 제대로 안 꺼져서 백스테이지 소음 다 들어오질 않나, 한근마크 솔로곡인데 마이크가 아예 안 나오질 않나. 먼 길 온 배우들도 의욕 떨어지고 속상했을테고, 관객들도 당황스러웠다. 박영수 배우의 달과 난괴물. 처음 뵌 건데 노래 잘하더라. 다만 난괴물이 무척 어려운 곡이라는 생각을 새삼 했다. 절정에서 삑 살짝 나니까 절규 같은 고음을 내지르며 묻어버리는 애드립이 인상적이었다. 이지혜 배우도 실제로는 처음 봤는데 모촤랑 두도시 곡을 불렀다. 강한 조명 때문에 모인 벌레들을 언급하며 몇 마리 먹었다고ㅋㅋ 경게가 등장해서 암얼랍 불러주는데 너무 좋더라ㅠㅠ 넥도 꼭 돌아와야 해요ㅠㅠ 지게나 재게와는 전혀 다른 게이브라서 재미있었다. 이어지는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 는 '페스티벌'이니까 할 수 있던 선곡이었다. 뮤덕이 아닌 사람들도 있었으니 괜찮은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서경수 배우와 이창용 배우가 골든키 듀엣을 했다. 빨래의 참 예뻐요와 팬텀!!의 그 어디에를 불러줬는데, 노래 참 잘하더라. 개인적으로는 전자가 더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3막. 피아노 스페셜로 변감님의 반주에 소녀장발장의 Bring him home 이 이어졌다. 3연이 올라온다면 김우형 배우의 장발장을 볼 수 있는 건가요ㅠㅠ 그리고 솜의 나비!! 가 이어져서 열광했다. 강필석 배우가 표정과 손짓으로 보여주는 나비의 이야기가 얼마나 반짝거렸는지 모른다. 베르테르 넘버 중 하나를 불러주고, 박영수 배우와 조정은 배우가 피맛골 아침은 오지 않으리를 아름답게 들려줬다. 조정은 배우 너무 예쁘시더라. 그리고 아이다 홍보. 김우형 배우 솔로곡 다음에 김선영 배우와의 듀엣까지 이어졌고, 무척 기대하던 지킬의 댄져를 들어서 행복했다. 아이다는 볼 생각이 크게 없었는데 꼭 보러 가야겠더라. 여왕루시와 선녀루시의 지킬 넘버 솔로곡을 하나씩 듣고 이어지는 선녀의 드큘 넘버. 강필석 배우와 지바고 넘버 듀엣곡도 하나 했다. 그 가냘프고 여리여리한 몸에서 어쩜 그렇게 힘있으면서 아름다운 넘버들이 쏟아질 수 있는지 그저 놀랍기만 했다. 그리고 처음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었던 김선영 배우님의 솔로곡들. 캣츠의 Memory 와 위키드의 Defying Gravity 라니. 게다가 엘리자벳의 난나것을 조정은 배우와 같이 부르는데 정말이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고 듣는 기분이었다. 선녀판틴의 I dreamed a dream 과 마지막 피날레, 레미의 One Day More 까지. 너무나 알차고 놀라운 5시간이었다.
