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HWA 17th Anniversary Concert WE
2015 SHINHWA 17th Anniversary Concert WE
in 체조경기장, 2015.03.22
17년. 이젠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의리와 약속과 우정을 입증해주는 '신화'만의 숫자.
15주년을 행복한 기분으로 함께 기념하고 16주년은 그저그렇게 덤덤히 흘려보내고 나서 맞이하게 된 17주년은, 완전히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단순히 '코어한 팬덤을 유지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멤버교체 없이' 유지해온 역사의 이면에는 치열하게 고민한 고뇌의 기억들이 존재했다는 명백한 뒷이야기 말이다.
Memory를 부르기 직전의 마지막 멘트에서, 엠오빠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혼자서, 그것도 사상 최다 1위횟수를 갱신한 This Love의 바로 다음 앨범을 프로듀싱해야 했던 그 막중한 책임과 부담의 무게를,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 인스타에 "힘들다"는 기색을 포장조차 하지 않고 내보일 정도였으니.
이번 앨범 리뷰를 쓰려고 포스팅 창을 띄운 횟수가 몇 번인지 모른다. 하지만 휘몰아치는 많은 생각을 적을 수가 없어 매번 창을 닫고 말았다. 그냥 딱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음악적으로는 훌륭하나, 신화의 앨범답지는 않다. 프로듀서이자 가수인 이민우의 색이 너무 많이 담겼다는 비평에도 공감하지만, 무엇보다도 여섯 멤버의 고유한 개성을 누르지 않으면서도 조화와 중립을 지키며 고유함을 담아냈던 기존의 '신화'다운 색이 느껴지지 않는다. 팬은 물론 대중까지도 이번 앨범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이토록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의견을 섣부르게 쓰기가 아주 부담스러웠다. 4년 공백기 이후의 앨범 자체의 퀄리티는 '11집>12집>10집'이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인 음악 취향은 '10집>11집>12집'이라면 이 특이한 (...) 평가가 이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더불어 이번 활동 자체도 뭔가 계속 어긋나는 기분이 들었다. 앨범 발매일 선정의 실수 이외에도 분산된 팬덤 커뮤니티나 활성화되지 않는 공식카페의 모습 등이 기묘할 만큼 생경하게 느껴졌다. 여기에 나 자신의 삶이 새로운 사회에 편성되면서, 11집 때보다 팬심의 형태가 달라졌다는 영향도 클 테지만 말이다. 12집 컴백 예고는 작년 연말이었지만 (물론 믿지 않았다) 릭오빠의 드라마 등 개인활동으로 인해 결국 올해 초로 미뤄졌고, 예정된 3월 콘서트를 위해서는 악착같이 그 전에 컴백을 해야만 했다. 이 모든 과정이 지나치게 급박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콘서트 때 릭오빠가 두 차례나 This Love의 흥행을 언급하면서 "하락세"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고, 셩오빠도 마지막 멘트 중에 "부담감"이라는 단어를 몇 차례 사용했다. 부담이나 걱정이 큰 데다가 마감의 시간적 압박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상표권 문제나 콘서트 멘트 중에 은근슬쩍 내비쳤던 무대 뒤편의 여러 마찰들까지 더해본다면, 내가 느낀 이 오묘한 괴리감이나 어색함이 조금은 납득이 된다.
하나만 더 덧붙이자면,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꽁기한 감정이 여전히 깊숙히 남아있다는 이유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앤디오빠의 입에서 제대로 된 사과를 듣지 못했다, 나는. 작년 16콘 때 굳이 무대 위로 올라와서 했던 말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안 찾아봤다. 힐캠 등 이번 출연 방송에서도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는 말 말고, 또렷한 사과는 결국 듣지 못했다. 컴백한 오빠가 멋지고 잘생기고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도저히 미워하지도 못하고 그저 좋다며 다시 애정을 퍼붓기만 했다. 그리고 콘서트의 두 번째 VCR을 보게 됐다. 다섯 멤버들이 각자 등장한 뒤, 마지막에야 카메라를 돌리며 화면에 등장한 막내오빠는, 끝내 '미안하다' 그 한 마디를 해주지 않았다. 콘서트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동생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데 서러워서, 속상해서, 자꾸 눈물이 났다. 이 문단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계속 눈물이 흐르는데 진짜 미치겠다. 그냥 팬으로써, 그 사건으로 인해 경험해야만 했던 아픔에 대해서 딱 한 마디를 듣고 위로받고 싶을 뿐인데, 이게 너무 큰 욕심인가 보다. 그렇지만 이 권리를 도저히 포기하지는 못하겠다. 오빠 얼굴만 봐도 마냥 좋지만, 생각없이 마냥 애정을 퍼주지는 못하겠다. 사과를 듣기 전까지는.