둘째 날. 전날보다는 덜 더워서 기다림이 견딜만 했다. 밴드 소울트레인의 오프닝무대 후 본무대 1막 시작. 여러 넘버를 편곡해 연결한 overture 에 이어 카이 배우의 드큘 넘버. 성악 발성으로 부르는 카톰의 나비로 귀가 황홀했고, 이어지는 카팬텀의 그 어디에를 들으며 너무나도 그리운 목소리가 겹쳐졌다. 작년 충무에서 펼쳐진 어두운 지하감옥이 뒷배경으로 펼쳐지는 듯했다. 아, 근데 류팬텀이랑 뒷부분 가사 다른 거 있더라. 현재 하고 있는 작품과 차기작을 이야기 하며 스포송을 부르면 어떡합니까, 카이 배우ㅋㅋㅋ 뭐, 본인이 맡은 캐릭터는 말 안했으니 스포까지는 아니려나. 다음에는 최현주 배우의 무대였다. 예쁜 얼굴에 귀여운 목소리, 하지만 반전 있는 노래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카이 배우와 두도시 넘버를 부르고, 오유의 Think of me 를 아름답게 소화했다. 그리고 14층 소녀의 이야기는 너무나 잔망스러웠다. 어쩜 저렇게 사랑스럽지? 최민철 배우와 함께 듀엣곡 하나를 부르고 깜짝 게스트로 안재욱 배우가 등장하여 태양왕 넘버 듀엣을 불렀다. 뮤배 부부의 듀엣을 양일에 걸쳐 감상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미남배우의 굵은 목소리로 임드가 이어졌고, 정말정말 오랜만에 보는 한지상 배우가 전나영 배우와 함께 원스 넘버 듀엣을 불렀다. 그리고 레미 넘버. In my life 와 A heart full of love. 본공연 볼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윤공주, 최현주, 홍광호 배우의 하모니가 풍성하게 넘버를 꾸며주니 너무나 아름다운 곡임을 새삼스레 실감했다. 아, 최현주 배우 처음 노래할 때 마이크가 안 켜져 있던 사고가 있긴 했지만 후반부는 괜찮았다.
드디어 2막. 마이클리 배우가 피아노 반주 위에 쌓아올리는 노래, 보통 남자. 마티율이라니...ㅠㅠ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쓰며 말을 이어가는 이 배우가 정말이지 어찌나 사랑스러우신지. 전나영 배우를 소개하면서 영어로 "우리 한국인들은," 하며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동포를 자랑스러워하지 않냐며 동의를 구하는 말이 꽤 신기했다. 이 배우가 본인 정체성을 '한국인' 으로 정의내리고 있다고는 인지하지 못했는데 말이지. 전나영 배우는 컬러 퍼플의 I'm here 을 아주 멋지게 불러줬다. 그리고 다시 무대에 돌아온 마이클리 배우와 미사공 넘버 듀엣. 마이클리 배우는 이후 솔로로 It all fades away 를 부르고, 듀엣으로 Til I hear you sing 을 불러줬다. 마지막으로 Tear me down!!!! 세상에 내가 마드윅을 본 건가요ㅠㅠ 제발 특공이든 내한이든 마드윅 본공 무대 좀 보여주세요 엉엉엉엉 저렇게 섹시하고 아름답고 우아하면서도 신나서 멋지게 뛰어다니는 마언니를 제발 두 눈으로 보고 싶습니다ㅠㅠ 만약에 브웨에서 마이클리 배우가 헤드윅 한다고 하면 미국 갑니다. 진심임. 신나서 미친듯이 뛰어놀다가, 익숙한 오케소리와 함께 한지상 배우가 무대에 등장하는 걸 보고 정신줄 놓고 소리소리를 질렀다. 자뮤페 양일을 통틀어 내 기준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검은 셔츠로 갈아입고 다시 무대 위로 올라온 마이클리 배우와 한지상 배우가 듀엣으로 불러주는 이 Heavens on their minds 무대였다. 한국어와 영어로 주고 받는 두 사람의 노래, 그리고 살짝 어눌하고 가사를 틀리기도 했지만 한국어로 같이 이어불러주는 마유다의 노래에 진심 모든 걸 이룬 기분이었다. 넘버 끝내고 두 배우가 서로 I love you, 라고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꼭 반드시 근시일 내에 두 사람이 함께 서는 무대를 보고 싶어졌다. 이어지는 한지상 배우의 프랑켄 솔로넘버 2곡. 난괴물과 너꿈속. 8개월만에 무대에 서서 노래하는 거라며 걱정을 한가득 내보이며 시작했지만, 무척 아름답고 훌륭했다. 지상 배우 무대에서 유난히 벌레가 어마어마했는데, 돌출 무대에서 노래하다가 본무대로 넘어가려고 뒤를 돌았을 때 뭔가 뒷모습이 움찔거린 건 기분 탓이었을까. 난괴물 부르러 본무대로 들어서는데 정말 참혹한 대재앙의 현장으로 걸어가는 듯해서 4d 뮤지컬을 보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전날 박영수 배우의 난괴물을 볼 때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말이지ㅋㅋ 너꿈속에서 살짝 오케랑 박자 안맞는 부분이 있어서 연습을 많이는 못했구나 싶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시무룩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너무 아쉬워하니까 오히려 그 모습에 속상했다. 자꾸 자기 호불호 갈리는 배우인 거 안다고 얘기하는 거나 무대에 '돌아오겠다' 강조하는 말투에서 묘한 분위기가 묻어나오더라. 본인 말대로 연말 혹은 내년 초라도 무대에서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이어지는 두 곡은 언니쓰와 붉은 노을이었는데 솔직히 선곡이 아주 별로였다. 차라리 고래고래 넘버를 하지, 왜 그런 곡들을..... 같이 놀긴 했는데 뮤지컬 넘버가 아니어서 많이 아쉬웠다.