이거 콘서트 리뷰인데....ㅋㅋ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에 앞서 일단 무대 전반에 대한 짜증부터 분출해야겠다. 역대급으로 최악인 음향에, 자유롭게 팔을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빽빽한 스탠딩석, 매번 무대로 사용했던 콘솔을 무대관리용 콘솔로 사용한 것까지. 보컬과 밴드가 완전히 따로 노는 발라드곡에서 기함을 했고, 마이크 볼륨이 중간중간 제대로 안들려서 관객을 빡치게 했다. 밴드 음향이 너무 큰데 그마저도 쨍하게 울려서 귀가 괴로울 정도였다. 후반부는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내가 간 건 분명 막콘인데 첫콘하면서 피드백을 전혀 안했나 봄. 게다가 이번 콘서트 좌석배치는 정말 최.악.이었다. 기존 스탠딩석에 좌석을 놓질 않나, 기존 VIP석을 스탠딩석으로 만들고 (오빠들은 매번 2층이라고 부르는) 1층을 VIP석으로 상향조정 해버리질 않나, 무엇보다도 최소한의 공간적 배려를 하지 않은 스탠딩석의 입장 숫자는 제대로 헬이었다. 15주년 콘서트 때 스탠딩을 뛰어본 경험으로는, 펜스 포기하고 뒤로 빠지면 공간이 넉넉해서 방방 뛰고 춤추며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그냥 다 콩나물시루...... 와, 정말 스탠딩 뛰신 분들은 어마어마하게 수고하셨다.
그리고 오빠들도 무대 활용을 정말 안 하더라. 두 번째 멘트할 때였나, 셩오빠가 분위기가 어제보다 다운됐다며 앤디오빠에게 마네킹 춤을 시키며 분위기를 띄웠는데, 그 원인은 돌출무대를 사용하지 않은 오빠들에게 있었다. 뭐 죄다 본무대야. 퍼포먼스 위주의 곡은 본무대에서 해야하는 게 맞지만, 1층 2층에 대부분의 팬이 몰려있는데 이쪽으로 안 오면 대체 어떻게 흥분하라는 건지. 앞쪽 무대로 나오면 빽빽하게 들어찬 스탠딩석에서 혹시 모를 사고라도 날까봐 몸을 사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번에 무대 연출도 별로였다^_ㅠ 초반에 인터벌이 너무 많아서 집중이 깨지고 재미도 없고 늘어지는 기분까지 느꼈다. 신콘에서 이런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무대 위에서 인이어 마이크를 핸드마이크로 바꾸는 공백까지는 이해하지만, 첫 번째 VCR 직전 곡인 New Me를 중간 돌출무대에서 부른 뒤 기본 조명만 남긴 어두운 무대에서 후다닥 백스테이지로 나가는 모습을 보며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게다가 Don't Cry 부르고 이어서 Alright을 준비하는데 의자를 꺼내오는 조용한 인터벌 역시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대체 누가 이번 콘서트의 곡 순서랑 무대 동선 짠 거야?? 첫 번째 VCR에서 이번 앨범의 준비과정을 쭉 보여주며 띄우는 자막이 어떻게 봐도 '표적' 무대로 이어져야 할 것 같다는 기분은 나만 느낀 건가. 이번 콘서트의 하이라이트를 그렇게 빨리 내보이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 그 VCR 다음에 White Shirts가 나와서 감정이 갑작스럽게 가라앉았다고..
세상에. 신화 포스팅하면서 좋은 말보다 나쁜 말이 더 많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미친듯이 즐기며 방방 뛰어놀긴 했지만, 이 아쉬움과 불만을 온전히 상쇄시킬 수는 없었기에 이런 글로 쏟아내고 싶었다.
[17주년 콘서트 세트리스트]
T.O.P (2집 타이틀)
Perfect Man (5집 타이틀)
마네킹 (11집)
On The Road (10집)
Hurts (10집 발라드 타이틀)
아는 남자 (11집)
New Me (11집)
White Shirts (12집)
Don't Cry (12집)
Alright (12집)
I'm In Love (12집)
I Pray 4 U (5집 후속곡)
사랑 노래 (11집)
Wild Eyes (4집 후속곡)
This Love (11집 타이틀)
Hey, Come On (4집 타이틀)
Give It 2 Me (12집)
Jam #1 (3집)
Venus (10집 타이틀)
표적 (12집 타이틀)
Brand New (7집 타이틀)
Memory (12집)
Once In A Lifetime (8집 타이틀)
Stay (11집)
으쌰으쌰 (1집 수록곡)
표적_파트체인지ver.
Yo! (2집 후속곡)
선곡 자체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10, 11, 12집 위주의 선곡, 특히 이번 앨범의 10곡 중 7곡이나 해준 건 정말로 고마웠다. 수록곡 중 가장 좋아하는 Give It 2 Me를 해줄 거라고는 기대도 안했었는데ㅠㅠ 아무래도 활동 중간에 진행된 콘서트인 만큼 최신 곡들을 가득 담는 것이 유익했다고 본다. 그리고 Venus 편곡은 진짜 신세계!! 색다른 매력에 미친듯이 열광하며 목놓아 노래를 불렀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오빠얌의 가창력이 눈부시게 빛을 발했다. Hurts에서 애드립 고음 바이브레이션에 격침.... 그 이후의 노래들에서도 망설임이나 흔들림 없이 시원하게 지르는 목소리에 날뛰는 심장을 애써 주체해야 했다. 그리고 신셩은 이번 앨범 노래를 정말 잘 부르더라. Hurts 1절에서 약간 다른 창법처럼 음을 모으는 듯한 노래를 하길래 헐?! 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곡에서는 평소처럼 음원을 씹어먹은 깨끗한 라이브를 선보였다. 엠쌀로야 뭐 굳이 말이 필요한가. 라이브에서 더욱 빛나는 음색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릭오빠는 워낙 랩을 잘하긴 하지만, Don't Cry 에서 정말로 저 목소리가 에릭이야?! 싶을 정도로 음원과 똑같은,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보이스로 랩을 해줘서 새삼 감탄해버렸다. 오빠 정말 솔로앨범 안내줄거예요?? 진이오빠는 안정적인 보컬 및 랩으로 브릿지 (....ㅋㅋ) 역할을 잘 해줬다. 마지막으로 앤디오빠는,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동생이 평가한 대로, '한국어' 랩 실력이 정말 많이 향상됐다. 이전 앨범과는 다르게 유난히 막내오빠의 랩이 잘 들리길래 의아한 생각이 들었는데, 농담반 진담반으로 '0개 국어'를 구사하던 오빠가 마디마디 한국어를 강조하는 방법을 체득한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마네킹 랩하는데 울 뻔했다, 너무 잘해서.
앵콜은 그냥 죄다 찍는 분위기였다. 특히 인가 트로피 받고는 아예 오빠들이 카메라 꺼내서 찍으라며 포즈까지 잡아줬다. This Love의 역사를 2년 만에 깨고 통상 9번째 1위를 해낸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내 카메라 렌즈 속에 오빠들 실물이 담긴 것은 난생 처음이다ㅋㅋㅋㅋㅋㅋ 나름 의미있는 사진이네.
지난 금요일에 영화 <위플래쉬>를 봤다. 예술가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고된 고뇌와 번민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고, 그 감정의 연장선에서 '신화'라는 아티스트, 특히 이민우가 마주해야 했던 부담감을 더 아프게 공감할 수 있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이 좌석들이 가득 찰 지 걱정이었다' 라는, 과할 정도로 겸손하던 오빠들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많은 팬들이 끝까지 함께 할텐데 왜 그렇게 약한 말을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그 무대 위에 서기까지의 치열하고 절박한 고충이 온전한 형태로 와닿는다. 한순간에 떠나가버릴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을 잘 알기에, 스스로를 위해서도 팀을 위해서도 과거의 자신을 뛰어넘어야만 하는 부담감. 무대 아래에서 묵묵하게 지지하고 사랑하는 것밖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팬은, 그 끝없는 굴레에 오빠들이 지쳐 포기하지 않기를 온 마음을 다해 바랄 수밖에 없다.
"때론 삶에 지쳐 울지만 (No Baby no more Cry) 너의 힘이 돼 줄게"
마지막으로 부르던 Once In A Lifetime 에서 이 가사를 부르던 민우오빠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작년 솔로 활동을 보면서 누누히 이야기했지만, 지치면, 너무 힘들면, 조금은 쉬어가길 바란다.
"저는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지지 않을 거예요. 신화 멤버들도 여러분 인생을 책임지진 않을 거예요. 절대. 네버. 반드시. 하지만 우리 신화 멤버들은 여러분을 무너지지 않게 만들거예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어떤 것은 그 사람을 무너지지 않게 하거든요. 그러려면 저희가 무너지지 않아야겠죠? 저희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여러분이 필요해요. 사랑. 관심. 그리고 여러분의 존재 자체. 신화창조."
"믿습니까!!" 라며 농담조로 끝내긴 했지만, 매우 헤드윅스러운 느끼하고 달콤하고 오글거리는 말투이긴 했지만, 신화와 신화창조, 더 나아가 아이돌과 팬의 가장 이상적인 관계를 아주 명확하게 정의내린 오빠얌의 멘트였다.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것. 나아가 삶의 원동력이자 활력소의 역할까지 하는 것.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신뢰하며 함께 걸어갈 이유로 이거 하나면 충분하고도 남지 않은가.
17주년. 그리고 이제 18년차 아이돌, 신화. 매번 말하는 것도 입 아프지만, 늘 고맙고 늘 애틋하고 늘 사랑스럽다. 앞으로도 함께 오래오래 열심히 멋지게 잘 해먹읍시다.