마지막 3막. 윤공주 배우의 시원시원한 음색으로 Defying gravity 와 난 나의 것을 감상했다. 옷 갈아입는 시간에 자뮤페 1일차에 찍은 사진들이 스크린에 띄워졌는데, 저어엉말 사진 못찍었더라ㅋ 구도도 엉망인 게 많았고, 아무리 역광이어도 그렇지 완전 실루엣만 나온 사진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에 대한 애정이 참 느껴지지 않는 사진들이어서 박수조차 나오지 않더라. 섹시한 검은 의상을 입고 멋지게 Fame 과 Maria 를 부르는 공주배우와 함께 뛰어놀았다. 공주 배우가 열심히 분위기 띄워놓은 뒤 등장한 홍광호 배우는 아주 풍성하고 웅장한 넘버로 차분히 밤공기를 적셨다. 빨래 참 예뻐요, 그리고 노담 당스몽. 본공에서는 못생긴 콰지모도 분장을 하고 잘생긴 목소리로 부르는 넘버에 괴리감이 느껴져서 오히려 살짝 몰입이 떨어졌는데, 홍배우가 멋지게 정장 입고 시원하게 뽑아내는 절절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졌다. 무대 뒤쪽으로 밧줄에 매달린 여자댄서들이 눈에 보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그 순간만큼은 노담 공연 그 자체였다. 그리고 달. 그랭구와르가 부르는 게 아니라 콰지모도가 부르는 달이었다. 가성은 살짝 불안했는데, 뭐 연습을 안 한 곡이라서 그랬겠지. 최현주 배우와 오유의 All I ask of you 를 불렀는데, 마지막에 마이크 하나로 같이 듀엣 화음을 내는 걸 보고 내심 혀를 내둘렀다. 홍지킬의 지금 이 순간도 들었고, 앵콜이라면서 마이클리가 불렀던 Til I hear you sing 과 Tear me down 을 불렀다. 전자는 프롬프터에 가사가 떠서 별다른 문제 없이 감상했는데, tear me down 은 솔직히 좀 별로였다. 관객을 위해서 뭐라도 더 해주고 싶어하신 그 마음은 감사히 받겠지만, 그랬다면 가사라도 정확하게 아는 노래를 선택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음으로 한참 대기만 타고 있던 최민철 배우가 무대 위로 올라와서 함께 골든키 듀엣을 불렀고, 마지막으로 전캐스트가 나와서 올슉업 노래를 불렀다. 피날레에서 폭죽을 터뜨려서 시끄럽고 귀가 아팠다^_ㅠ 어떻게든 앵콜을 외치려고 했는데 폭죽 때문에 망함ㅠㅠ 배우들의 마지막 인사도 잘 안들려서 좀 아쉽게 끝을 맺은 것 같다.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의 유려한 진행이 이어져서 감사했다. 음향은 진짜 오케에 혼을 갈아넣었다는 게 느껴졌다. 덕분에 빵빵한 오케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서 너무너무 행복했고, 그 큰 오케 음향을 가뿐히 뚫고 멋진 성량을 뽐내준 일부 배우들의 목소리에 새삼 반하기도 했다. 마이크가 나오지 않거나 서너번 스피커에서 우웅-하는 울림이 들리는 등의 사고가 있긴 했지만, 야외무대이니 조금은 감안해본다. 다만, 알타는 대형음향사고 맞고. 첫날 리허설 때 스피커 터지는 소리 좀 나던데 왜 그런 건지 괜히 궁금하다. 조명도 조금 빨리 꺼진 경우가 있긴 했지만, 괜찮았다. 대형스크린에 잡히는 영상은 퀄리티 높은 카메라 덕분에 아주 고화질로 잘 감상했지만, 몇몇 영상효과는 정말 헉 소리가 날 정도로 난해했다. 난나것 때 무슨 영정사진 액자틀 마냥 넣은 효과에 당황했고, 지괴 난괴물 때 그 말도 안되는 비디오 오류 효과는 대체 누구 아이디어인지 매우 궁금할 정도였다.
화장실은 의외로 넉넉했는데, 8개의 화장실 칸 중 딱 하나만 남성용이어서 오히려 남성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음식이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아서, 둘째날은 숙소에서 아침으로 먹은 컵라면 이외에는 완전히 굶었다...... 속 쓰려서 생수에 약만 챙겨먹고 신나게 뛰어놀았는데 생각보다 체력이 받쳐 주더라. 목도 거의 안 나갔고. 역시 참 잘 논다, 나. 언젠가 락페나 가봐야지.
웅장한 넘버가 많은 장르의 특성 상 뮤지컬 페스티벌을 내내 서서 즐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어나면 뒤에서 바로 앉으라는 고나리가 들어갈 수밖에 없도록 무대 바로 앞부터 뒤쪽까지 돗자리만 잔뜩 깔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맨 앞 쪽은 스탠딩 존이 따로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고, 이게 야외 무대의 제한점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페스티벌' 이라 함은, 여러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그 무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무대가 구성되어 관객들이 원하는 무대를 '선택'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는 열린 공연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뮤페는 소극장, 대극장으로 나뉘어 있고 그나마도 전혀 시간대가 겹치지 않아서 대극장 자리 맡고 소극장 공연 보고 돌아오는 게 당연시 되었다. 역시 장르 특성 상, 오케가 있어야 하는 장점이자 단점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대 하나에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은 든다. 다음에는 조금 더 다양하게 여러 무대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 락뮤 위주로 올리는 밴드 무대나 이번 이쇼처럼 MR 만으로 진행해도 되는 무대 같은 것들을 넣으면 더 다양한 매력을 선사할 수 있겠지. 물론 자뮤페 2회가 열릴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아직은 확언할 수 없으니 시기상조인 이야기겠지만, 그래도 이틀 째에 만 명이나 왔다면 내년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 본다.
그리고 넘버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겹쳐서 당황했다. 아무래도 출연배우들이 직접 부를 곡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았다. 본인이 잘 부르는 곡을 부르고 싶은 배우도 있었던 것 같고, 윤공주 배우처럼 무대에서 한 번도 불러보지 않은 곡을 보여주고 싶은 배우도 있었던 것 같았다. 개개인의 의사는 당연히 존중하지만, 그래도 첫째 날과 둘째 날의 세트리스트가 이렇게 많이 겹치면 연출 쪽에서 미리 조율을 좀 했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싶다. 아무래도 오케의 연습 등 현실적인 문제도 없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되니 이 비판은 이 쯤에서 마무리하겠지만, 이틀 모두 갔던 관객으로서는 아쉬움이 꽤 짙다.
여러모로 다양하고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던 이틀이었다. 새로운 배우를 만나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야외 무대의 매력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정말 가길 잘 했다. 보고 싶은 공연도 잔뜩 생겨서 앞으로의 덕질이 또다시 기대가 된다. 충만한 기분으로 가득찬 페스티벌 덕에 알찬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